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흐름에 따라 풍요로운 생활을 하고 있지만, 바쁜 일상을 보내기에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식탁은 점차적으로 다양성을 잃어갑니다. 돌이켜보면 우리의 일상 속에서 흔히 접할 수 있었던 식재료의 다양성, 이를 생산하기 위한 각 고장에서의 노력, 음식과 더불어 이어지는 다양한 환경 등 발생되는 여러 문제에 대해 크게 생각해 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아워플래닛은 이러한 문제들에 발맞춰 우리의 식탁에 오르는 음식이 어디에서 나는지, 우리 식탁의 작은 변화가 우리의 삶과 지구의 건강에 어떤 변화를 미치게 되는지 이야기합니다. 이번 서촌유희 24번째 인터뷰를 통해 지속 가능한 식탁과 우리 삶의 관계에 대해 자주 생각해 보고, 작은 변화가 이루어지길 바라며 아워플래닛 장민영 작가님과 나눈 인터뷰를 이어갑니다.

작가님 안녕하세요. 24번째 서촌유희 매거진을 통해 <아워플래닛>을 소개하게 되었습니다.

인터뷰를 통해 처음 접하시는 분들을 위해 간단히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행사를 진행하다 보면 항상 첫 부분에 말씀드리는 것 같습니다. 저희 아워플래닛은 사람들이 식탁 위에 어떤 것들을 올리고, 어떠한 변화를 추구하는지에 따라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와 우리의 삶이 지속 가능하고 조금 더 행복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을지에 대해 연구를 하며 제안하고 있습니다. 주로 ‘우리 식탁 위에 이러한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또는 ‘여러분들도 식탁 위에 이런 것들을 올렸으면 좋겠습니다.’ 하는 부분들을 제안하는 거죠. 그러한 노력들을 통해 조금씩 바뀌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아워플래닛의 홈페이지와 인스타그램 등 게시된 글을 살펴보면 말씀하신 내용이 가장 먼저 나오더라고요.

지구의 건강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시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먼저 저희는 자연을 정말 좋아해요. 오랑우탄을 만나러 정글로 여행을 떠나기도 합니다. 어떨 때에는 바다를 느끼기 위해 다이빙을 하곤 하는데요. 이렇듯 자연을 좀 더 가까이 접할 수 있는 여행 위주로 다니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러면서 늘 생각을 해요. 이 아름다운 것들을 지키기 위해서 음식 분야에 있는 저와 셰프님. 그러니까 기획자와 요리사가 어떤 것들을 사람들한테 제시하고, 어떻게 행동할 수 있을지 우리의 역할에 대한 부분들을 고민했던 것 같아요.


홈페이지에 소개된 글에 따르면 아워플래닛은 ‘매일 마주하는 밥상이 지구를 구할 수 있다면’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되었다고 하셨습니다. 우리가 어떠한 노력과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요?

요즘 탄소 배출과 지구 온난화를 주제로 하는 이야기가 굉장히 많은데요. 식량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 배출량이 총 탄소 배출량의 거의 3분의 1이에요. 모든 탄소 배출량 중 자동차, 공장 등이 배출량에 이 모든 요소들까지 합쳐보면 음식이 굉장히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거든요. 음식은 삼시 세끼 우리가 먹는 거잖아요. 그렇다면 우리의 식탁을 조금이라도 바꾸어 보았을 때 이 3분의 1이라는 수치에도 조금이나마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하나씩 하나씩 제시하고 있습니다.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여러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특히 중심에 두고 생각하는 키워드들이 있는데, 계절 식재료와 종 다양성 그리고 로컬의 식문화 등으로 구성된 각각의 이슈들이에요. 이러한 주제들을 우리의 식탁 위에 적용해 관심을 가지다 보면 생각보다 많은 것을 바꿀 수가 있어요. 그중에서도 기본적인 것을 예로 든다면 요즘은 일상에서 계절 식재료에 대한 이야기를 굉장히 많이 하잖아요. 사람들이 계절 식재료를 즐긴다는 것은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가장 쉽고 맛있는 방법이에요.

특정 계절에 나는 제철 식재료를 이용하는 데에도 다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군요?

네, 제철 식재료를 1년 내내 먹기 위해 하우스에서 가온을 하며 재배를 하다 보면 탄소 발생량이 어마어마해진다고 해요. 식재료를 수입하면 생산지에서 소비지까지 식품 수송량(t)에 수송 거리(km)를 곱해 계산하는 것을 푸드 마일리지라고 하는데, 때로는 푸드 마일리지를 요하는 수입 식재료를 먹는 것보다 우리나라에서 가온을 해서 재배한 식재료를 먹는 것이 탄소 배출량이 더 높은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그런 부분에서 특정 계절에서만 맛볼 수 있는 제철 식재료를 찾아 즐긴다면 탄소 발생량도 줄일 수 있어요.


또, 계절 식재료는 사람의 시간이 아닌, 자연의 시간에 맞춰서 자라났다 가는 생애 주기들이 있어요. 예를 들어 지금은 날이 엄청 추워져 시금치가 맛있을 때고, 그전에는 배추가 맛있어서 김장철이 오죠. 무, 대파, 시금치 등등 이런 각각의 재료가 가장 맛있는 제철이 있어요. 겨울을 나면서 봄이 오고, 봄나물과 푸성귀(*사람이 가꾼 채소나 저절로 난 나물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들이 엄청 올라올 거고, 여름에는 열무부터 시작해 온통 다양한 푸성귀가 나죠. 이렇게 자연의 시간에 따라 나고, 맛이 드는 것들을 취하다 보면 맛은 다양하게 즐길 수 있으면서도 탄소 발생량을 줄일 수 있는 거죠. 바로 이런 것들을 쉬운 예로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종 다양성과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이는 어떠한 의미를 담고 있나요?

