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구두가 좋은 곳으로 데려간다 - 아무발에나 맞는 신발은 없다


가끔은 길을 거닐다 눈에 들어오는 골목들이 있습니다. 발걸음을 따라 무작정 걷다보면 흥미로운 공간들을 엿볼 수 있는 재미가 있습니다. ‘팔러’ 역시 그렇게 우연한 호기심에 만나게 되었습니다.  ‘바버샵’은 패션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많이 알려진 편집숍입니다. 그리고 2015년, 형제격 브랜드이며 구두 전문 편집숍인 ’팔러’를 새롭게 런칭했습니다. 지난 3월, 바버샵은 누하동에서 창성동으로 둥지를 옮겼으며 서촌에서 꾸준하게  발걸음을 내딛고 있습니다.  팔러에는 구두 매니아들 사이에서 익히 알만한 알든, 버윅부터 바쉬(Vass Shoes) 같은 팔러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브랜드들을 직접 신어보고 구매할 수 있습니다. 한옥과 구두라는 신기한 조합과, 그 속에서 묵묵히 자신들의 기준으로 제품선택과 이를 제안하는, ‘팔러’의 디테일에 귀기울여보려 합니다. 




Q1. 팔러를 시작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바버샵은 만 9년정도 됐습니다. ‘컨셉추얼 스토어’라고, 어떤 일정한 컨셉을 정하고 거기에 맞는 상품을 고르는 그런 것들. 트렌드가 너무 빨라서 3년을 영위하는 브랜드가 없거든요. 저희도 마찬가지에요. 그 안에서 수많은 브랜드가 교체되고 있지만 컨셉을 잃지 않으려고 하는 편집매장입니다. 수많은 샵들이 컨셉을 다 바꿨습니다. 팔러는 그런 상황에서 시작한 샵이에요.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되겠는데, 컨셉을 버리고 싶지 않았어요.”

 “신발을 되게 좋아했어요, 예전부터 아주 고전적인 스타일의 신발들, 만드는 방식도 좀 다른, 옛날 방식. 직구가 활성화되기 이전에 직구를 했습니다.그때는 온라인 사이트도 거의 없었어요. 어떻게 했냐면 마음에 드는 구두를 파는 본사에 메일을 보냈어요. 그렇게 구두를 접했어요. 바버샵도 신발 좋아하다가 시작하게 된 거였고, 그래서 팔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Q2. 팔러라는 이름을 짓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연남동에 가면 ‘낙랑파라’라고 하는 카페가 있는데, ‘낙랑(樂浪)’이 한자고 ‘파라’는 palour라는 거에 대한 음차를 해서 한자식 표기를 한거죠. Palour라는게 미국 쪽에서는 상점 이런 개념이고 영국 쪽에서는 단독주택, 개인의 응접실 이런 개념인데 저는 그걸 ‘사랑방’이라고  표현하고 싶었어요.”

“백화점이 훨씬 접근성이 좋고, 서비스가 좋고 그러겠지만 백화점에서 누리지 못하는 것들이 몇 가지 있을거라고 생각했어요. 조용한 공간에서 신어보고 싶은 구두 다 신어보고, 전문적인 서비스도  받고, 지금처럼 차도 한잔 내드릴 수 있고, 담배를 피워도 되요. 남자들 같은 경우에는 그런데가 잘 없잖아요. 오롯한 사랑의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지금은 뭐 술을 다 치웠지만, 예전에는 술을 막 갖다 놓고 한 잔씩 주고 그랬는데, 한국분들은 그런 마음의 여유가 너무 없고 너무 부끄러워해서 다 치워벼렸어요. 그렇게 팔러라는 네이밍을 했습니다.” 


Q3. 한옥과 구두는 색다른 조합입니다. 어떻게 구상하셨나요? 

“구두매장을 할 때 컨셉이 그거였어요. 네이버에 검색해서 전혀 나오지 않는 브랜드만 하겠다, 한옥도 그런 의미에서 결정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전세계에 어디에도 없는 그런 곳에 매장을 하고 싶다. 그렇게 해서 한옥을 굳이 하게 되었어요. 되게 좋아요, 조용하고 진짜 좋고. 그것도 반대로 얘기하면 안 좋은 얘기일수도 있습니다. 사람들의 트레픽이라는 것을 무시 못하겠더라고요(웃음).”

Q4. 제품을 선정하는 데 있어 팔러만의 기준이 궁금합니다. 

