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게 뻗은 대로변을 사이로 가로수가 펼쳐지는 길목, 통유리창 너머로 오픈된 주방과 순서에 맞춰 제공되는 코스 요리로 테이블을 장식하는 오카즈가 자리합니다. 매번 방문 때마다 다르게 구성되는 음식과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한 메뉴북까지. 이곳에 찾아드는 손님의 특별한 경험을 극대화 하기 위한 오카즈 만의 환대 '오모테나시'가 인상적입니다. 오카즈 이름에 담긴 뜻처럼 일본 가정식 속 담겨진 요리 이야기, 지금의 오카즈가 되기 까지의 여정 그리고 지속 가능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순서에 따라 흐르듯 전달되는 음식 이야기에 매료되길 바라며, 이번 서촌유희 25번째 인터뷰를 통해 오카즈 대표님과 나눈 인터뷰를 이어갑니다.
안녕하세요. 25번째 서촌유희 매거진을 통해 <오카즈>를 소개하게 되었습니다. 인터뷰를 통해 처음 접하시는 분들을 위해 간단히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먼저 오카즈는 일본어로 반찬이라는 뜻입니다. 저희는 일본 가정식을 드시기 좋은 안주로 제공해 드리는 가게인데요. 제가 일본에서 요리 공부를 하면서 가정식에 대해 많이 배웠던 덕분에 저희 특화가 가정식이 되었던 것 같아요. 또, 제가 좋아하는 술과 연계해 일본식 환대 ‘오모테나시’를 저희만의 방식으로 풀어냈습니다. 그렇다 보니 가정식 반찬을 이름으로 떠올리게 되었고, 여담이지만 제가 공부 했던 일본의 동경에서는 반찬을 오카즈라고 부릅니다. 이렇게 여러 의미를 담아 ‘오카즈’라는 이름이 되었어요.
오카즈라는 이름과 더불어 젓가락과 접시를 들며 웃고 있는 로고의 형태가 귀엽고 독특한데요. 로고에 담긴 의미도 있을까요?
오카즈가 반찬 바라고 할 수는 없고, 서양에서는 동양의 반찬을 전부 타파스의 개념으로 묶는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페니스 타파스라고 하면 ‘일본 반찬’이라는 뜻이니까요. 그렇게 명명하고, 타파스라고 했을 때 작은 접시의 이미지가 떠올라 접시 그림을 그리고, 접시와 얼굴만 그리면 아쉬워 반찬을 집어 먹을 수 있게 젓가락도 붙이고, 술도 연계하는 곳인 만큼 술병까지 들게 했어요. 마지막으로 발이 없으면 심심하니까 발까지 붙여 로고가 완성되었죠. 로고의 겉모양은 일본풍 패턴 중에서 깔끔한 시트 재단이나 로고 작업이 가능한 것으로 고르고, 표정의 디테일에 대해 신경쓰려고 노력했어요. 덕분에 술과 음식을 탐할 것 같은 얼굴과 표정으로 그려냈고요. 오카즈의 로고는 오카즈 위층에 오픈북 사장님께서 그려주셨어요.
이름에 담긴 의미와 로고가 생겨난 과정을 떠올려 보니 세심하게 고민하셨을 것 같습니다. 이와 더불어 가게에서 제공하는 메뉴들의 구성과 특징이 있을까요?
보통 시장하신 타이밍에 많이 오시니까 빨리빨리 낼 수 있는 것들 위주로 구성했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식사 초반이다 보니 대화를 나누다 보면 음식이 식거나 맛이 떨어질 수 있잖아요. 그런 데에서 고안한 방법이 초반에 제공되는 2~3가지 메뉴는 콜드 메뉴 위주로 해서 구성을 해요. 처음에는 가벼운 반찬 3가지로 구성하고 있지만 식어도 맛이 괜찮은 메뉴로만 구성하죠. 그런 식으로 일본 반찬 맛보기를 하실 수 있도록 내어 드리고, 샐러드와 사시미가 나가는 식의 구성은 늘 동일하고요. 본격적인 식사의 시작으로 술이 당기는 메뉴가 필요하니 아게모노 튀김 요리가 들어가고, 튀김을 드시면 느끼할 수 있으니 탕 요리가 제공됩니다. 5번째 메뉴 즈음이 되면 이미 술을 어느 정도 드신 상태라 해장하기 좋은 메뉴로 구성해요. 탕으로 다시 리셋을 하고 나면 약간 묵직한 메뉴와 식사가 나가고, 마지막에 후식이 나가는 식으로 메뉴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메뉴가 제공되는 순서들이 마치 하나의 시퀀스로 연결되는 것 같습니다. 손님들께서 주로 식사하시는 형태나 시간에 따라 구성하신 건가요?