종 다양성은 말 그대로 품종 다양성이 있을 수도 있고, 지역적 다양성도 있을 수 있고, 생태계를 이루는 수많은 다양성에 대한 의미도 있어요. 지구를 터전으로 삼고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는 서로 경쟁하면서도 서로 도우며, 관계를 주고 받으면서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어 갑니다. 가시적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그 끈끈한 고리는 우리의 삶을 지탱하고, 풍요롭게 만들어 주기도 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이 원하는 종만 심고 다른 종들은 도태시켜 버리며 재배하는 현상들이 많아지고 있어 안타까워요. 이렇게 종이 획일화되면서 발생하는 수많은 문제 중 쉬운 예는, 하나 남아버린 어떤 품종이 극복할 수 없는 병에 걸렸을 때 우리는 어쩌면 이 작물을 평생 먹지 못할 수도 있는 위기가 올 수도 있다는 거죠. 물론 생태계는 다양성을 잃어버려서 건강함을 잃는 것이고요. 이러한 문제를 조금 더 쉽게 이야기하자면 인간이 인위적으로 다양한 식물들을 제거해버리고 원하는 것만 심거나, 종을 획일화 시키면서 이 생태계의 다양함을 잃게 한다는 거예요. 원래는 다양한 나물들이 있었는데, 잡초로 치부해 뽑아버리고 사람들이 많이 찾는 취나물만 심는다거나 하는 일들이죠.


그렇다면 종 다양성과 지속 가능성의 어떤 연관이 있나요?

종 다양성과 관련해 토종에 관한 이야기도 굉장히 많이 하는데요. 토종이라는 것은 단순히 우리의 것이기 때문에 좋은 것이 아니라, 이 땅에 뿌리를 내리고 100년 넘게 환경에 맞춰 적응해오면서 자생해온, 의미 있는 것들을 통틀어 이야기하는 것이에요. 토종쌀을 예를 들어 볼게요. 쌀에도 정말 다양한 품종이 있잖아요. 이 땅에는 다양한 벼들이 자생하며 건강한 생태계를 이루고 있었지만 점점 수확량이 좋고, 병충에 잘 걸리지 않으면서도 농약에 잘 버티는 벼로 개량하며 인간의 기준에 맞지 않는 품종은 도태시켜 왔죠. 과거에는 정부에서 그런 일들을 장려하기도 했고요. 물론 그 덕에 굶주린 배를 더 쉽게 채울 수 있는 시절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식으로만 재료를 바라보지 않아도 되는 시대죠. 그러다 보니 요즘은 다시 이런 종 다양성을 찾자는 움직임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다시 품종 획일화 이야기로 돌아가서-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그렇게 개량된 한 종이 병충해를 입었을 때 살릴 방법이 없을 수도 있어요. 그렇다는 이야기는 더 이상 우리가 쌀을 먹는 식문화가 지속 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지속 가능성이라는 것을 생각할 때 ‘지속가능성=친환경’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지속 가능성이라는 것은 친환경 이외에도 더 많은 것들을 포함하는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지속 가능성 안에 포함된 주제들 중 또 다른 키워드가 있을까요?

저희가 생각하는 지속가능성에는 다양성도 있고, 계절 식재료에 대한 것도 있고, 로컬도 있고, 많은 것들이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관계>라는 키워드예요. 관계라는 것은 인간과 지구와의 관계, 사람과 동식물과의 관계, 저희 같은 소비자와 농부님 혹은 어부님과 같은 생산자와의 연결고리를 관계로 이야기할 수도 있어요. 예부터 즐겨온 식문화를 통해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한 관계를 이야기할 수도 있고요. 이렇듯 지속 가능성은 훨씬 큰 의미이고, 친환경은 그 안에 녹아 있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식재료를 누가 생산을 한 것인지, 어디서 어떻게 생산을 한 것인지에 대해 언급을 굉장히 많이 하는데요. 저희가 지속가능성이라는 개념을 이야기할 때에는 이런 연결고리가 굉장히 중요하게 작용해요.


하나의 예로 들자면 경남 거창에서 조금 특별한 돌배를 생산하시는 농부님이 계시는데요. 옛날 야생 돌배를 조금 개량해 자연에 가까운 방법으로 키우시는 거예요. 이러한 돌배를 알리는 것은 종 다양성인 부분에서도 중요하지만 이 돌배를 생산하는 농부님을 응원하기 위함도 있습니다. 농부님은 이 돌배를 생산할 때 제초제도 사용하지 않고, 성장 촉진제도 사용하지 않습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이런 식으로 자기의 신념을 지키면서 농사를 짓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에요. 단맛과 예쁜 모양에 치중하는 요즘의 과일과 비교해 보니 많은 분들의 눈에 이 돌배가 먹을만해 보이지 않을 수 있거든요. 그렇게 선입견에 의해 판로가 막히다 보니 농부님의 신념 하나만 가지고는 재배를 계속하기 어려워지는 거죠. 이런 문제들이 안타까운 마음에 응원의 마음을 담아 이 재료를 알리기 위해 노력합니다. 물론 신념 하나만 있다면 응원이 어려워지겠죠. 맛도 있어야 하는 문제니까요. 이렇듯 우리가 생산자와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고 로컬에서 올라오는 식재료에 조금 더 주목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작가님께서 종 다양성과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시게 된 계기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그저 자연을 좋아하다 보니 종 다양성을 지켜야지-해서 시작된 건 아닌 것 같아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아빠를 따라 산과 계곡으로 다니면서 여러 나물들을 보고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긴 것 같아요.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는 특정 계절에만 나는 독특한 식재료가 있었고, 재료의 특성에 따라 저마다의 방법을 찾아 맛있게 즐기는 방법을 알았던 민족이에요. 이제는 삶이 온통 풍요로워졌지만 그 풍요로움이 무색할 정도로 식탁 위는 단조로워지는 것 같아요. 식탁 위에는 늘 비슷한 나물과 식재료가 올라오고 예부터 즐겼던 개성 강한 식재료는 점점 사라져 가잖아요. 그런 것들이 안타까워 다양성에 대해서 더 관심을 가졌던 것 같아요. 식재료의 다양성에 관심을 가지다 보니 이런 것들이 유지되는 게 곧 지구가 지속 가능한 방법이구나라는 생각들로 연결된 거죠. 게다가 이 다양한 식재료의 매력에 깊이 관심을 가지고 파고드는 김태윤 요리사가 함께 하니, 말 뿐일 수 있었던 다양성에 대한 이야기에 맛을 입혀 나갈 수 있게 된 거죠.


