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의 24시간을 기록 중이다. 아침, 오후, 밤으로 나뉘어 서촌의 시간을 지키고 있는 가게들을 모아보았다. 첫 번째로 서촌의 아침, 또는 새벽을 시작하는 빵 집 ‘밀’을 소개한다.
Q. 자주 뵈었지만,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희 가게는 매일 매일 아침마다 건강하고 좋은 빵을 만드는 빵집이라고 소개를 드리고 싶습니다. 기본적으로 화학계량제와 방부제, 유화제를 안넣고 가장 기본적인 재료를 가지고 빵을 만들고 있습니다.”
Q. 밀이 생긴지는 어느 정도 되었나요?
“제가 맡아서 빵을 만든지는 3년 반정도 됐구요. 그 전에 주인이 따로계셨는데 그 분이 1년 반 정도 운영을 하셔서 5년정도 됐습니다.
Q. 어쩌다 서촌이라는 동네로 오게 되셨나요?
“처음에 친구가 서촌에서 장사를 하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좋은기회에 빵집을 인수하게 되어서 빵을 만들게될 기회가 생겨서 이쪽으로 오게되었습니다.”
Q. 그럼 원래는 다른일을 하시다가 빵집을 여신건가요?
“저는 원래 빵을 만들던 사람이 아니었어요. 음식 관련된 일도 아니였구요. 자동차 관련된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저도 제가 이렇게 빵을 만들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Q. 왜 하필 빵집이었나요? 시작하기 쉽지 않은 일이셨을 것 같습니다.
“시작하기 쉽지 않았죠. 빵 만드는 일이 쉽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으면 못했을 것 같아요.
친구가 서촌에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었어요. 그 레스토랑에서 필요한 빵을 처음에는 성산동에 있는 리치몬드제과에서 받다가, 마침 바로 앞 빵집이 매물로 나오게 되어서 빵을 만들기회가 있다고 연락이 오더라구요. 그래서 인수를 하게 됐습니다.”
Q. 특이한 친구분이네요. 회사다니던 친구를 불러서 “빵집해라!” 하신 거잖아요.
“그렇죠. 이제 자기는 레스토랑이 있으니까. 그 당시에는 그 레스토랑이 장사가 잘 됐거든요. 그래서 그 레스토랑에서 사용되는 빵을 직접 자회사 개념으로 빵집을 인수해서 만들자. 그렇게 인수가 되어서 제가 빵을 만들기 시작했고, 처음에는 회사를 그만 둘 생각은 안했어요. 근데 빵을 만들다보니까 너무 재밌는거에요. 그러다보니까 지금까지 계속 빵을 공부하면서 만들게 되었네요.”
Q. 여기 파는 빵들이 건강하고 재료도 유기농밀가루를 사용하신다고 하는데
“아직까지 가게의 컨셉이 정해진건 아니지만, 계속 빵 공부를 하면서 만들다 보니 향후에 저는 기본적으로 건강하고 매일 먹어도 질리지않는 빵을 만들고 싶어요. 특히 유럽식 빵을 기반으로 한 간식빵을 만들고 싶어요. 유럽식 빵은 식사빵으로 많이 드시는 기본적인 재료로 만들어지는 빵입니다. 그렇다보니 충분한 발효시간과 기본적인 재료만 사용하는 빵이에요. 빵이라는 것 자체가 만들다보면 안에 뭐가 있는지 모르지만 먹어보면 다 알거든요. 그래서 저는 건강한 재료로 유럽식 빵을 만들고 싶습니다.”
Q. 저희 직원들도 여기서 많이 빵을 사먹는데, 저희가 느끼기에는 여기 빵이 서촌 특유의 분위기에 맞는 빵을 판다고 생각해요. 스콘 종류가 많은데요. 스콘이 사실 느리게 차와 함께 먹는 빵이라고 알고 있어서요. 서촌의 느린 분위기와 어울리는 점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생각해본적은 없지만 원하는 빵을 만들다보니까 그렇게 흘러가고 있는것 같습니다. 조만간에는 가게가 오래되다보니까 리뉴얼도 한번 해서 그동안 생각했던 것들을 구현해보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라인업도 유럽식 빵으로 다시 만져 보고싶고, 공간도 바꾸고싶은 생각을 해보고 있어요.”