네, 그렇죠. 초반에는 손님들이 식사하시면서 특정 때에 찾으시는 메뉴들과 생각나는 가정식은 전부 다 넣었어요. 그렇다 보니 확실하게 니즈에 맞는 건가 하는 의문점이 많이 들었는데요. 저는 시작 전 테스트를 해보는 성격이라 손님들께 너무 죄송하지만 계속 물어봤던 것 같아요. ‘이게 괜찮으세요?’ 혹은 ‘이 타이밍에 어떤 게 나가면 좋을까요?’ 하고 물으면 부족했던 점에 대해 말씀해 주시고, 다음번 방문하실 때 술이나 음식으로 갚겠다고 하면서 계속 여쭤봤어요. 그 덕분에 지금과 같은 구성을 하고 있고요. 코스의 형태가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초반에 콜드 메뉴가 제공되고, 그다음으로 튀김과 탕 메뉴로 제공되는 식인데 이처럼 큰 대분류는 늘 정해져 있지만 손님들과 팀마다 메뉴를 맞춤 형태로 제공해 드리고 있어요. 예를 들어 세 팀이 오셨다고 가정해 본다면 세 팀 모두 방문 횟수가 다르고, 그전에 드셨던 메뉴들이 다 달라요. 그렇기 때문에 오시는 분마다 튀김이라는 범주 안에서 안 드셨던 메뉴들로 구성하고, 손님마다의 호불호에 따라 메뉴를 세부적으로 구성하기도 하죠.
말씀하신 것처럼 손님 맞춤 형태로 메뉴가 구성되는 것 같습니다. 어느 정도 짜인 구성이 있지만 오시는 손님에 맞춰 매번 다른 구성으로 제공되면 힘드시지 않으신가요?
크게 힘들지 않은 이유는 오시는 손님마다 방문하시는 기간이 다르세요. 또, 늘 새로운 걸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저희가 오픈할 때부터 만들었던 이 가게의 시스템이기도 해요. 지금은 이제까지 개발해 온 메뉴 중에서 서로 다른 구성으로 활용하고 있죠.
손님마다 새로운 메뉴를 제공하기 위한 오카즈만의 특별한 방식이 있나요?
우선 손님들께 맞추기 위해 고객 DB를 제가 직접 관리하고 기록을 보관하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메뉴판을 매일 아침 새롭게 만드는데요. 손님이 방문하실 때마다 준비되었던 메뉴판이 있겠죠. 다녀가신 후 메뉴판에 주석처럼 그날 드셨던 술이나, 제공된 음식마다의 호불호를 기록해요. 그런 방식으로 관리하다 보니 손님이 다시 방문하실 때 메뉴가 최대한 겹치지 않도록 구성할 수 있었고, 때로는 다른 손님들께 제공되었던 메뉴 중 골라 새로운 조합으로 구성하는 식의 관리를 해서 손님들이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요.
메뉴가 변경되는 주기에 따라 활용하시는 식재료가 있으신가요?
메뉴가 변경되는 시기는 제가 생각했을 때 정말 최대 한 달이고, 최소한 보름에 한 번씩은 바뀌는 것 같아요. 손님에 따라서 다르게 변경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매일 매일 바꾸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죠. 또, 저희는 식자재를 받는 거래처가 없어요. 제가 직접 다 발로 뛰어 식재료를 구하기 때문에 지금 절기 때 가장 맛있는 것들을 좀 찾아다니고 있어요.
손님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본다면 메뉴 구성까지 세세하게 신경 써주시는 점이 감동적으로 와닿을 것 같아요. 인터뷰 초반에 요리와 더불어 술을 연계한다고 하셨는데요. 대표님께서 추천하시는 메뉴와 술이 있을까요?