그렇다면 사람들에게 지속 가능한 미식의 경험과 다양한 식재료 그리고 지구의 건강에 대해서 주로 어떤 방식으로 소개하고 계시나요?

표면적으로는 이 공간 안에서 일어나는 다이닝 팝업이나 워크숍, 쿠킹 클래스 등 오프라인 행사를 통해서 알리고 있고요. 이 외에 오프라인 장터에 나간다거나, 저희와 같은 생각들을 공유하는 다양한 분들과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며 아워플래닛이 생각하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개념을 알리려 하고 있어요. 그리고 겉으로 드러나 보이지는 않지만, 여러 팀들에게 기획 및 컨설팅 등의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그러한 작업을 병행하는 이유는 이 공간 안에서 저희끼리만 이야기하는 데에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다양한 기업에 지속 가능한 식재료와 메뉴 개발 등 컨설팅을 해드리고, 그 기업을 사랑하는 분들에게 자연스럽게 퍼져나가길 바라는 거죠. 저희의 이름이 알려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한 방법을 통해 저희가 다루는 다양한 주제가 전파되기 쉬운 것 같아요.

지금까지 말씀해 주신 것처럼 다양한 활동들을 하고 계시고, 앞으로도 예정되어 있는 활동들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사람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그저 나 하나쯤이야.’ 하는 마음을 가지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내’가 움직여야 세상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일상 속에서 계절에 집중해 맛을 찾아 드셨으면 좋겠고, 오늘 세 끼 중에 한 끼를 채식을 해보셨으면 좋겠고, 고기를 드실 때에도 잘 자란 고기를 찾아서 드셔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일상을 조금씩 바꿔서 채워갔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어서 행사와 워크숍도 하고, 쿠킹 클래스도 하는 거예요. 행사를 하면서 식재료 자체에 해안 내용도 공유하지만 어떤 생산자가 어떻게 키운 것인지, 어떻게 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소개를 하고 있어요.


이러한 소개와 경험을 통해 우리가 농부님을 응원할 수 있고, 생태계는 점점 다양해질 수 있고, 우리는 다양한 식재료를 먹음으로써 다양한 맛을 즐기면서 건강해질 수 있다는 선순환에 대해 이야기들을 하는 거예요. 거창한 캠페인처럼 하기보다는 그저 하루를 조금씩 바꿔가는 게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어요.

특별하기보다는 일상에서 조금씩 변화해 보면 이런 선순환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죠?

네, 그렇기 때문에 ‘식탁 위의 변화’라는 이야기를 굉장히 많이 하는데요. 우리가 알고 있는 식재료 중 마트에서 만날 수 있는 품종의 배 말고도 조금 다른 향을 가진, 조금 다른 모양을 가진 다양한 종의 배도 있다는 것을 여러분들이 아셨으면 좋겠고 경험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경험이 행동과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함께 하자고 제안하는 일들을 하는 거죠.


제가 감자랑 굴을 굉장히 좋아해요. 그래서 여름이 되면 늘 열 가지가 넘는 감자 품종을 서울로 올려 사람들이랑 먹어보고, 각 감자 품종 마다의 매력과 그 매력을 가장 잘 살리는 음식 만드는 방법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꾸준히 해왔었어요. 처음에는 작은 움직임이었지만 다른 요리사들이랑 같이 하고, 다른 기업들과도 함께 이야기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감자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고, 감자를 키우는 농부님들한테도 퍼지는 거예요. 사람들이 다양한 품종의 감자를 찾으니 시험적으로 조금씩 키워보던 농부님들도 용기를 내서 생산량을 늘려갈 수 있었지요. 그래서 지금은 수미 감자 외에도 두백, 남작, 추백, 금선, 대선 등 품종별로 나눠서 키우시는 분들이 꽤 많이 생겼습니다. 이런 변화가 생기기까지 몇 년이 걸리긴 했지만 굉장히 큰 변화라고 생각해요. 이제는 많은 사람들과 기업이 다양한 품종에 대해 이야기하고 취향에 따라 품종을 골라 먹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죠. 언론에서도 조금씩 다뤄주기도 하고요. 이렇게 많은 곳에서 연대하며 세상이 바뀌고 있어요. 여러분들이 이런 다양한 맛을 골라 직접 먹어보며 SNS에 포스팅도 하는 것도 마찬가지의 연대입니다. 우리의 행동을 통해 긍정적인 식탁 위의 변화가 가능한 거죠.

이런 작은 변화들이 조금씩 조금씩 퍼져나가면 농가에는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아요. 여러 매체를 통해 지역마다의 특산물을 살려 음식으로 만들고, 이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접하면서 좋은 취지였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작가님과 인터뷰를 진행하다 보니 이런 프로그램들과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김태윤 셰프님이랑 저랑 처음 만난 것도 그런 팝업을 하면서였어요. 7-8년 전 제가 <한 그릇에 담다>라는 팝업 프로그램을 했었는데요. 한 달에 한 번씩 지역의 식재료 또는 계절 식재료를 정해서 여러 요리사님들과 재료를 소개를 하고, 요리님들은 그 재료의 특성을 가장 잘 살리는 맛있는 한 그릇 요리를 하는 거죠. 요리사, 기획자, 소비자가 한 자리에 둘러 앉아 이 식재료는 왜 이런 음식으로 풀었고,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이 맛을 극대화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은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곤 했었거든요. 그런 모임들이 조금씩 이어지고, 김태윤 셰프님은 오징어를 주제로 한 팝업에서 뵈었는데 셰프님이 지속 가능성을 모토로 한 레스토랑 오픈을 하면서 <계절의 기억>, <우리가 사랑한 바다> 등 지속 가능한 미식을 바탕으로 한 본격적인 협업이 이어졌어요.



아워플래닛은 일반적인 다이닝 레스토랑이 아닌 ‘지속가능미식연구소’로 운영되고 있다 보니 식당에 가서 다이닝의 경험을 하기보다는 진행하고 계신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하는데요. 

이처럼 진행하시게 된 이유도 여쭤보고 싶습니다.

