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 참>은 서촌에서 바의 대중화와 동네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바를 목표로, 공간을 만든 이부터 채워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아 어느새 서촌의 대표적인 바로 자리매김했다. 그래서일까? 내부 곳곳에 지금의 바 참이 되기까지 흘러온 시간이 느껴진다. 단단함과 존재 자체만으로도 멋을 내는 참나무로 꾸며 가게명도 나무 이름을 따라 <바 참>이 되었다. 목재에서 풍기는 편안하면서도 아늑한 느낌을 주는 것과 동시에 바 참에서만 느껴볼 수 있는 향이 인상적이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공사 과정부터 메뉴에 대한 이야기까지 전반에 걸쳐 <바 참>의 여정을 담았다. 어딘가 단단하면서도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이 공간에 매료되길 바란다. 


작가님 안녕하세요. 24번째 서촌유희 매거진을 통해 <아워플래닛>에 대해 소개하게 되었습니다. 인터뷰를 통해 처음 접하시는 분들을 위해 간단히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행사를 진행하다 보면 항상 첫 부분에 말씀드리는 것 같습니다. 저희 아워플래닛은 사람들이 식탁 위에 어떤 것들을 올리고, 어떤 변화가 있는지에 따라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와 우리의 삶이 지속 가능하고 조금 더 행복한 방향으로 갈 수 있을지에 대해 연구를 하며 제안하고 있습니다. 


주로 우리 식탁위의 이러한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또는 여러분들도 식탁 위에 이런 것들을 올렸으면 좋겠습니다. 하는 부분들을 제안을 하는 거죠. 그럼으로써 조금씩 바뀌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아워플래닛의 홈페이지와 인스타그램 등 게시된 글을 살펴 보았을 때 말씀하신 내용이 가장 먼저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더 궁금했던 것은 구체적으로 우리의 식탁 위에 어떠한 변화가 있어야 하는지, 그리고 지구의 건강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시게 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먼저 지구의 건강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면 가장 큰 이유는 아워플래닛이 저와 김태현 셰프님이 함께 꾸려가는 공간이기도 하고, 근본적으로 자연을 정말 좋아합니다. 그렇다 보니 여행을 가더라도 정글을 다녀오거나, 우라칸을 만나러 갑니다. 어떤 때는 다이빙을 하러 가기도 하는데 이렇듯 자연에 가까운 곳들에 여행을 굉장히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이 아름다운 것들을 지키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되는지에 대해 늘 생각을 해요. 그러면서 각자의 역할이 있었던 거죠. 


저는 기획자로 살아왔고, 김태현 셰프님은 레스토랑을 운영하면서 자연스럽게 저희만의 철학들을 녹여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작년에 교통사고가 크게 나면서 셰프님이 신경을 다쳤어요. 그래서 앞으로 걷지도 못할 것이라는 진단을 받았었죠. 그와 더불어 코로나19도 겹치면서 셰프님이 기존 운영하시던 레스토랑도 닫고, 병원에 누워 있었던 거죠.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여러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될지, 우리가 그렇게 좋아하는 것들을 위해서 움직여보자 그렇지만 그게 지금 사실 몸이 안 돼서 레스토랑을 못 하는 것도 있지만 그런 것보다는 이제 조금 방향성을 바꿨으면 좋겠다. 왜냐면 레스토랑에서 얘기할 수 있는 거는 굉장히 한정적이거든요. 왜냐하면 어쨌든 대중들에게 다가가서 이 음식을 팔고 그래야 지속 가능하니까요. 레스토랑이 네 레스토랑은 그래서 사람들 대중성 같은 거를 조금 더 고려를 해야 된단 말이죠. 그래서 약간 스트리크하게 얘기할 수가 없어요.

 
하지만 저희는 지속 가능 미식 연구소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으니까 저희는 이런 일들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거예요. 사실 그래서 저희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방향을 조금 더 뾰족하게 이야기할 수 있고 결론적으로 저희가 자연을 엄청 좋아해가지고 그렇게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고 이것들을 지키기 위해서 요리와 음식 분야에 있는 내가 기획자와 요리사가 어떤 것들을 사람들한테 제시하고 어떻게 행동할 수 있을까 그러니까 우리의 역할이 뭘까 이런 것들을 좀 고민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가 늘 생각하거든요. 식물도 동물도 사람도 농부님도 목부님들도 다 너무 아름다운데 이것들을 우리가 지키기 위해서 뭘 할 수 있을까 그런 물음에서 시작한 것 같아요. 

