‘영화적인 것’을 모토로 하는 영화서점, ‘파움스서울’은 분명 여느 서점들과는 다른 점들이 많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서점 같으면서도 서점 같지 않은. 조금은 낯설 수 있지만, 어느새 쏟아지는 채광과 음악으로 마음이 편안해지는 곳.
멤버들의 취향이 오롯이 담긴 개인적인 서재 공간을 엿보는 느낌이 드는 곳.
파움스서울의 첫 인상은 이상하면서도 궁금해지는 매력적인 공간이었다.


국내에서는 영화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서적의 종류와 수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서점에서 만나볼 수 있는 도서들은 늘 비슷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럼에도 파움스서울에서 소개하는 서적들은 영화, 그 언저리의 것, 그리고 오리지널리티가 확실한 것이라는 단단한 기준에 의해 가지런히 정리되어있다.
솔직하면서도 영리하다.


이처럼 낯설지만 확고하며 영화적인, 파움스서울의 이야기를 조금 더 들어보고 싶어, 평일 오전 닫힌 문을 두드리고 최시형 대표님을 만나 뵙게 되었다.

<Chapter1. 파움스서울>


'파움스서울'은 어떤 곳인가요?

파움스서울은 인스타그램에 적었던 대로 ‘영화적인 것들’이라는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판매를 위한 가게라기보다는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의 의미가 더 강한 것 같습니다. 현재는 책과 커피를 판매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상영회와 공연, 그리고 전시에 조금 더 집중해보려고 합니다. 간단히 영화와 그 주변의 것들을 다루는 공간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파움스서울, 조금은 생소한 이름의 의미가 궁금해집니다.

예전에 제가 사용할 메일 계정을 새로 정해야 할 때가 있었는데요, 기존의 단어와 언어들을 사용하자니 의미를 부여하게 되고 어떤 기준을 맞추게 되는 기분이 들었어요. 그러다가 오히려 반대로 큰 생각 없이 접근해보니 어릴 때 처음 만들었던 이메일 아이디가 ‘파움스’였더라고요, 처음 파움스를 떠올렸을 때도 별 생각 없이 그냥 생각나는 글자를 썼었거든요. 그리고 ‘서울’은 제가 태어난 곳이라서 적었어요. 오리지널리티가 있는 것을 선호하기도 해서, 그렇게 파움스서울이라는 이름을 처음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세상에 없는 단어를 무의식중으로 만든다고 하더라도 의식의 개입이 없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좋아하는 발음 기호가 들어간다든지요. ‘파움스’라는 단어에도 대표님의 기호가 담겨있다고 생각되네요.

왠지 프랑스어 같은 느낌이 나서 좋았어요(웃음). 또 남들이 하지 않는 단어라 또 좋았던 것 같고요. 


파움스서울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스토리가 궁금합니다.

제가 연출을 하지 않을 때는 아무래도 시간이 많이 남았어요. 연출은 호흡이 긴 작업이거든요. 연출을 하지 않을 때에는 금전적, 정서적인 이유로 연출과는 다른 일들을 하게 되는데, 그때 하는 일들에 대해서도 ‘ 영화와 관련된 일이 아니면 하지 않겠다’라는 기준을 정하고 싶었어요. 공간은 늘 가지고 있었고 영화로 만난 느슨한 사람들과 연대도 있었어요. 그렇게 ‘영화적인 것들’이라는 기준 안에서 시작하게 된 것 같아요.


파움스서울의 주 고객층은 어떤 분들인가요?

아무래도 지인들이 많이 오는 것 같아요. 그리고 영화에 관심 있는 영화인들, 또 사진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이 오세요. 어떻게들 알고 오시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웃음). 공간으로 발생하는 수익이 거의 없지만 일부러 홍보하지 않는 이유도 한두 명이 와도 편하게 계시다가 가시길 바래서이기도 해요. 제가 이전에 운영했던 ‘남국재견’처럼 공간을 알리는 일은 자신이 있는데, 파움스서울은 그럴 생각이 크게 없는 것 같아요. 물론 잠깐 고민을 했던 순간은 있었어요. 그러다가도 매일 매장을 지키는 시간이 안 되어 이렇게 소소하게 운영하기로 생각이 바뀌었어요. 그래서 확실히 아지트 같은 느낌이 강하죠.  


앞서 언급하셨던 ‘영화적인 것’이라는 기준 안에서 운영방식 같은 것은 유동적으로 언제든 바뀌어도 상관이 없으신 거군요.

매주 바뀌어요. 어떻게 보면 계속 찾아가는 거죠. 그리고 제가 하는 일 자체가 계획적으로 살기가 힘들어서요.

<Chapter2. 파움스서울이 이야기하는 영화적인 것들>


파움스서울이 큐레이션 하는 도서, 원칙과 특징이 궁금합니다.

보통 함께 운영하는 멤버들과 회의를 통해 도서를 선정하고 있습니다. 선정하는 도서는 무엇이 되었든 오리지널리티가 확실한 것들이 대부분이에요. 또 어설프게 유행 타는 것을 배척해요. 예를들어 사진집중 타르콥스키 같은 거장의 책이 있어도 멤버들끼리 어떤 식으로든지 선정에 대해 납득을 해야 해요. 