저희의 정체성을 담는 메뉴라고 하면 단연 첫 번째 메뉴이고요. 오카즈 3종이라고 하는 메뉴예요. 원래는 월에 한 번씩 바뀌는 메뉴였는데, 자주 재방문하시는 분들이 많아지면서 월 1회 이상으로 계속 메뉴가 바뀌고 있어요. 좋은 재료가 있을 때마다 바뀌기는 하지만 저희만의 색깔은 늘 담겨 있고, 늘 보던 오카즈의 접시에 매번 다른 재료와 다른 담음새로 제공해 드리죠.
초반에 가볍게 집어 드시면서 술맛에 조금 더 집중할 수 있는 안주들이라서 저희 가게의 정체성을 담은 메뉴 1위가 아닐까 생각하고요. 어울리는 술은 역시나 사케입니다. 사케 니혼슈 중에서는 저는 개인적으로 좀 균형이 좋은 타입을 선호해서 손님들께도 그런 것들의 맛을 조금 많이 알려드리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오카즈에 대해 알아봤을 때, 손님마다의 메뉴 구성과 더불어서 코스와 주류까지 설명이 이루어지는 게 좋았다는 평이 많았는데요. 페어링의 장점이 있을까요?
저희가 주류를 판매하지만, 페어링에 제공되는 사케들은 전부 메뉴에 없어요. 하지만 많이 찾으시거나 호불호가 적은 것, 그리고 일본 술을 세 가지 카테고리로 나눈다고 했을 때 세 가지의 충족할 수 있을 만한 것들을 제가 찾으면 그걸 페어링으로 넣어요. 그렇다 보니 큰 틀은 자주 바뀌지는 않고요.
새롭고 더 맛있는 대체품을 찾았을 때만 바뀌는데, 손님들의 방문 기간이 짧아지고 이전에 페어링을 통해 사케를 많이 드셔보신 손님의 경우 입맛과 취향에 대한 데이터가 있어 거기에 맞춰서 페어링과 상관없는 병을 따서 새로이 제공하고 있어요.
메뉴 제공은 10가지 코스 형태로 제공하시는데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술을 마시면서 다양한 안주와의 페어링을 경험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았어요. 음식과 어울리는 페어링 메뉴를 찾는 재미도 있고, 다양한 음식을 즐기다 보면 한 가지 주종만으로는 조금 아쉬울 수도 있잖아요. 예를 들어 ‘사케’라고 해도 단맛으로 시작했지만 탕 메뉴에는 드라이한 게 어울릴 것 같을 때 주문으로 이어질 수도 있게 되는 거죠. 그런 식으로 음식과 술의 지평을 넓혀가는 재미가 안주가 다양할 때 나오는 매력이 아니겠냐고 생각했어요.
초반에 이야기했던 것처럼 제페니스 타파스이다 보니 작은 요리잖아요. ‘적어도 7~8개 이상의 메뉴가 제공되지 않으면 포만감을 느낄 수 있을까?’ 하는 고민하다 보니 부족한 것보다 넘치는 게 낫다는 생각으로 코스를 구성하게 되었습니다.
오카즈에 처음 방문했을 때 모던하지만 벽면과 조명의 색감이 따뜻하고, 그런 분위기 속에서 손님들이 제공되는 음식의 흐름에 맞춰 식사하실 것 같은데요. 이 공간을 구성하시면서 염두에 두셨던 점이 있으신지요.