문 앞에 걸린 명패가 무거운 존재감을 알리는 데 단단히 한몫하는 것 같습니다. 로고는 참을 단순하게 풀어 쓰신 건가요? 혹시 나무 목 木과 점칠 점 占 중의적 의미가 있는지요?

중의적인 의미를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참을 풀어서 쓴 뒤 그 안에 담긴 나무 목자를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맞습니다. 참나무라는 의미를 로고에 담고 싶었거든요. 함께 작업한 강형신 디자이너가 아이디어를 내어 멋지게 완성되었습니다.

 

참의 의미를 파악한 것 같아 뿌듯합니다. 서촌에 오시기 전에 다양한 경험이 있으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한남동의 다양한 스피크이지바에서의 경험을 뒤로하고 어떤 계기로 서촌에 자리 잡으신 건가요?

처음 바텐딩을 시작한 가게는 낙성대 쪽 지하에 있는 작은 바였습니다. 매출 걱정이 끊이지 않았죠. 그곳에서의 경험이 사람으로 하여금 비장하게 만들더군요. 거기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에 대한 태도를 다졌어요. 이후 트렌디한 곳에서 일해보고 싶어 홍대와 이태원에 위치한 라운지 바에서 근무했습니다. 칵테일도 빠르게 제조해야 하고, 외국인 손님도 많아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곳이었죠. 그 당시 라운지 바에서 일하며 만난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손님이건, 바텐더 친구들도 그렇고요. 그러고 나서 일하게 된 곳이 한남동에 있는 스피크이지바 몰타르입니다. 지금은 한남동에 바가 많은데, 몰타르가 선발 주자였습니다. 에어컨 실외기가 듬성듬성 나와 있고 오래된 아파트가 있는 후미진 골목에 위치해 있었죠. 4년간 일하며 이제 제 가게를 차리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한남동은 대로를 기점으로 좌측이나 우측이냐에 따라 분위기가 상당히 다른데요, 유엔빌리지 쪽보다는 순천향병원 근처가 끌려 그곳에 마이너스라는 바를 열게 되었습니다.


<마이너스> 라는 이름은 플러스(+) 마이너스(-)의 그 마이너스인가요? 

아니요. 영어로 Miners, 광부들이라는 뜻입니다. 그 당시 바텐더는 무겁고, 진중한 서비스를 추구하며 항상 수트 업 하는 애티튜드를 지니는 것이 당연한 흐름이었어요. 저는 그렇게는 못 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가게 이름도 메이저(주류)가 아닌 마이너(비주류)의 느낌을 담고 싶어 중의적인 표현을 썼습니다. 제가 만화를 좋아하고 덕후 기질이 있어서(웃음), 광산과 스팀 펑크 세계관을 합쳐 가게 인테리어를 했어요. 첫 가게이다 보니 모든 것을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꾸렸습니다. 지금도 여유가 있으면 자주 방문하려고 합니다.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이죠. 그 경험을 삼아 이후 만든 곳이 바 참입니다.

 

새로 오픈하신 뽐 소개도 간략히 부탁드립니다. (역시 서촌에 있죠) 바 뽐은 작년에 오픈했지만, 가오픈 기간이 꽤 길었어요. 우선 바 참 근처에 있으면서도 한옥은 아닌 곳이고, 바 참과는 메뉴도 사뭇 다르네요. 진중한 참의 느낌과는 다르게 산뜻한 느낌이 강한 것 같습니다.


마이너스에서는 비주류 문화를 다루고 싶었고, 참에서는 우리 술을 많이 다루고 싶었어요. 가게마다 특징을 부여하려고 하는데, 아무래도 메인 흐름과는 조금 다르게 가는 게 저의 버릇인가 봅니다(웃음). 대부분의 바에서 주류인 위스키를 다루고 있으니, 위스키를 배제한 바를 만들고 싶은 생각을 했어요. 마음 같아서는 일본 교토의 칼바도르 바처럼 400여종의 칼바도스만 취급하거나, 쉐리만 200여 종 선보이는 도쿄의 쉐리클럽 처럼 특색을 더 살리고 싶었죠. 현실적으로 반영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어쨌든 중심에서 벗어나 마데이라, 쉐리 등 주정 강화 와인과 칼바도스, 피스코 등 과일로 만든 술을 많이 다루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가게 이름도 열매를 대표하는 과일인 사과 pomme(뽐, 프랑스어로 ‘사과'라는 의미)로 지었어요.