레스토랑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때로는 한정적일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대중성을 가지기 때문에 확장하기 쉽다는 장점을 가지지만 이윤 추구를 최고의 목적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알고 있지만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것들이 많이 생기거든요. 레스토랑에서 계절 식재료를 찾아 농부님들과 컨택을 하는 것들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어요. 매달, 계절에 따라 식재료를 바꾸고 메뉴를 바꿔가면서 운영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죠. 저희는 이런 재료들을 찾고, 알리는 일에 초점을 맞추니, 레스토랑이 아닌 다른 형태의 방법으로 사람들과 맛을 나누고 확장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했어요. 레스토랑에서는 하루하루 손님을 맞이하고 운영하다 보니 온전히 집중해 연구할 시간이 항상 모자라거든요. 그 아쉬움을 채우기 위해 이러한 방법을 선택했어요. 연구도 하고, 좀 더 깊는 이야기로 공간을 채워가고 싶었거든요. 레스토랑보다 대중성은 떨어질 수 있지만 이러한 이야기에 관심 있는 분들은 관심을 보일 거고, 이 공간에서 다 하지 못하는 이야기는 컨설팅이나 다양한 기획을 통해 뻗어 나갈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레스토랑보다는 연구소의 타이틀이 낫겠다고 생각했어요.


진행하고 계신 프로그램 마다의 성격도 다를 것 같습니다. 어떤 프로그램이 있는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우선 여러 다이닝 팝업과 워크숍 그리고 쿠킹 클래스 형태로 나누어 진행하고 있는데요. 다이닝 팝업은 대중성이 좀 더 가미된 프로그램이라면 워크숍은 식재료를 깊이 있게 바라보고, 맛을 경험하면서 종 다양성이나 환경 문제 등 지속 가능성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주로 참여하시는 것 같아요. 쿠킹 클래스는 식재료를 공부하는 작은 워크숍 개념과 더불어 김태윤 요리사에게 요리를 배우고,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까지 하는 시간으로 진행되어요. 지난달, 쿠킹 클래스: <플래닛 클래스_지속가능한 식탁 만들기> 1기를 진행했는데 참가하는 분들 중 반 이상이 현직에서 요리와 관련된 일을 하는 분들이었어요. 일상에서 지속 가능한 미식을 이어가려는 분들도 반갑고, 이렇게 현직에서 또 다른 분들에게 이 개념을 전달해 주실 분들도 너무 반갑습니다.

가끔 다른 곳에서 운영되는 쿠킹 클래스에서 동종 업계 분들을 받지 않는 경우를 보게 되는데, 저희는 반대로 대환영이라고 늘 얘기해요. 현장에서 요리하는 분들과 저희가 찾고 연구한 정보를 나누면 업장에 가져가서 더 널리 퍼트릴 수 있잖아요. 그런 것에 초점을 맞춰서 확장성에 대해 계속 생각을 하는 거예요.


이 외에도 아워플래닛의 미션과 가치 그리고 영향 등 다양한 활동에 대한 소개가 있었습니다. 

이런 활동들은 셰프님과 작가님도 함께 참여하시는 것인가요?

네, 저희가 올해 진행하는 캠페인 중 <우리가 사랑하는 바다>라는 프로젝트가 있는데요. 우리가 어떤 것들을 먹어야 바다를 좀 더 풍요롭게 유지할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이죠. 물론 아무 수산물도 먹지 않아야 풍요로워질 수 있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바다와 바다에서 살아가는 생명들, 그리고 바다에 기대어 살아가는 생산자와 그것을 즐기는 소비자가 모두 조금씩 나은 방향으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싶은 거예요.


또한, 음식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생각될수도 있겠지만 바다에 쓰레기 줍기를 간다거나, 난지 공원에 나무 심기 활동을 다녀오는 등 자연에 도움이 되는 활동에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참여하고 있어요. 공간에서 사용하는 그릇 등의 기물은 어르신들이 사용하시던 그릇을 재사용한다든지, 인쇄물을 발행해야 하는 일이 있을 때에는 환경에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종이를 찾고 콩기름 인쇄를 하는 방향을 먼저 선택하죠. 플래닛박스 택배를 보낼 때에는 손님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재사용 박스와 완충재를 사용합니다. 제품을 담는 용기는 재사용이 가능한 용기를 선택하거나 분해 시 유해 물질이 덜 발생하는 제품을 찾아 사용해 보기도 합니다. 가능한 많은 곳에서 자연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하는데 실천이 늘 쉽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좋은 방법은 많이 알려주세요!


저희가 진행하는 여러 활동에서 나온 수익금의 일부는 이러한 환경 문제에 초점을 맞춘 활동에 사용한다거나 빈곤과 불균형의 문제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취약 계층 사람들에게 음식 봉사하는 활동에 사용합니다. 지금은 정말 미비하지만 조금씩 조금씩 쌓아서 좀 더 크게 만들어 보려는 욕심도 있습니다. 이런 활동들에 저희의 정체성이 담겨 있는 것 같아요.

플래닛 다이닝 <로컬 오딧세이>에 초대해 주신 덕분에 직접 경험해 보면서 한국의 식재료로 재해석한 현지 음식과 다양한 식재료를 생산하기 위한 각고한 노력 등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주셨던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현장감 넘치는 사진과 이야기를 통해 한층 깊이 있게 이해하고, 미식의 경험을 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는데요. 로컬 오딧세이에 대해 간략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로컬 오딧세이는 저희가 한 달에 한 번 정도 선보이는 다이닝 팝업인데요. 한 지역을 선정해 로컬의 식재료와 식문화 등 취재하고 저희가 찾은 맛을 6코스의 다이닝으로 선보이는 자리에요. 일상에서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식재료를 재발견하거나, 많이 소비되지 않는 새로운 식재료를 찾아 여러분에게 소개합니다. 이 동네에는 어떤 문화와 역사가 있고, 어떤 자연환경과 재료가 있는지 들여다보면 이 지역만의 독특한 식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질 수 있어요. 로컬 오딧세이를 경험한 분이 다음 기회에 그 지역으로 여행을 가신다면 또 다르게 보이는 것들이 생기겠죠. 이렇게 지역을 들여다보고, 지역의 맛을 찾아 즐기는 것이 어떻게 지구 환경에 도움이 되는지, 김태윤 셰프 식으로 재해석한 로컬의 음식을 맛보며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이에요.