먼저 이 공간의 시그니처 컬러를 오렌지색으로 잡았는데 그 이유는 너무 단순해요. ‘오픈북, 오카즈, 오렌지’와 같이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색으로 선정했어요. 공간은 최대한 모던하면서도 많은 디테일을 넣지 않도록 구성했던 것 같아요. 초반에는 유행하는 디자인에 눈길이 가더라고요. 한창 미드 센츄리 모던 콘셉트가 유행할 때, 옷걸이나 조명도 맞춰서 찾아보고 했는데 그렇게 채우다 보면 반년 만에 새로 바꿀 것 같았어요. 그래서 최대한 무난하지만 10년 뒤에 봐도 질리지 않을 것 같은 것으로 채우자, 라고 해서 완성되었어요. 그래도 유행이지만 꼭 하고 싶어 고집했던 건 유럽식의 미장이예요. 테이블 상판을 이렇게 미장으로 제작하는 건 업자분들도 반대했었거든요. 그래도 이 테이블 위에서 음식 사진을 찍었을 때, 수채화 안에 제가 만든 음식이 올려져 돋보이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또, 사진도 찍었을 때 잘 나올 것 같고 자연스러운 느낌을 살릴 수 있을 것 같아서 요청했죠. 또 하나는 공간 안에 직접 조명을 하나도 넣지 않았어요. 전부 다 간접적으로 은은한 빛이 비칠 수 있도록 했고, 바 상부랑 하부에도 안쪽으로 숨겼어요. 테이블 안쪽으로 음식을 놓고 촬영했을 때, 마치 플래시 들고 다니면서 사진 찍으시는 것처럼 보이는 효과가 있더라고요. 그런 부분들에 있어 신경을 많이 쓰려고 했어요.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면 오픈된 주방과 테두리를 따라 둘린 바 테이블이 가장 먼저 맞이하게 되는데요. 특별한 이유가 있을지 궁금합니다.
저만의 무대를 만들고 싶었어요. 손님들이 식사하시면서 어떤 요리가 만들어지는지 요리의 과정을 직접적으로 보실 수 있도록 구성하고, 시선에 불편하지 않도록 최대한 미리 출근해 깔끔하게 정리하고 있어요. 그런 식으로 최대한 많은 것들이 보일 수 있도록 구성해 제가 무대에 서는 타임에는 수면 아래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백조처럼 접객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어요. 손님들께서도 내가 이렇게 정갈하고 자연스럽지만 분주하지 않게 흘러가는 이 공간에서 쉬면서 맛있게 먹고 있다. 그리고 평화롭다 같은 느낌을 받으실 수 있을 것 같아서 만든 무대예요.
사장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려 합니다. 일본에서 요리 공부하셨다고 말씀해 주셨는데요. 어떻게 요리를 시작하시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요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오픈북 사장님의 영향이 있었던 것 같아요. 오픈북 사장님이 먼저 요리를 배우고 싶다 라고 이야기를 했었고, 배움의 여정을 찾다 보니 외국을 가야 하는 거예요. 특히 서양권에서 요리를 배우고 싶어 해서 가게 됐고, 요리에 대한 첫 번째 여정은 동생과 둘이 같이 시작해도 좋다는 이야기를 나눴어요. 저도 맛있는 음식 먹는 것을 좋아하고, 가장 좋아하는 게 요리가 아니라서 오히려 업으로 삼아도 되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건 술인데 함께 묶을 수 있을 만한 두 번째로 좋아하는 게 요리예요. 첫 번째로 좋아하는 게 일이 되면 서글픈데 두 번째로 좋아하는 게 일이면 행복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놀이를 시작하게 됐어요. 이후 시기를 맞춰서 동생은 파리로 떠나고, 저는 1~2개월 정도 뒤에 준비를 마치고 도쿄에 공부하러 다녀왔어요.
요리 공부를 하시기에 여러 국가가 있었을 텐데, 그중에서도 일본을 선택하시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요리 공부를 하기 위해 떠나기 전, 취미 삼아서 미리 공부했던 덕분에 언어가 자유로웠어요. 취미라고 하기에는 조금 열심히 했지만, 일본 여행을 자주 다니다 보니 ‘일본과 관련된 무언가를 하지 않을까?’ 하고 진로를 탐색하면서 공부를 해보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아요. 6개월에 한 번씩 시험 있는데요. 3급으로 시작해 1급까지 따면 1년 반 정도 걸렸어요. 그렇게 1급을 땄던 해에 동생이 요리하고 싶다는 둥 여러 가지 타이밍이 우연으로 맞았어요. 저도 고민 없이 언어가 되고, 리소스가 많이 모여 좋은 것들을 경험하고 배워볼 수 있는 일본의 수도 도쿄로 가자고 해서 정말 단순하게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일본에서 요리를 배우시면서 어떤 과정으로 배우시게 됐나요?