매거진(noblesse)과의 인터뷰에서, ‘아침에 먹는 사과처럼, 낮부터 편하게 들를 수 있는 바'가 되길 바란다고 하셨었죠? 

맞아요. 사과는 아침에 먹는 과일이잖아요. 이른 시간부터 편하게 찾을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을 가게 이름을 통해 전달하고 싶었어요. 사실 가게 이름을 정하면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두 번의 변경 끝에 탄생한 이름이 뽐입니다. 바 참을 작명할 땐 쉽게 지었는데, 이번엔 좀 어렵더라고요. 

건물을 등지고 통인동에 바 두 곳을 운영 중이신데, 그만큼 서촌이 매력적으로 다가오셨다는 뜻이겠죠? 최근 관심이 생겨 오래된 한옥을 리모델링한 자료를 많이 찾아보고 있는데 건축주들께서 입을 모아 “막막한 느낌이었지만, 딱 이 곳이라는 확신이 들었다”라고 많이들 말씀하시더라고요. 혹시 대표님께서도 서촌에서 이 건물을 만났을 때, 비슷한 생각을 하셨나요?

그냥 서촌이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특별히 한옥이어야 한다는 생각도 없었고요. 서촌에 은근히 네모반듯하게 바를 열기 좋은 형태의 공간을 찾기 어렵더군요. 지금 이곳은 마침 규모도 적절하고, 바가 일자로 들어가기 적당한 공간이라 바로 이곳으로 정했습니다.


기존의 공간에서 구조가 많이 바뀌었나요?

기존에 있던 것의 모든 위치를 전부 재구성했어요. 터만 남긴 채 다 뜯어냈습니다. 잘 살펴보면 아시겠지만, 들보도 싹 다 바꾸었어요. 사람들이 공사 과정을 보며 여기 건물주라고 오해를 많이 하셨어요. 또, 제가 돈을 많이 번다고 짐작을 하시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고요. 빚을 갚으며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웃음).

 
지금 손님들이 경험하는 공간의 느낌은 아예 존재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낮에 한 번 방문했던 적이 있었는데, 의외로 채광이 좋더라고요. 왠지 참을 생각하면 무게감 있는 어두운 분위기라고 생각했는데, 오픈 시간을 유지한다면 많은 분께서 낮의 매력적인 바 참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낮에 오픈 준비를 할 때 햇볕을 쬐거나, 창을 통해 대나무를 감상하곤 해요. 일하고 있지만, 그 풍경으로 인해 삶의 질이 올라가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느낌이 좋아 낮에도 오픈을 해봤는데, 바 참의 서비스는 한분 한분께 서비스를 집중해야 하므로 직원들 스케줄을 고려하니 영업시간을 길게 유지하기가 힘들더라고요.  나중에라도 가능하면 뽐처럼 낮에도 운영해보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혹시 바 참을 만들며 힘들었던 요소는 어떤 것이 있었나요?

대답하기 가장 쉬우면서도 어려운 질문인 것 같습니다. 모든 부분이 힘들었고, 개중 하나만 고르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일단, 공간 전체적으로 매우 많은 공정이 이루어졌는데요. 공사에 만으로 3개월이 넘는 기간이 소요되었습니다. 바 참 이전의 가게 구조를 모두 재구성 했습니다. 가게 중간중간 내려오는 기둥이 여섯 개 정도 있었는데, 인테리어를 담당한 지인이 이 기둥을 싹 없애는 대신 커다란 나무 기둥을 세 개를 넣으면 괜찮을 것 같은 의견을 냈어요. 또, 건물 가운데 위치한 출입문은 바를 넣게 되면 문을 열 때 의자가 걸리는 바람에 문을 한 뼘 옆으로 옮겼습니다. 그 과정에서 화장실 공간이 너무 좁아지니, 화장실도 안쪽으로 옮긴 거죠. 미니 포크레인이 들어와 땅을 갈아 수로를 만드는데 기둥이 무너질 뻔한 적도 있었어요.


공사를 하다 보면 처음 계획과 100% 일치하는 경우가 드문 것 같아요. 아직도 생각하시면 아찔하시겠어요.