여행 또는 취재를 다니시면서 행선지를 선정하는 기준이 있는지요? 그리고 현지에 가신다면 어떤 경험을 하시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저희는 여행지를 정할 때 자연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춰서 선택해요. 지난 여름, 인도네시아에 다녀온 것도 그렇고요. 다만, 국내와 국외로 나뉘는 것 같아요. 국내 경우에는 오랜 시간 쌓아온 저희만의 데이터가 있기 때문에 특정 계절에 어떤 먹거리가 나오는지 알고 그 맛을 찾아서 취재 겸 여행을 가는 경우가 가장 많아요. 여행을 하면서 여러 생산자분들도 만나 뵙고 이야기도 나누는 거죠. 국외인 경우에는, 인도네시아에 멸종 위기종인 오랑우탄을 만나러 간 것처럼, 지금이 아니면 이 친구들을, 혹은 이 광경을 보기가 힘들겠다 하는 것들에 우선순위를 맞춰 놓고 여행지를 정해요. 우스갯소리로 ‘미국이나 유럽은 우리가 조금 더 나이가 들어서도 가기 쉬운 곳이잖아’라고 이야기해요. 조금이라도 더 건강할 때 조금 더 힘든 곳에 가보자 하는 것도 있는 것 같고요. 슬프지만 보르네오 섬에 살고 있는 오랑우탄이나, 남극의 빙하는 우리가 지켜내지 못한다면 곧 사라질 수도 있는 것들이잖아요. 이렇게 앞으로 만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는 것들을 보러 가면 ‘이 아름다운 것들을 지키기 위해서 우리가 뭘 할 수 있을까, 뭘 해야 할까’에 대해 생각하고 자연스레 저희 일에 대한 동기부여가 되는 거 같아요. 이따금씩 사람들이 ‘자연을 위해, 환경을 위해 뭘 해야 할까요?’라고 얘기할 때 저희는 밖으로 나가 자연을 마주하는 시간을 늘려보라고 이야기 해요. 자연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우리에게 얼마나 큰 위안을 주는지 느끼고 오면 자연스레 자연을 위해 행동하고 싶은 의지가 생길 테니까요.


로컬 오딧세이 프로그램 진행 중간에 음식과 함께 직접 취재하신 내용에 대해서 소개해 주셨는데요. 작가님만의 특별한 현장 취재 방법이 있을까요?

정말 운이 좋게도, 저는 생명과학과 한국 음식을 전공하고 KBS 다큐멘터리 한국인의 밥상에서 취재작가로 일을 했었어요. 그래서 한국 음식과 지역의 식재료에 대해 취재하는 것이 저의 일상이었어요. 그 덕분에 전국 방방곡곡에 어머니, 아버지가 계시고, 자연스레 지역과 계절의 맛에 대한 데이터가 많이 쌓여 있어요. 이 계절에 어디 가면 뭐가 있고, 이걸 키우는 분들은 누구고 등등 이미 알고 있는 정보들이 많기 때문에 그분들께 연락을 해서 여쭙고, 또 새로운 분들 소개받기도 하죠. 오랜만에 뵙고 이야기를 나누며 현장에서 얻어지는 것들이 많은 것 같아요.


때로는 새로운 곳에 무작정 가기도 해요. 취지를 설명하면 흔쾌히 이것저것 알려주시고, 배도 태워주시고 양식장도 보여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때로는 민박 같은 데 묵으면서 할머니랑 친해지면서 알게 되는 것들도 많아요. 어머니들이 우리 동네는 특별한 게 없어 그러시거든요. 근데 냉장고를 열어보면 어머니들은 별거 아니라고 하는 게 저희에게는 굉장한 발견일 경우가 많아요. 군봇 무침 같은 음식을 예로 들자면 어머니들은 맨날 드시다 보니 이런 사소한 음식은 굳이 소개하고 싶지 않은 거예요. 하지만 저희는 그런 것들이 알고 싶은 거죠. (웃음)


오히려 지역의 유명한 음식보다는 평소 드시는 일반적인 식단이나 식재료 같은 것들이 도시인들에게는 오히려 좀 더 특별하게 와닿는 것 같아요. 

국내가 아닌 해외 지역을 선정해서 진행하실 때는 다른 방법이 있을까요?

로컬오딧세이 해외 편을 진행할 때나 해외 취재지를 정할 때에는 저보다 김태윤 셰프님의 역할이 많아져요. 워낙 세계 곳곳을 많이 다니기도 했고, 다양한 나라의 음식을 요리하니까요. 사실 해외 취재의 경우에는 가고 싶은 곳, 보고 싶은 것 등등 굵직한 주제만 몇 개만 던져요. 그러면 태윤 셰프님이 철저히 조사해서 그 계획하에 움직여요. 저희는 음식이나 동식물에 관심이 많으니까 현지인들이 가는 로컬 시장이나 로컬 음식점 등등 필수로 다니고요. 인도네시아의 염전을 취재한다거나 태국 갔을 때 굴 양식장 같은 데 찾아가 본다거나 하는 일들이죠. 다른 나라에서는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키우고 있는지 취재하는 일은 식문화의 폭을 넓히는 데 꼭 필요한 일인 것 같아요.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나라에 있는 농가와 염전 등 식재료를 생산하는 곳은 해외에도 있을 텐데요. 현지를 방문함으로써 도움이 됐던 것들이 있을까요?

‘세상은 넓고 바다 건너 이렇게 멀리 살고 있는 우리지만 한편으로는 참 비슷하게 살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 해요. 큰 방법은 같으면서도 가진 환경과 식재료에 따라 디테일이 달라지는 것도 너무 재미있고요. 닮은 듯 다르고, 다른 듯 닮은 삶의 방식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흥미로워요. 모두가 현지에 취재를 가볼 수는 없으니 최대한 많은 이야기를 전하고 싶고, 또 이런 이야기를 들은 분들이 기회가 될 때 경험해 보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어요.