“최근에는 알든이라는 브랜드가 새로 들어와서 알든을 주로 신어요. 근데 그것도 조금 다른 식으로 접근하고 싶었어요. 알든을 판매하고 있는 곳이 한국에 네 군데가 있는데요. 한국 사람들이 특히 좋아하는 것들이, 일본 사람들의 검증을 거친 특별한 가죽을 좋아합니다. 저희는 그 가죽을 바잉하지는 않았습니다. 왜냐면 제가 그 가죽이 별로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사람들이 특별히 선호하는 가죽때문에 감춰졌던 것들을 더 끌어내려고 하고 있어요.” 


Q5. 한옥이라는 점도 그렇고, 팔러만이 신경 쓴 공간적인 디테일은 무엇이 있을까요?

“하늘이 보이는 집, 그런 개념이에요. 굳이 고개를 들지 않고도 하늘이 보이는 집, 그런 집이거든요. 빛도 좋고 사방으로 빛이 들어오고 저쪽에 담배필 수 있는 자리도 있고, 남자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쓰레기통까지도 덴마크에서 가져왔습니다. 지금은 조금 바뀌었는데 카펫도 덴마크에서 가져왔고, 조명도 덴마크에서 가져왔고. 그거 말고도 한국적인 요소도 놓칠 수 없잖아요, 장독대도 놓고. 재털이는 헝가리에서 사왔습니다. 저건 헤렌드라고 하는 브랜드인데 헝가리 벼룩시장에서 샀어요. 바쉬가 들어왔을때 헝가리 무드를 주고 싶어서요. 저 그림도 헝가리에서 사왔어요. 출장가면 그 나라의 음반도 사와요. 어느 정도의 값어치를 팔고자 하면 그만큼 갖춰져야한다고 생각했어요.” 

“조경은 저희가 했고요, 여긴 종로니까 사과나무를 심어야 되지 않겠냐 하고, 판교에 가서 직접 사왔습니다. 그리고 잔디도 다 심었었어요. 그런데 다 죽었어요(웃음). 사과 열매는 한 번 열렸어요.” 

“여긴 1930년, 정확하게는 1928년에 지어진 건물이에요. 그때 당시에 지었던 한옥들은 방공호가 있어요. 창고로 쓰지는 못하겠고, 예전에는 와인셀러로 썼었어요. 그거를 이제 손님들한테도 나눠주고 주변 지인들, 주변 사람들한테도 인사할때 그거로 드리고. 선물로도 주고, 그런 용도로 사용했었어요. 눅눅해요, 그래서 와인 보관하기엔 괜찮아요.” 


Q6. 서비스적인 측면에서의 디테일들은 무엇이 있을까요?

“한국 사람들이 자기 발사이즈를 잘 몰라요. 근데 한국 사람의 발 길이는 평균 254mm밖에 안되요. 저희도 255, 260mm가 많이 팔리지, 보통 자기 발을 잘 모르는 거에요. 우리는 정확한 방법을 전달하고 싶어서 올바른 피팅법,  올바른 피팅이 뭐냐면 신발을 신었을 때 발을 잘 감싸주는게 올바른 피팅이에요. 어디 한군데 모자라거나 남지도 않게. 모자라서 아프지도 않고 남아서 헐떡이지도 않고. 신발을 신었을 때 내가 신발을 신었는지 잊어야 된다고 했어요. 좋은 착화감을 전달해드리려고 전문화된 것들을 많이 해요.”

“발 사이즈도  제대로 된 측정기로 측정 해드리고 신발도 여러가지, 발이라는 건 길이만 가지고 얘기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발 볼, 발등의 높이나 그런 부분에서 저희가 정확하게 피팅을 해드리고. 구두도 각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권해드립니다.”

“별도로 구두케어를 해주지는 않아요. 대신에 케어하는 방법을 알려드리죠. 자기 구두는 자기가 닦아야 된다고 말씀 드려요. 자가케어하는 것이 중요하니까 그런 것들을 알려드리고, 구두를 가져고오시면 저희가 옆에서 같이 케어를 합니다, 닦아주는게 아니라.”


Outro

구두매장은 접근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팔러는 배려와 편안함이 먼저 느껴졌습니다. 변해가는 유행 속에서 팔러는, 꾸준히 ‘진짜'를 추구하고 권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만의 취향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고객들은 팔러에서 간단한지만 중요한 가치들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가장 필요한 것들로만 가득한 팔러의 멋진 공간과 구두, 그리고 디테일들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글 | 서촌유희          사진 | 서촌유희

© YOOHEE.SEOCHON
이 게시물의 글과 사진을 허락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콘텐츠 활용에 대한 요청 및 질문은 yoohee.seochon@gmail.com로 문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