그렇죠. 이 자리를 빌려 지인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어떠한 대가 없이 인테리어를 해주었거든요. 큰 은인입니다. 가게 벽에 자세히 살펴보면 ‘임병진 참 바보'라고 쓰여있습니다(웃음). 은인 같은 형이 직접 남겼어요. 의미가 남달라서 그대로 두고 싶더라고요.

인터뷰가 진행될수록 바 참이 왜 서촌의 대표적인 바로 자리매김했는지 알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서촌에 지인들이 방문하면 으레 바 참으로 향했는데요. 최근에는 뽐도 여러 번 방문했습니다. 조금 낯선 공간이지만 “여기 바 참 대표님이 하시는 곳이다”라며 자신 있게 지인들을 이끌었어요. 그러고 보면 임병진 대표님은 이제는 하나의 장르가 되신 것 같습니다. 흥행이 보증되는 감각을 지니신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항상 좋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어요. 가장 최근에 오픈한 뽐도 감각이 좋은 분들과 의견을 나누며 탄생한 공간이에요. 제가 추구하는 것을 공간 내에서 구현을 잘 해주셨죠.

 

바텐딩도 예술 분야의 한 종류 같아요. 칵테일은 작품이고요. 대표님의 분위기를 보면 예술 계통이 정말 잘 어울리는 분 같은데, 어떤 계기로 바텐더의 길을 걸으시게 되었나요?


실은 저도 그림을 업으로 했던 사람입니다. 만화를 전공하고 극화 쪽으로 작업을 많이 했습니다. 크게 재능이 있던 건 아니었던지라 생계를 위해 서비스업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습니다. 다양한 분야가 있지만, 기왕이면 오랫동안 빠져있을 만한 분야로 찾아보고 싶었습니다. 레스토랑 관리, 소믈리에 등 관심 있던 분야는 있었지만, 고민 끝에 바텐더 쪽으로 진출하기로 했죠. 일단 조주기능사 자격증 취득을 위해 국제 칵테일 학원에 등록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 당시의 바 트렌드가 퍼포먼스 위주였기 때문에, 지하에 있는 연습 센터에서 기능적인 부분을 필사적으로 연습했습니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았지만, 연습함에 따라 기술의 완성도가 높아지며 스스로 성장하는 재미를 느꼈습니다. 자신감과 자기 만족감이 높았던 시기였죠. 다만, 스물여섯에 준비를 시작하다 보니 다른 바에서 꺼리는 부분이 있었나 봅니다. 이력서를 여러 군데 제출하다, 낙성대에 있는 바에서 손을 내밀어 주었고 그렇게 지금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손재주와 예술적인 감각이 있으시네요. 


감각이 있다기보다는(웃음), 칵테일을 표현하는 형태에 관심을 가지고, 애정을 쏟다 보면 배우게 되는 면이 많은 것 같습니다. 

 

다른 인터뷰에서 가양주 연구소를 졸업하셨다고 말씀을 하셨는데, 우리 술의 어떤 매력에 빠지셨나요?

한국 술에 대해 알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시작했죠. 배우다 보니 우리 술에 담긴 다양한 모습과 깊이 있는 맛, 그리고 문화를 녹여낸 부분이 큰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런 매력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 굉장히 컸어요. 바 참을 오픈하며 지역의 특산물과 지역 술을 엮어 Regional Cocktail을 만든 것이 그 이유입니다.

 

가양주 연구소는 아카데미인가요?

교육기관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3개월 과정 후 증류, 교육자 과정 등 다양한 심화 과정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때의 경험이 참의 메뉴에 큰 영향을 미친 셈이네요.

네. 맞습니다.  우리 술 연구를 오래하신 분들에 비하면 제 지식은 얕겠지만, 우리 술의 대중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저도 깊은 책임감을 느낍니다. 


최근 관심을 두고 지켜보시는 분야가 있으신가요? 혹은 음악 감상이나, 여행이라든지 평소 즐기시는 취미가 있으신지요?

사실 요즘 취미라고 할 게 별로 없어요. 삶의 질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는 중입니다. 티 소믈리에 과정 수료 후 차에 대해 공부를 하고 있지만, 결국 이것도 일과 연계시키다 보니 업무의 연장선인 느낌이죠. 확실히 지금은 일에만 빠져있는 상태 같아요. 많이 내려놓으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편한 상태여야, 손님들께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 할 수 있다고 믿거든요.