일본어 공부를 하는 시기에 한 번씩 언어를 사용하지 않으면 동기 부여가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언어 능력이 얼마나 신장했는지 확인할 겸 해서 일본 여행을 종종 다니고 있었어요. 이후 요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정해지면서부터는 여행을 가서도 요리를 배울 수 있는 방향으로 찾아봤죠. 예를 들어 단기로 임대해 거주할 수 있는 집이라거나, 배우고 싶은 일본식 가정요리는 학교를 다니지 않고 어떤 식으로 공부해야 가장 효율적인 방법인지에 대해 한국에서부터 찾아보니 너무 많더라고요. 유명한 연구가 선생님들은 대개 이메일과 스튜디오 등 연락할 수 있는 정보가 있어요. 미리 스튜디오 혹은 연구실 주소를 수집하고, 이메일과 국제 전화로 만날 수 있도록 약속만 잡았어요. 그러고 나서 그 약속을 위해 도쿄에 가서 한 분 한 분 만나 어떤 것을 배우고 싶은지, 여정은 어떻게 될 것인지 설명해 드리면서 요리와 배움에 대한 포부를 이야기해 드리고 이후 일정을 짜서 공부하게 되었어요.
일본에서 요리를 공부하신 후에 한국에서 돌아오셔서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한국에서의 시작은 식당을 하려고 목표를 한 게 아니라, 업장 경험은 없고 쿠킹 클래스 식의 교육을 하는 방식으로만 배웠기 때문에 제가 가르치는 방향으로는 가능할 것 같더라고요. 한국에서 쿠킹 클래스를 메인으로 하는 공방을 만들자, 라고 해서 여동생이랑 같이 작품을 하게 됐어요. 요리에 대해 가르치는 걸 먼저 시작해 그 안에서 여러 가지 파이가 자연스럽게 넓어진 것 같아요. 하지만 여동생과 막상 같이 일을 하다 보니 각자의 색이 강한 사람들이었어요. 두 가지의 색을 같이 융합하는 작업이 생각보다 어려워 하나의 공간이지만 따로 클래스를 진행하고, 필요하면 협업해 클래스를 진행하는 식으로 운영하게 되었어요. 저는 스케줄에 맞춰 간헐적으로 운영하는 것보다 늘 지속적으로 운영해 사람들과 소통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더라고요. 또, 저만의 치열하게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고 저만의 색을 살려 많은 일을 해보고 싶었던 것 같아요.
인터뷰가 진행되면서 말씀하셨던 손님마다 다른 메뉴 구성하는 방식과 더불어 오카즈만의 손님을 맞이하는 프로세스가 있을까요?
네, 메뉴에 대해 말씀드린 것처럼 오시는 손님마다 전용 메뉴판을 만들어 드려요. 저희 가게에 오시는 단골손님들은 메뉴판을 모으셔서 얼마만큼 방문하셨는지, 어떤 메뉴를 드셨는지 비교하시며 수집하는 작업 같은 걸 하시거든요. 그런 것들이 저희만의 손님을 맞이하는 특별한 방식 중 하나이고요.
식사를 마치시고 가실 때 문 열어 드리고 꼭 밖에서 인사를 드리는 것, 플레이 리스트까지는 아니지만 단골손님들 같은 경우에는 좋아하시는 노래가 있어요. 원하시는 분들만 신청받아 틀어드리기도 하고 있어요. 특정 손님이 오시면 반드시 신청하시는 곡이 있는데, 그 손님이 오시면 입장곡처럼 틀어 드리기도 해요.
세세하게 신경 써 주시는 부분이 손님들도 감동하실 것 같아요. 가게에 주로 찾아오시는 고객층들이 있을까요?
큰 분류로는 3가지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아요. 먼저 단골손님으로는 혼자 한잔하러 오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바 테이블의 맨 안쪽 자리가 주로 혼자 오시는 분들을 위한 자리인데요. 그 자리에 앉으시면 제가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접객할 수 있고, 어색하지 않은 자리라서 주로 많이 이용하시는 것 같아요.
두 번째로 이 근방에 거주하시는 신혼부부와 커플들이 많이 오세요. 커플이 데이트하러 오시는 느낌보다 저랑 셋이 친구가 돼서 교류하는 느낌으로 많이 오세요. 커플이 함께 오시면 메뉴판에 두 분의 이름을 같이 적어드리기도 합니다. 최근 고객님들 중에 가장 특별한 경험인 것은 초반에 만나기 시작할 때부터 오카즈에 방문해 주셨다가 지금 결혼하시게 됐대요. 그래서 올해 연말에 결혼식 이후 가족들이랑 친지들만 초대해 저희 가게에서 피로연을 하고 싶어 대관 개념으로 할 수 있는지 문의하시기도 했어요. 그래서 저와 조율을 해보기로 했던 일이 정말 특별한 일이었고요.