디테일하게 설명해 주시는 이야기와 함께 음식도 함께 즐길 수 있는 덕분에 정말 현지에 가본 것처럼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깊이가 느껴지고, 좀 더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마음도 생겼던 것 같아요. 현장 취재하시던 중 발생되었던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사실 취재를 다니다 보면 당황스러운 일도 많고, 재밌는 일들도 많아요. 해마다 우리 바다에 자생하고 있는 다양한 바다나물을 취재하곤 하는데요. 취재지 중에 진도에서 들어가는 소마도라는 작은 섬이 있어요. 그곳에 저희가 찾고 있는 바다 나물이 자라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를 한 거죠. 어떻게 어떻게 연락을 취해서 갔는데 중간 섬에서 배가 안 뜬다는 거예요. 이 일을 어쩌나 하고 있는데 어촌 계장님이 새벽에 개인 배로 저희를 데리러 와주셨어요. 일면식도 없는 저희를 위해 달려와 주신 거죠. 그리곤 여기 저기 데리고 다니면서 다양한 해조류를 찾아 주시고, 지역의 사람들은 어떻게 먹어왔는지 알려주셨어요. 당신 일에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지만 저희의 이야기에 공감해 주시고 지역의 것에 애정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지요. 이런 분들을 만나면 정말 감동적이고, 더 잘 알려야겠다는 사명감도 들고 그런 것 같아요.

확실히 종사하고 계신 분들의 도움을 받고, 취재를 하시다 보면 마음가짐이 조금 더 단단해질 것 같습니다.

제가 그런 이야기를 하거든요. 우리가 식탁 위에 올리는 것들이 누가, 어떻게 키웠는지 아는 건 정말 중요한 일이라고요. 저희는 메뉴판에 이 식재료가 어디서 왔는지 표기합니다, 그리고 누구의 손을 통해 이 식탁 위에 올랐는지 알리기 위해 선장님과 농부님의 이름이 적기도 하는데요. 저희가 이런 것들을 꼭 표기하려는 이유는 사람들이 이 식재료를 거두는 사람이 누군지 알았으면 하기 때문이에요. 그 내용을 안다는 것은 지역과 생산하는 사람 그리고 우리의 연결고리 관계가 생긴다는 것이지요. 그러면 어느 하나 허투루 소개하고 싶지 않고, 낭비하고 싶지 않아지는 거예요.


셰프님도 그러시거든요. 농장에 다녀오면은 재료를 다룰 때 생산자분들의 얼굴이 떠오른대요. 그러면 훨씬 더 맛있게 소개해야겠다는 마음이 막 샘솟는대요. 때로는 늘 맛있는 과일을 전해주는 농부님이 계셨는데 올해 과일 맛이 조금 떨어져도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는 거죠. 농부님 마음 속상하실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이 과일의 맛이 올해는 조금 떨어지니 어떻게 요리를 해보면 좋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 것 같아요. 이해심도 생기고 사람의 관용도 생기는 것 같은데, 여러분들이 저희처럼 늘 취재를 다닐 수 없으니 저희를 통해서 그런 것들을 알게 되고, 이분들의 마음을 아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큰 것 같아요. 단순히 비용을 내고 먹는 음식이 아니라, 이러한 환경에서 이러한 사람들의 노고로, 이런 사람들의 사랑으로 키워진 거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서요.

이번 인도네시아 편을 경험해 보니 메뉴의 형식이 현지의 음식들로 구성이 되어 있으면서도 식재료는 우리나라의 농가나 어촌계의 식재료로 만들어져 놀라웠습니다. 

이렇듯 현지의 식재료가 아닌, 우리나라 식재료를 위주로 사용하시는 이유가 있을까요?

‘사람들이 여행을 떠난 듯 함게 즐겼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으로 여러 나라 음식을 선보이는데요. 사실 인도네시아 편은 번외 편이었어요. 왜냐하면 <로컬 오딧세이>는 지리산, 울릉도, 속초, 태안, 거문도 등 주로 한국의 지역을 주제로 진행해 왔어요. 하지만 이번엔 특별히 저희가 한 달 동안 경험한 인도네시아를 소개하고 싶어서 준비했는데요. 인도네시아에 너무 맛있는 음식들이 많기도 했고, 여행을 가지 못한 분들도 함께 즐겨봤으면 하는 마음으로 진행했습니다. 사실 한국도 마찬가지예요. 지리산과 울릉도를 저희처럼 자주 다니면서 취재하기는 힘드니까요. 셰프님의 재량이지만 기본적으로는 사람들이 여행을 가듯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되, 이 식재료가 가장 돋보일 수 있는 퀴진 타입을 선택하고 있어요.


속초 편을 예로 들어본다면 감자떡이라는 생선이 있었는데, 로컬에서는 생선찜으로 즐기지만 태윤 셰프님은 이 식재료를 이탈리아 식으로 풀어냈어요. 이런 저런 방법으로 요리해 보고 가장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선보이는 거죠. 이런 경험을 통해 여러분들이 자연스럽게 로컬의 식재료에 관심을 가지고 어디서 구매할 수 있는지 여쭤 보시곤 해요. 그러면 저희는 흔쾌히 생산자를 소개합니다. 이렇게 로컬에서 나는 생선과 다양한 식재료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지니 저희는 식재료의 다양성과 로컬의 생산자에 한 번 더 기여할 수 있는 것이죠.


로컬 오디세이 인도네시아 편과 같이 해외 음식을 한국의 식재료로 사용해서 만들었을 때, 동일한 식재료를 사용해도 현지와 같은 맛을 구현하기는 어려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현지 음식의 맛을 살리면서도 우리 로컬 재료로 맛과 매력을 살릴 수 있었는지요?

식재료의 이해도에 대한 것 같아요. 사실 이건 셰프님의 재량인데, 쉬운 예로 들어보자면 거기서 먹어본 당근이랑 여기서 먹어본 당근은 다를 거잖아요. 그럼 어떤 점이 다른지를 파악하고, 어떤 요소를 건드리는지에 따라 현지에 가까운 맛을 내면서도 아워플레닛 그리고 김태윤 요리사만의 색깔을 낼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 같아요. 그 식재료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으면 실패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해도가 가장 중요하죠.