앞서 언급되었던 바 마이너스(Miners)에는 스팀 펑크적인 요소를 많이 넣으셨는데, 바 참에도 대표님 개인의 관심사가 녹아 있는지 궁금합니다. 


바 참을 기획하면서, 개인적인 관심사는 배제하고 싶었습니다. 다만 음악 같은 경우는 가요를 많이 트는 편인데, 보통 바와는 다른 점이죠? 미국 바에서는 팝을 트는데, 한국에서는 한국 가요를 틀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히려 외국 손님들은 선곡을 통해 진짜 한국을 느끼실 수 있을 테니, 자신 있게 틀고 있습니다. 메뉴명에도 한글을 많이 넣었고요. 이런 요소가 뭉쳐서 바 참을 이루고 있습니다. 일부러 한국을 알리는 느낌을 준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거지요.

종종 바를 찾았을 때마다 느낀 점인데, 바 참의 바텐더분들은 어딘가 단단하지만, 어렵지는 않은 느낌을 가지고 계신 것 같아요. 다채로운 배경을 가지신 분들도 많은 느낌이고요.
 함께할 직원을 찾으실 때 가장 중점적으로 보시는 부분은 어떤 것인가요?


사회적인 친구들과 함께 일하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보통 사회적인 친구들이 다양한 경험을 거치고, 열린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실제로 다른 업에 종사하다 바 참에서 일하고 계신 분도 많으세요. 


대표님께서도 20대 후반이 돼서야 바텐딩으로 진출하셨으니, 나이나 이전 경험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으실 것 같아요. 

맞습니다. 저보다 나이가 많아도 소통이 원활하고 매력적이신 분들이라면 충분하죠. 경험이 중요한 것 같아요.

 

최근 오랫동안 함께 했던 직원분을 배웅하는 인스타그램 포스팅을 보았습니다. 티셔츠까지 제작해 손님들과 함께 즐기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2018년부터 이곳에 계셨으니, 어느덧 3년이네요. 단골들이 상당히 많을 것 같습니다.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으신가요?

모든 손님 한분 한분 다 중요하고, 특별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콕 집어서 한두 분 얘기하기는 힘들겠지만, 오픈한지 얼마 안 된 첫날에 커플 한 쌍이 방문했는데 이분들이 결혼을 한다고 청첩장을 주셨던 게 기억에 오래 남아요. 이곳에서 사람들의 관계가 변하는 것을 지켜보는 게 신기하고 즐거워요. 인연이 맺어지고 이어가는 것을 보는 것이 저희가 느끼는 보람 중의 하나입니다.

 

한옥에서 오는 분위기 때문인지, 특별한 날 이곳에 부모님을 모시고 오면 좋겠다는 생각했습니다. 제가 상상한 것처럼 부모님 손을 잡고 오시는 분들도 계시는지 궁금하네요. 바 참을 찾는 손님들의 연령대가 보통 어떻게 되나요?

바를 찾으시는 분들의 연령대는 정말 다양하죠. 사실 저는 나이가 있으신 분들께서 오시길 바라는 마음이 큽니다. 간혹 부모님을 모시고 오신 분들이 계시는데요, 그럴 때마다 감사하고 특별한 감정을 느껴요. 바 참 공사 중일 때 아버지께서 돌아가셔서 오픈한 가게를 보지 못하셨고, 어머니께서는 술을 입에도 안 대시는 분이어서요. 부모님과 함께 오시는 분들을 보면 제가 다 애틋하고, 사랑스러운 마음이 들어요.


많은 분께 사랑받는 곳이라는 걸 느끼실 것 같아요.

참 감사한 일입니다. 요즘에는 점점 SNS를 통해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다 보니 손님분들의 연령층이 조금은 젊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특정 연령대에 한정 짓지 않고, 모든 분이 편하게 찾아주셨으면 합니다. 저희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참의 메뉴판은 읽는 재미가 있어요. 술을 마시지 못하는 사람조차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만큼이요. ‘충주 김밥’, ‘무화과 나뭇잎’ 등 … 새로운 칵테일을 공개할 때마다 놀랍습니다. 칵테일의 이름이나, 재료 등 영감을 어디에서 얻으시는 건가요? 