마지막으로 주변에 늘 고정적으로 오시는 거래처 혹은 회사가 있어요.
처음에 방문하신 손님이 식사하시고 마음에 드셨는데, 한 분씩 다른 일행분과 함께 오셨어요. 이제는 서로 소개해 주시면서 함께 방문해 주시는지 따로 식사하러 오셔도 이곳에서 만나 인사도 나누시고, 합석도 하시더라고요. 크게 나눠본다면 그 정도인 것 같아요.
만약 대표님께서 손님으로 가정해 본다면 오카즈의 매력은 어떤 게 있을까요?
오카즈라는 가게 자체가 너무 사랑스럽지만, 이 공간이 사라지는 데에 아쉬운 마음은 크지 않을 것 같아요. 제가 나중에 다른 곳에서 새로 시작한다고 해도 만들어 낼 수 있는 이름과 공간만 달라졌을 뿐, 지금의 오카즈와 똑같거나 더 좋은 방향으로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을 가지고 있거든요. 그래서 오카즈의 매력은 그래도 주인이 아닐까요.
인터뷰를 진행하며 설명해 주셨지만, 오롯이 손님을 위한 메뉴 구성이나 환대 방식이 인상적이었어요. 이런 점들이 모여 오카즈만이 가진 매력으로 끌어내고, 손님들이 좋아해 주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손님들이 오카즈에 대해 어떤 가게로 기억해 주셨으면 하는지요?
조금 전 제가 오카즈의 매력이라고 했지만, 그 안에서도 저의 환대가 ‘오카즈’ 라고 생각을 해요. 제가 제공해 드리는 맛있는 음식과 설명, 손님을 위한 약간의 배려 그리고 이 공간에서 느낄 수 있는 작은 감각들이 오직 손님들께 제공해 드릴 수 있는 환대의 일종으로 생각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저희 가게에 오셨다 가시는 분들이 오카즈 만의 환대를 받아 즐거움이 가득 담긴 에너지를 받으셨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 오카즈에서 받았던 에너지로 다음 날을 기대하며 좋은 기억으로 남겨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오카즈에서 담고 있는 주제 중 <지속가능성>에 대해 소개되고 있는데요. 지속가능성이라는 주제 안에서 여러 키워드가 있을 텐데, 그중에서 주로 담고 있는 영역에 대해 여쭤보고 싶습니다.
요리를 시작할 때 학교가 아닌 가정의 요리를 선택하게 된 것도 그 일환이었는데요. 셰프들의 요리는 완벽하고 아름다운 플레이트를 만들기 위해 버려지는 부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그래서 아름답고 양질의 부분만 사용하는 요리로 구현을 해내지만, 저희 가정식 요리는 그렇지 않잖아요. 조금 남은 자투리도 버리기 아까워 조금 더 다져 음식에 넣을 수 있죠. 그렇게 요리할 수 있는 것들이 가정의 요리인데 저는 그런 걸 배우고 싶었어요. 일본에서는 식재료를 다양하게 활용할 방법과 문화가 많이 발달했어요. 그렇다 보니 가정에서도 요리할 때 식재료를 아끼고, 자투리까지 활용해 사용하는 문화가 발달해 배우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였죠. 저희도 물론 8만 원의 코스를 제공하는 가게지만 가능하면 버려지는 부분 없이 활용해서 최대한 모든 재료와 부위를 남김없이 다 사용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요즘 제공하고 있는 요리 중에 닭 날개 조림을 만들고 있어요. 닭 날개를 이제 조리고 나서 서브할 때는 소스를 세 스푼 정도만 넣는데, 서브하고 나면 조림장이 많이 남거든요. 그 조림장을 냉장고에 넣어서 굳히면 닭 날개에서 나온 젤라틴이 자연스럽게 굳어서 젤리의 형태로 이제 만들어져요. 커팅을 예쁘게 해서 손님들께 술안주로 내어드리면 <니코고리> 라고 하는 일본식 안주이고, 니혼슈랑 잘 어울리거든요. 가능하면 남은 조림장도 씨간장이나, 니코고리 같은 형태로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을 위주로 메뉴 선정을 하는 식으로 지속 가능성에 대해 고민하고 실천하고 있어요.