영화이론이 나라별로 조금씩 다른데, 프랑스는 영화를 사적으로 만들어놓았어요. 영화를 카메라로 쓰는 글이라고도 하는데, 저희 멤버들이 그런 성향이 조금씩 있는 것 같아요. 각자가 또 개인 작품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 영향도 분명 있고요. 저희가 소개하는 책들은 그래서 한 문장으로 ‘영화적이고 멋있지만 이기적이지 않은 책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떤 글과 사진들은 스스로만 행복한 것들이 있거든요.


특별하게 생각하시는 도서가 있으신가요?

복안의 영상(하시모토 시노부), 타르코프스키 사진집, 우나기 선생(이마무라 쇼헤이), 한번은(빔 벤더스), 시네마토그래프에 대한 단상 등 주로 훌륭했던 영화들을 만든, 그렇지만 널리 알려지지 않은 감독 혹은 영화인들의 책들이 많이 있습니다. 영화라는 예술이 시간과 공간, 자본의 제약이 많은 예술이기에 그들이 영화 안에 모두 담지 못했던 영화 주변의 이야기 일수도 있겠지요. 


이외에 앞으로 소개하거나 전개하고 싶은 도서 혹은 상품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현재 사진집 3권, 영화스틸사진집 1권, 미술작가의 유럽에서의 사진집 1권으로 총 5권이 제작 준비 중에 있어요. 전부 사진집이고요, 이 중 제가 준비 중인 책의 경우에는 ‘여름 생각’이라는 제목의 여름을 기록한 포토에세이가 있어요. 주로 사진집들과 그리고 영화 굿즈 등을 준비 중입니다.

파움스서울에서 진행했었던 워크숍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워크숍은 본업에 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한 달에 2회. 2주에 1회 정도를 3~4년 정도 느슨하게 진행했던 것 같아요. 주로 영화와 시나리오 수업이었는데, 그래도 꽤 많은 사람이 워크숍을 거쳐 갔던 것 같아요. 제가 커리어를 배우로 시작해서, 지금은 일주일에 1번 소수로 영화 연기 워크숍을 하고 있어요. 


워크숍의 중 기억에 남는 순간이나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함께 하신 분들께 좋은 결과가 있을 때 무엇보다 기분이 좋았던 것 같아요. 대학원에 붙은 분도 계시고, 취업하신 분도, 제작한 영화를 영화제에서 상영하신 분도,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수상하게 된 분도 계세요. 후배분들의 꿈에 조금이나마 일조를 한 것 같아 이럴 때면 기분이 좋습니다. 이제 시나리오 워크숍은 끝나고 연기 워크숍을 진행 중인데, 역시나 오디션 미팅 출연 등 배우분들의 좋은 결과가 있을 때 마찬가지로 가장 보람찹니다. 종종 1달에 한 번 사진을 같이 찍기도 합니다.

이외에 진행하셨던 행사들이 있으시다면 말씀해주세요.

진행했던 행사들은 그래도 꽤 많았는데 대부분 상영과 공연이었어요. 영화를 만들고 상영하려고 하면 제작에 참여한 사람들만 해도 너무 많아서 많이 공지하지 못했었어요. 앞으로는 외부 사람들도 함께하실 수 있는 전시와 영화상영, 공연을 더 진행하고 싶은데, 그래서 지어금 다른 공간으로 옮기는 것도 생각하고 있어요. 


책 이외에 판매 중인 음료도 있다고 들었어요.

현재는 커피와 기문 홍차를 판매하고 있어요. 커피의 경우 단순히 신선한 커피를 마시고 싶었는데 신선한 원두를 사용해서 정성스럽게 내리면 그게 제일 맛있더라고요. 원두는 매번 달라요. 예전에 운영하던 술집을 경험 삼아 앞으로는 하이볼을 판매할 예정입니다.

<Chapter3. 파움스서울의 사람과 공간들>


파움스서울을 함께 이루는 멤버들이 궁금해져요. 맴버는 몇 명 정도인지, 어떻게 함께 만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또한 맴버들과는 어떤 방식으로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함께 하는 동료들은 고정은 저 포함 4명이며 느슨하게는 10여 명 정도인 것 같습니다. 모두 각자 다른 형태로 영화로서 관계를 맺은 분들입니다. 모두 영화를 중심에 두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연출자가 있으며 프로듀서가 있고 음악감독이 있습니다.


최시형 대표님의 이야기도 궁금해지는데요, 간략히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기계적으로 말씀드리면 영화연출과 출현을 하는 사람입니다, 스무 살에 영화를 시작했고요. 제가 논리적인 기준을 정해두고 일하지는 않지만 스무 살에 영화를 시작하고 매해 어떤 방식으로건 영화 제작에 참여를 한 번도 안 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완연한 필름메이커죠. 그냥 영화인이에요.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그런 것들을 만들고 제작하고 싶어요. 