메뉴를 구성하시면서 어떤 점에 영감을 받아 개발하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이건 저보다 셰프님이 이야기해야 하는 부분인 것 같지만 제가 이야기를 드리자면 현지에서 이 재료를 어떻게 먹는지 먼저 찾아봐요. 가장 먼저 생산지에서 원물로 먹어보고, 현지에서 가장 많이 즐기는 방법을 찾아 또 먹어보는 거예요. 이렇게 하나하나 요소를 뜯어보면서 이 재료가 가장 돋보일 수 있는 음식을 찾아내는 거죠. 예를 들어 현지에 있는 a라는 요리가 있고, 기름과 고춧가루와 식초를 썼다고 가정해 보세요. 그럼 ‘인도, 스페인, 태국에 이런 조리법을 쓰는 요리가 뭐가 있지?’라고 생각하며 방법을 찾아가는 거예요.


이런 과정과 더불어 음식이 나오는 때마다 설명과 함께 식재료 본연의 상태, 현지의 사진과 영상 등 시각적인 요소도 함께 보여주시는 방식이 인상 깊습니다.

사람들이 현장에 가보지 못했지만 최대한 가본 것처럼 느껴보고, 음식에 들어가는 식재료가 원물에 가까운 모습을 봤으면 하는 바람이 있거든요. 그래서 이 요리는 어떤 요리인데 어떤 식재료를 썼는지 소개하면서 그 재료를 사진으로 보여 드리거나 때로는 원물을 보여 드리기도 해요. 현장의 자료를 함께 보면서 생산하는 분들이 어떤 방식으로 재배를 하는지 이야기하고 싶기도 하고 때로는 이 식재료를 먹는 게 어떻게 지구 환경에 도움이 되는지 그런 이야기를 드리기도 해요. 예를 들어 해녀 어머니의 작업하는 성게를 맛보면서, 성게를 먹는다는 것이 어떻게 바다에 도움이 되는 일이고, 어떻게 탄소 발자국을 줄이면서 해녀라는 직업군을 응원하는 방법인지 이야기해요. 식재료 안에 숨은 다양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거죠.


초반에 아워플래닛에 대해서 설명해 주시면서 말씀하셨던 <관계>와 이어지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이와 더불어 행사 진행하는 동안 한 테이블로 구성되어 함께 식사를 즐기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요. 작가님만의 손님분들과 소통하시는 방식이 있을까요?

저는 여기 오는 분들이 저희와 같은 관심사, 같은 가치관을 가진 분들이라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가능하면 팝업이나 워크숍을 원 테이블로 진행하려 하죠. 오시는 분들끼리도 서로 알아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죠. 처음 오시는 분들 그리고 기존에 몇 번 오셨던 분들이 자연스레 서로 섞이게 되는데 이렇게 둘러앉아 함께 식사를 함으로써 관계를 쌓아 가는 것이죠. 특히 저는 사람을 굉장히 좋아해서 팝업이나 행사가 진행되는 날은 일하는 날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가장 흥이 나는 날이기도 해요. 함께 맛을 나누고, 이야기를 나누고, 술잔을 기울이며 같은 곳을 바라보는 동지가 생기는 시간인 거죠.


이곳을 운영하고 계신 셰프님, 작가님 그리고 미식 경험을 위해 방문하시는 손님과의 경계가 크게 느껴지지 않았던 덕분에 서로 반갑게 인사해 주시는 모습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또, 함께 한 테이블에 모여 앉아 미식의 경험과 지속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은 아워플래닛이기에 가능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던 것 같아요.

네, 그렇기 때문에 오시는 분들이 조금 더 마음을 열고 오시면 좋겠어요. 내가 이 음식을 먹으러 왔다는 생각도 있겠지만, 같은 곳을 바라보는 사람들과의 만남의 자리이자 소통의 자리라고 생각하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손님들한테 제가 알고 있는 지식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손님들은 또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나누는 거죠. 그래서 오시는 분들을 통해 힘을 얻기도 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죠. 서로 간의 상호작용이 중요한데 역시 여기서도 핵심 키워드는 <관계>인 거예요. 사실은 여러분들과 관계를 맺고, 이분들이 나가서 또 다른 분들과 이야기를 하는 등 우리가 다 같이 한 커뮤니티 안에 들어와 있다는 것이죠.

아워플래닛의 다양한 프로그램도 있지만 식재료와 동물, 그리고 환경에 대한 스토리와 메시지에 대한 소개가 또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요?

인스타그램에는 짧은 형식으로 자주 업로드를 하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고 웹사이트에는 조금 더 전문적인 내용을 아카이빙 하려고 해요. 그리고 월 1회 뉴스레터를 통해서도 알리고 있습니다. 웹사이트를 보니 진행하시는 다양한 활동들뿐만 아니라 동물 복지, 제로 웨이스트, 바다 등 다양한 주제가 다뤄지고 있어서 좋았어요. 또 레시피도 있고요. 맞아요. 사실은 더 많은 주제들을 다루고 싶지만 모두 세분화할 수는 없어서 큰 카테고리별로 내용을 조금씩 기록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이곳에 방문해 주시는 분들은 그런 주제나 내용을 알고 방문 주시는 편인가요?

정말 알고 오시는 분은 3분의 1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아워플래닛에 오면 희한하고 맛있는 것이 많다고 해서 오시는 분들이 가장 많아요(웃음) 많은 분들한테 소개를 하기 위해서는 사실 인스타그램이 전파력이 빠르기도 해서 장점이 있는 것 같긴 해요. 간혹 1년어치를 미리 예약하고 가시겠다는 분들도 계셔요. 물론 1년어치를 미리 받지는 않습니다만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우리가 전달을 잘 했나보다 싶어서 뿌듯하기도 합니다. 정말 공감하시고 계시는구나 하고요.


그런 피드백들이 어떻게 보면 힘이 많이 되었을 것 같아요.

그럼요. 저희에 대한 응원이고 지지니까요. 팝업 다이닝에 매달 참석하신다거나 ‘플래닛 박스’ 매달 주문하시는 분들이 계세요. 저희가 하는 모든 프로젝트에 응원을 보내주시는 분들도 많고요. 정말 힘이 됩니다. (웃음) 늘 감사하죠.