지속 가능한 미식을 주제로 동물성 재료들을 대체할 식물성 재료들을 많이 사용하신다는 인터뷰를 접했는데요. 실천하시게 된 계기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지속 가능성과 환경, 기후, 위기에 대한 책들을 한창 읽었던 시기가 있어요. 그걸 읽다 보면 육식이 나쁘다는 것으로 결론이 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책을 여러 번 읽다 보면서 채식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상태에서 채식이 실천하기 어렵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오픈북 운영하던 시기에 6개월 정도 완벽하게 채식 생활을 시도해 본 적이 있었죠. 막상 해보니 오래 유지할 수 있었고, 채식으로 이루어진 음식도 맛있는 이유에 대해 요리 연구 차원에서 가치가 있다는 것을 느꼈어요.
하지만 육식을 완전하게 배제하고, 채식으로만 식사했을 때 제 건강의 지속 가능성에서 맞는지 의문이 들었어요. 또, 사람들에게 채식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해 알릴 때 육식이 나쁘다는 것에 완벽하게 반박할 수 있을 만한 논리가 아직은 부족했죠. 그러다 보니 채식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나가보자고 생각했고, 오픈북 이후 가게를 준비할 때 채식 음식점을 개업하는 게 목표였어요. 준비하면서 채식을 하시는 분들이 물론 밖에서도 외식하시긴 하지만 서촌 내 채식에 대한 상권이 완벽하게 형성이 되어 있는 것이 아니기도 하고, 대개 완벽하게 채식을 하시는 분들은 직접 만들어 먹는 걸 더 좋아하세요. 그리고 술까지 같이 접목했을 때 술의 파이가 너무 좁아지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종목으로 가게를 오픈하되 그 안에서 채식 옵션을 만들자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채식자분들이 오셨을 때도 훨씬 더 만족스러운 경험을 하실 수 있도록 오픈 초반부터 채식 메뉴로 구성할 수 있는 옵션을 넣게 되었어요.
이와 더불어 오카즈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노력하시는 것이 있으신지요?
서촌분들의 사랑방이 되고 오카즈를 사랑하시는 분들이 늘 찾을 수 있는 사랑방이 되고 싶어서 주류 필수 태그를 꼭 넣어서 제공하고 있어요. 인테리어 같은 경우에도 최대한 질리지 않도록 유행이 아닌 오카즈만의 멋을 잘 구현을 한 것 같고요. 환경 측면으로 채식자 코스를 제공하고, 제로 웨이스트를 위해 발로 뛰어서 소량으로 매일 식재료를 구매하는 것 정도인 것 같아요.
어느덧 막바지에 이르는 것 같습니다. 이제 서촌을 주제로 다루고자 하는데요. 먼저 서촌에서 정착하시게 된 이유가 있으신지요?
처음 오픈북 가게를 열기 위해 알아보던 때에 종로구는 염두에 두지 않고 있었어요. 종로구가 그래도 분위기가 좋으니까 한번 구경이나 가볼까 해서 부동산 투어를 시작했을 때 처음 가게 된 가게가 오카즈 2층인 오픈북이었어요. 들어가자마자 정말 마음에 들더라고요. 막혀 있지 않은 구조와 창밖으로 앞쪽은 녹음, 뒤쪽은 기와인 그 가게에서 일을 하고 싶어 이곳에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오픈북에서 함께 운영하시고, 이후 오카즈를 서촌에서 계속 운영을 지속하시게 된 계기 역시 말씀하셨던 동네 인상이 컸을까요?
이건 좀 미묘한 이야기긴 한데 좀 다른 동네에서 장사를 해보고 싶어서 정말 많이 찾아다녔어요. 그러다 여러 상황상 맞지 않아 구하기 어렵던 때, 지금 오카즈 자리를 만나게 되었어요. 사실 서촌에서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는 오픈북 때는 서촌에 정이 조금 덜 든 상태였는데, 우연히 타이밍이 맞아서 다시금 서촌에 정착하게 되었죠. 그러고 나서부터는 정말 여기가 내 동네인 것처럼 정착하게 된 것 같아요.