메뉴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공감입니다. 손님이 관심 없는 부분, 또는 너무 어려운 부분들은 바를 방문했을 때 불편하게 만드는 요소기 때문에 모든 분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생각해서 만들고 있습니다. 그동안 만들었던 메뉴를 챙겨왔는데요. 가수들이 다양한 컨셉으로 앨범을 발매하는 것처럼 바 참의 메뉴도 특별하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메뉴는 모두 엽서북을 컨셉으로 앞쪽은 엽서 이미지에 뒤에는 칵테일에 대한 설명을 넣었어요. 다만 두 번째는 클래식하며 다양한 칵테일을 선보이고 싶어 메뉴가 조금 더 늘어났죠. 세 번째 메뉴는 본격적으로 ‘공감’에 포커스를 맞추어 보았어요. 손님들이 바에 오면 오늘의 기분에 맞추어 추천해달라고 많이들 말씀하시니, 그걸 메뉴화/시각화하면 재밌을 것 같더라고요. 주로 노래 제목과 영화 제목으로 꾸렸습니다. 예를 들면, Lover Boy라는 칵테일은 태국 가수 Phum Viphurit의 곡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뮤직비디오는 파타야 해변의 두 남녀를 담아 가볍고 재밌게 진행되는데, 그 느낌을 살리고 싶었습니다. 그 지역의 술과 재료를 써서 만든 칵테일이에요.


지난 메뉴를 보니 이제는 네 번째 메뉴에서 찾기 힘든 것들도 많네요. 네 번째 메뉴는 어떤 컨셉으로 기획하셨나요?

네 번째 메뉴는 바 참의 메인 바텐더였던 동환 씨가 디렉팅을 했습니다. 그동안 쌓아온 것, 그 연륜을 보여주고 싶어 특별히 메뉴를 나이테로 표현해 보았습니다. 나무의 가장 바깥쪽인 ‘목피' 페이지는 가벼운 느낌의 칵테일 위주고, 그 안쪽의 나이테인 ‘춘재’ 페이지에는 비교적 경쾌한 스타일의 칵테일을 담았습니다. 내면의 깊이를 표현할 때 ‘추재'라고 하는데 이곳은 온전히 술에 집중하는 페이지가 되었으면 했죠. 메뉴 가짓수도 굉장히 많은 편이고, 새롭게 수입한 술도 많이 담았습니다. 직관적인 메뉴를 추구하는 저와 다르게, 동환 씨는 예술가 기질이 있어 은근한 뉘앙스가 기저에 깔려있게끔 표현했습니다.


메뉴를 거쳐 간 수많은 칵테일 중, 가장 애정이 가는 메뉴는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봄날은 간다'요. 만들어지게 된 계기가 참 특별해요. 아시아 베스트 바 50에 오르기 전, 싱가포르에서 게스트 바텐딩을 해달라 초청을 받았습니다. 초청을 한 곳이 굉장히 유명한 바라, 의아함과 동시에 기분 좋은 마음으로 어떤 메뉴를 준비해가야 할 지 동환 씨와 이마를 맞대고 고민했습니다. 싱가포르는 계속 여름이니, 한국의 계절을 담은 칵테일을 선보이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우리나라의 봄은 어떤 향을 가지고 있을까? 라고 연구하다 보니 더덕과 당귀가 생각나더라고요. 더덕은 4월쯤 산의 그늘진 곳에서 자라고, 당귀는 3~6월 사이에 나오는데 실은 두 재료 모두 칵테일에서는 쓰일 일이 없는 재료죠. 과감하지만 한국의 향을 담은 재료라고 생각해 선택했습니다. 전통주가 베이스는 아니지만, 한국을 표현하는 마이너한 재료를 사용해 창의적으로 표현한 칵테일이라 애정이 많이 가네요.

 

앞서 잠깐 전통주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전통주를 빼면 참을 논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대표님의 추천 전통주와 음식과의 페어링 있을까요?


원래도 좋은 술이지만 점점 더 맛있어지고 좋아지고 있는 술은 추사 라인이 아닐까 합니다.  충남 예산에서 나오는 술인데, 예산 사과를 증류해서 만든 술이죠. 예산은 추사 김정희 선생의 고향이기도 합니다. 추사 자체도 매력적인데, 올해 초에 추사 백이라는 술이 새로 발매되었어요. 숙성의 과정을 들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사과의 향을 그대로 가지고 있고, 안정감 있고 부드럽죠. 과일 증류주 특유의 과실 향과 증류 퀄리티가 좋을 때 나오는 크리미하고 멜로우 한 느낌이 인상적인 술입니다. 그대로 즐기셔도 좋지만, 술 자체가 도수가 꽤 높고 브랜디의 라운드한 터치가 있기 때문에 가볍게 페어링한다면 통인스윗의 에그타르트를 추천합니다. 늦은 밤 가볍게 먹기 좋은 궁합이에요.