다만 그만큼 이것들을 통해서 수익을 발생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꾸준히 고민하고 있어요. 극장 형태의  플랫폼을 마련하고 싶기도 하고요. 현재는 파움스서울에서는 워크숍과 영화제작을 하고 있습니다.


평소에 사진 작업도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업무로서의 사진 작업은 주로 배우 분들이 프로필 의뢰를 많이 주셔서 인물사진을 주로 촬영하는 것 같아요. 개인으로서는 특별한 목적이나 계획 없이 그때그때 일기처럼 촬영한 뒤 시간이 지나고서 주제별로 셀렉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사용하는 장비는 디지털카메라로는 후지 카메라, 필름카메라로는 라이카, 콘탁스, 롤라이 소형, 롤라이 중형 등이 있겠네요.

파움스서울을 하시면서 개인적으로 얻은 것과 잃은 것이 있을까요?

파움스서울을 하면서 얻은 것은 사람이고, 잃은 것은 시간인 것 같아요. 그래도 시간이 없다고 느낀 적은 많이 없었는데, 요즘에는 많이 없어요.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일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좋은데 아무래도 제 개인 시간이 급속도로 많이 없어지더라고요. 


이전에도 공간을 운영하셨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영황인들의 공간이었던 ‘남국재견’은 어떤 곳이었나요? 

남국재견의 시작은 지극히 개인적인 술을 마시며 편하게 영화를 볼 수 있는 장소를 항상 만들고 싶어서였어요. 정말 감사하게도 당시에 꽤 많은 분이 관심을 가져주셨던 것 같습니다. 다만 관심이 집중되면서 본업을 지속할 시간이 점점 줄어들게 되어 계속 운영하지 못하게 되었지요.

남국재견에서는 커피를 주문해도 괜찮았고, 술을 마셔도 좋고, 오래 있어도 크게 상관이 없는 곳이었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남국재견에서 서로 많이 만날 수 있었어요. 그렇게 만나서 영화를 만들고, 만든 영화들을 상영하기도 했었고요.

이전에 연남동에서 공간을 운영하시다가 지금은 파움스서울의 공간을 서촌으로 선택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저는 서촌토박이에요. 태어난 곳은 부암동이지만 청운초, 중, 그리고 경복고를 나왔어요. 중간에 잠깐 다른 곳으로 이사 간 적이 있지만 거의 태어나고 자란 곳이죠. 그래서 서촌에 대한 기억과 향수는 너무 많아요. 길 가다가 동창들도 만나고 그렇습니다(웃음).

이 공간을 선택하게 된 건 풍경이 제일 큰 이유인 것 같아요. 그리고 내부도 굉장히 특이한데 내벽을 따라 경사가 있는 책장들은 처음부터 설치되어있었어요. 처음 봤을 때부터 굉장히 신기했었죠. 처음에는 작업실처럼 사용했었어요. 편안하면서 고급스러운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편하게 사용할 수 있으면서도 깔끔하고, 편하고, 너무 저렴하지만은 않은 것들. 테이블의 배치도 매일 고민하는데 나름의 거리감 같은 계산이 있어요(웃음).


그렇군요. 그렇다면 휴식을 취할 때는 주로 서촌에 계시겠군요?

네, 거의 그런 것 같아요. 경복궁 돌담길을 걷거나 인왕산 스카이웨이를 따라  산책하는 것을 가장 좋아합니다. 예전에 축구팀을 운영하기도 했었고, 워낙 활동적인 것을 좋아해요. 요즘은 런닝도 하고 있는데 서촌 곳곳을 뛰고 있는 제 모습을 발견하실 수도 있어요.

<Chapter4. 인터뷰를 마치며>


앞으로 파움스서울을 어떤 공간으로 운영해나가고 싶으신가요? 

항상 지속적으로 회의를 하고 영화와 그 주변 언저리의 모든 일들을 계획 중입니다. 아마도 상영회 어떤 공연 북 콘서트 등이 될 것 같지만 지금의  코로나 시기에 뭔가를 확실히 말씀드리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결국 최종적으로는 오셨을 때 자유롭고 편안하면서 영화적인 공간이 될 수 있게 노력중입니다. 저희는 어떤 형태로든 어딘가를 향해 가고 있는 중이고 6개월 안에 어떤 방식으로든 할 거예요. 지금은 그 전 단계이구요, 찾아가는 단계. 그때되면 재밌을 거에요, 공연도 하고 상영도 하고. 아직 소홀한 것들이 있지만 앞으로 또 재미있게 해야죠.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골목길에서, 문득 서촌과 영화는 왠지 모르게 맞닿아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사람들은 영화적인 풍경과 감정을 마주하길 바라며 서촌을 찾는 것일 수도 있겠다.
그것은 단순히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오래된 골목길 같은 이미지는 아닐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어느새 완숙해지는 여름 하늘이 유독 청명하다.
파움스서울이 전하고자하는 ‘영화적인 것들’이라는 것들에 대해 조금은 알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글 | 서촌유희          사진 | 서촌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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