운영하시면서 손님들도 직접 맞이하시면서 오고 가는 사람들과 가게에 대한 정이 많이 드셨을 것 같아요.
1층에서 가게를 운영하다 보니 지나가시는 분들께서 정말 말을 많이 걸어주시고, 지나가면서 제가 일하는 장면들을 많이들 봐주세요. 그러다 보니 가끔 걸어가고 있으면 ‘1층에서 장사하는 분 맞으시죠?’라고 먼저 인사해 주시는 분들도 있고, 자연스럽게 이 동네의 일원으로 흡수될 수밖에 없는 여러 가지 상황들이 너무나 많은 것 같아요. 이 공간을 통해서 손님과의 교류는 당연하고, 그 외에도 주변 상인분들과 거주하시는 분들 등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있어요. 이웃 관계가 아직 살아있는 동네는 처음인데, 그게 서촌의 매력인 것 같아요. 서로에게 관심을 두고, 동네를 지키려는 마음이 강한 것 같아요. 그만큼 서로 더 해 주시려는 것들도 많고, 교류를 하며 알아가고 싶어 하는 것들이 아직까지 살아있는 동네인 것이 신기합니다. 서울이라는 도시 안에 있지만 정겨움이 가득한 분위기가 굉장히 서촌다워서 좋고, 자연과 경복궁이 옆에 있는 것도 너무 좋죠.
특히나 서촌은 가로가 펼쳐져 있기 때문에 여름에는 정말 더 푸르러지잖아요. 계절이 바뀌는 때마다 온전히 느껴볼 수 있는 것 또한 서촌의 매력이지 않겠냐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렇죠. 주변에서 비즈니스 하시는 분들끼리의 연대가 남다른 것 같아요. 서촌의 자영업자로서의 가장 큰 매력은 그것인 것 같고요. 비슷한 업종을 하는 분들끼리는 서로 견제하기 마련인데, 이곳은 그렇지 않고 도와주기도 해요. 예를 들어 저희와 비슷한 메뉴를 파는 가게가 있는데요. 저희도 일찍 마치면 식사하러 가기도 하고, 식재료 대량으로 구매하면 서로 필요한 만큼 나누기도 해요. 늘 서로 주고받으면서 눈앞에 두고 가고 이런 것들이 워낙 많아요. 그런 교류들이 정말 좋은 것 같아요.
말씀하신 것처럼 동네 안에서 서로 간의 연결점이 잘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서촌에서 특별히 장소를 소개하고 싶으시다면 어느 곳이 있을까요?
제가 추천하고 싶은 장소는 오픈북입니다. 다양한 클래스 이외에도 예산과 원하는 콘셉트를 알려주시면 케이터링이나, 프라이빗 다이닝과 같이 니즈에 맞춰 처음부터 끝까지 커스터마이징 다이닝을 해주시는 곳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메뉴판부터 시작해 모든 걸 다 해주세요. 특별하고 아주 프라이빗한 서비스를 원하시는 분들께서는 녹음이 찬란한 예쁜 공간에서 경험을 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서촌유희에게 바라는 점이 있으신가요?
각자 사이좋게 인사하고 좋은 이웃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하나의 플랫폼을 통해 연결되는 작업은 없잖아요. 하지만 서촌유희가 그런 작업을 정말 체계적이고, 아름답게 잘해 주시는 곳인 것 같습니다. 이제 일부가 된 것이 너무나 영광스럽고 앞으로의 행보도 너무나 많이 기대되고요. 앞으로 바라는 것은 다들 건강하시고, 오래 서촌을 연결하면서 여러 가지 재밌는 작업을 진행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를 통해 방문하시는 손님을 향한 오카즈만의 정성과 한 분 한 분의 만족스러운 식사 경험을 끌어내기 위한 노력이 느껴졌습니다. 오카즈만의 세심한 환대와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이 손님들에게 닿았을 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오카즈의 탄생부터 공간의 구성 그리고 지금의 오카즈가 되기 까지의 여정에 대해 담아보게 되었는데요. 서촌유희 25번째 인터뷰는 여기서 마치며, 더 좋은 소식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글 | 서촌유희 사진 | 서촌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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