정말 많은 분이 찾아주고 계시는데, 혹시 손님들에게서 영감을 받은 메뉴가 있나요? 


손님 성함을 붙여 만든 칵테일이 사실 꽤 있습니다. 취향이 꽤 까다로우셨던 분의 입맛에 맞추다 정식 메뉴로 채택된 것도 있고, 손님의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담아 강렬한 재료를 넣어서 만든 칵테일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굉장히 펑키한 럼과 라임, 생강, 민트 등을 한 번에 조합한 적도 있습니다.


칵테일의 주인공은 메뉴판을 보고 무척 신기해하셨겠어요. 


좋아하시죠. 형평성의 문제로 메뉴에 자주 올릴 수는 없지만,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손님들께 영감을 받은 칵테일을 모아서 스토리텔링을 넣은 메뉴를 만들고 싶어요.

바 참의 뒤를 이어 바 뽐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혹시 3호점 계획이 있으신가요? 

당장 3호점 계획은 없습니다. 지금은 열심히 일해서 빚을 갚아야 합니다(웃음). 하지만 몇 년 뒤에 참과 폼에서 실험적으로 시도했던 것들을 정리해서, 혼자 운영하는 바를 열고 싶어요. 롤모델이라고 하면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일본의 겐 야마모토라는 바가 있어요. 크게 뽐내지 않고 혼자서 정갈하게 이끌어가는 곳이고, 특이하게도 칵테일이 오마카세 형식으로 제공됩니다. 그날은 무조건 코스로 마셔야 하는 거죠. 재미있는 곳이죠? 그런 형태까지 롤모델로 삼는 것은 아니지만, 그 사람이 보여주는 분위기와 능력을 닮고 싶어요. 지금의 능력치로 부족한 점이 많으나 최소 3년에서 5년 내로 혼자서도 짜임새 있게 공간을 채울 수 있는 바를 오픈 하고 싶습니다.


지금 운영하고 계신 곳들과 느낌이 매우 다르겠네요. 


그렇죠. 바 참은 친근하지만 정중한 느낌이 있고, 뽐은 팬시하고 에너제틱한 느낌이 있는 곳이니까요. 미래의 3호점을 그린다면 사람들이 자연스럽고 편하게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될 겁니다. 그건 온전히 저의 능력에 달린 것 같아요. 나중에 도전해봐야죠.


앞으로 바 참이 사람들에게 어떤 공간으로 기억되면 좋을까요?


지금은 ‘아시아 베스트 바 50’과 같이 주어진 타이틀이 많아요. 지금은 많은 분께서 참을 알아주시지만, 바 참의 궁극적인 목표는 동네 사람들이 자랑스러워하는 가게가 되는 거예요. 참도 몇 년이 지나면 사람들의 중심에서 조금씩 밀려날 텐데, 이후에도 동네에 남아 오래오래 사랑받는 바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사람들이 서촌이라는 지역을 떠올렸을 때, ‘거기 괜찮고 좋은 바가 있다'는 생각이 들면 좋겠습니다. 편안하게 방문할 수 있는 바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서촌에 바 참이라는 공간이 있어 자랑스럽고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실 서촌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생각은 항상 있었어요. 처음에는 바를 오픈한다고 했을 때 좋지 않은 시선도 분명히 있었거든요. 그런 분들이 자랑스러워하고 인정하는 바가 되게끔 열심히 해야죠.


손님과의 공감대가 두터운 ‘동네 바’라는 것이 포인트네요.


옛날부터 바의 대중화를 울부짖었으니까요. 마이너스도, 참도 그랬죠. 보통 바는 지하나 어두침침한 곳에 있는데, 1층에 있으면서 창이 있는 동네 바를 열고 싶었어요. 아직 추구하는 방향이 그렇습니다. 앞으로도 쭉 바의 문턱을 낮추고 싶습니다.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 | 서촌유희          사진 | 서촌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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