식재료에 대한 지속 가능성 외에도 우리가 꾸준히 관심을 가져야 하는 주제가 있을까요?

저는 사람들이 조금 더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면 좋을 것 같아요. 그게 자연에 대한 배려가 될 수도 있고, 동식물에 대한 배려일 수도 있어요. 물론 사람에 대한, 생산자에 대한 배려이기도 하고요. 배려하는 마음을 통해 쓰레기를 줄이고 싶은 마음도 생기는 것 같고, 로컬의 것들을 즐길 수 있는 기회도 생기고, 자연스럽게 동물 복지를 생각하게 되는 거죠. 배려하는 마음이 연결되어 결국에는 행동으로 이어지고 큰 영향력이 된다고 생각해요.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인터뷰 막바지에 이른 것 같습니다. 이제 서촌과 관련된 내용으로 질문을 드려보고 싶어요.

서울이라는 도시 안에서도 무수히 많은 동네가 있는데 서촌에 자리를 잡으신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김태윤 셰프님이 어렸을 때 서촌으로 이사하신 뒤로 38년 정도를 서촌에서 거주하셨대요. 서촌이 고향인 셈이죠. 저는 경남 거창에서 자라 강남- 마포를 거쳐 서촌에 정착하게 되었는데요. 저나 셰프님이 서촌을 가장 사랑할 수 있는 이유는 서촌이 서울 안에서 그래도 조금은 자연과 인접한 곳에서 삶을 즐길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여기 나가서 몇 발자국만 나가보면 인왕산이 보이고, 수성동 계곡을 볼 수 있어요. 봄밤에 일을 마치고 랩을 나서면 아카시아꿀 단지 안에 들어온 기분이 드는데요. 그럴 때마다 감탄하며 생각해요. 서울 어디에 이런 곳이 있겠느냐고 말이죠.


두 번째는 동네를 거닐면서 인사할 수 있는 이웃이 있다는 게 진짜 너무 좋아요. 위층에도 너무 좋은 화가분들이 살고 계시고 맞은편에도 저희가 너무 좋아하는 에디터분들이 살고 계세요. 급한 일이 생기면 마음 놓고 SOS를 칠 수 있는 친한 동생들도 있지요. 저희 팝업에 왔다가 친해진 이웃들도 있고요. 요리 연구하고 남는 것들은 이런 이웃들과 나눌 수도 있어요. 서촌에는 이렇게 뭔가 나눌 수 있는 이웃이 있다는 게 너무 좋아요.


수많은 식재료와 자료를 취재하시기 위해서 많은 곳을 방문하실 것 같아요. 

돌아다녀 보셨던 곳 중에 유독 서촌의 분위기와 비슷했던 지역이 있었나요?

셰프님께서는 유럽의 오래된 타운이 서촌과 비슷하다고 하시더라고요. 인근에 궁이 있고 걸어 다닐 수 있는 구시가지와 좁은 길이 있고, 이웃이 있고 옛 건물이 남아 있는 그런 풍경들이요.


현재 계시는 이 건물이 100년 정도의 시간을 담고 있는 곳이라고 하셨는데, 이 자리를 선택하시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셰프님께서 이 건물을 몇 십 년 동안 좋아하셨대요. 그러다가 저희가 서촌에 사무실을 얻으려고 했을 때 여기가 나와 있는 거예요. 들어와서 보니 천연 바위가 실내에 들어와 있는 걸 발견했어요. 이 건물을 지을 때 100년 전에는 이 바위를 다 깎아내기가 힘드니까 그 위에 세운 거라고 하더라고요. 이 바위 구조가 건물 1층까지 내려가 있어요. 자연이 그냥 너무 가까이 있다는 점이 너무 좋아서 저도 무조건 오케이 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렇게 공간을 본 그다음 날 바로 계약을 했나 봐요.


이후에 실내 인테리어를 하면서 발견한 재밌는 사실이, 천장도 100년 전에 있던 천장 그대로라고 해요. 지속가능성이 잃어버렸던 연결고리를 하나씩 엮어가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점에서 여러 가지 의미로 저희와 알맞은 공간이라고 생각했어요. 원래라면 다 연결된 생산자와 소비자도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연결고리가 깨져버린 거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그 연결고리를 다시 어떻게든 이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지역 음식에서 사라져가는 식재료나 식문화를 소개하는 일도 시간과의 연결고리를 이어가기 위한 노력이거든요. 이 공간은 저희에게 그런 의미로 자연과 시간의 연결고리가 늘 맞닿아 있는 곳인 거예요.

원테이블 구성으로 다이닝을 준비하시다 보면 사람들마다 조금 불편해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또 오히려 신선하게 느끼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아요. 주된 반응은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여기 오시는 분들은 조금 열린 마음이신 것 같아요. 식재료와 문화에 관심과 호기심이 많고, 행동할 수 있는 그런 열린 마음이 있는 분들이 많아서 그런지, 자신이 계산한 와인을 나누거나 하는 분들은 많아도 불편해하시는 분들은 아직 없었던 것 같아요.


서촌유희는 수평적 호텔을 키워드로, 서촌에서 마을 호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이번 인터뷰를 통해서도 소개하고 있지만 또 시도해 보면 좋을 협업이 있을까요?

서촌유희 스테이에 머무시는 분들께서도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에 굉장히 관심이 많은 분일 것 같아요. 숙박하시는 것뿐만이 아니라 정말로 동네에 스며들어 건강한 식문화와 식재료, 나아가 환경과 지속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해 보실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만들어드리고 싶어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아워플래닛의 즐겁고 의미 있는 탐구가 쭉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저희도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웃음)

인터뷰를 마치고 나니 그동안 생각해 보지 못했던 우리 식탁위에 올라오기 까지 얼마나 많은 이들의 노력과 땀이 들어갔는지, 작고 사소한 관심과 변화가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되는지 느껴보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들은 이번 인터뷰를 통해 어떠한 생각이 들으셨나요? 우리의 일상 속에서 작은 변화를 통해 우리의 건강과 지구의 건강이 이루어지길 희망합니다.

서촌유희 24번째 인터뷰는 여기서 마치며, 더 좋은 소식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글 | 서촌유희          사진 | 서촌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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