Q. 저희는 사실 이렇게 건강한 재료 사용하시고, 주방도 완전 개방되어있는게 특별하게 생각했거든요.
“요즘 이런곳 많아요.(웃음)”
Q. 혹시 리뉴얼하셔도 이런 오픈 주방은 가지고 가실 생각인건지
“네네 다 가져갈 생각이에요. 리뉴얼에 가장 크게 생각하는점은 노후된 시설 보수와 빵에 집중하기 위해 음료도 기본적인 것만 남기는 것, 기계설비 증설에 목적을 가지고 있어요. 빵에 더욱 집중하기 위한 리뉴얼이라고 보시면 될것같아요.”
Q. 서촌에는 프랜차이즈가 아니여도 손님들이 많이 방문하는 빵집이 많은것같아요. 이런 현상에 어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기본적으로는 이 동네를 국가에서 프랜차이즈를 승인을 안해주는 것으로 알고있어요. 앞에 큰 길가들은 빼고 안쪽에는 프랜차이즈가 못들어오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리고 보시면 서촌의 가게들, 건물들 자체가 다들 조그마하기 때문에 프랜차이즈가 들어와서 버티기가 어렵기 때문에 이런식으로 흘러가지않나 싶어요. 최근들어서 어려운 것은 자그마한 이런 공간들이 없어지고 큰 공간들이 생기면서 그리고 안쪽에도 젠트리피케이션이 심해지다보니까 예전의 그 특색있는 가게들이 많이 없어진 분위기가 좀 아쉬운것같아요.
보면은 저기 앞쪽에 옷가게 사장님이 말씀하시기를 예전에 여성사장분들 모임에 12분정도는 있었는데, 지금은 모두 떠나시고 본인 혼자 남으셨다면서… 잘아시겠지만 계신 매장 월세가 100만원 정도로 알고있어요. 평수대비 월세치고는 비싸다보니까 다들 못버티고 다른쪽으로 망원동, 을지로 등으로 이동하는거에요. 그렇다고 대량생산을 하고 판매를 하기에는 서촌 분위기가 안맞다보니까. 저는 운이 좋은 편이죠. 할머니가 월세를 안올리세요. 저도 오래오래하고싶어요. 장사하시는 분들 다 같은 생각이실거에요.
예전에 한번 티비에서 유시민씨가 젠트리피케이션을 역사적으로 어떤나라에서도 막은적이없대요. 막을수가 없대요. 우리나라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흘러가는것을 억지로 막는 것이 어렵잖아요. 정부에서 아무리 규제한다고 해도 쉽지는 않다는것을 알고있어요. 저도 할머니 돌아가시면 건물이 매각이 될지 아니면 새로운 주인이 오실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월세가 오르게 되면 저도 계속 빵만들기는 어렵지않을까라는 생각을 가끔은 하게되는 것 같아요.”
Q. 어떤 대책이 확실하게 있었으면 좋겠네요.
“네. 저도 그런생각을 많이하는데, 저도 회사만 다니다가 자영업을 하다보니까 많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근데 아직도 여기 장사하시는 분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찾아가는 과정인것같아요. 답은 없는 것 같아요.”
Q. 직장을 다니시다가 여기서 일하시면 일과를 시작하는 풍경이 꽤 다를 것같아요.
“완전 다르죠!”
Q. 아침 6시부터 나오셔서 빵을 만드신다 하셨는데, 아침의 풍경이 어떻게 다른지 직접 설명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일단 기본적으로 빵만드는 사람들은 새벽부터 나와요. 빵을 만드는게 시간이 오래걸리는 일이다보니까 회사다닐때처럼 9시에 나와서 빵만들기 시작하면 4시에 빵나오고, 영업 끝나는 시간인거잖아요. 그러다보니까 제일 크게 달라진것은 출근시간인것같아요. 그리고 출근시간이 너무 이르다보니까 대중교통으로 올 수가 없어요. 그래서 차로 와야하는데 이 동네가 주차가 쉽지가 않아요. 그래서 저는 세종문화회관 지하에 차를 주차하고 여기까지 오는거에요. 거기서 전동킥보드 타고 와서 6시부터 12시-1시까지 빵을 만들구요. 점심까지 장사를 하고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좀 쉬었다가 내일꺼 준비하고. 장사하고 이렇게 8시반까지 일하다가 집가면 이제 9시-10시. 씻고 자고 또 일어나고 이런생활의 연속입니다. 그래서 여유가 없는 편이에요. 직장인들이랑 많이 틀리죠.”
Q. 새벽에 킥보드타고 오시면 겨울에는 많이 어둡고 사람도 안다닐것같은데.
“그시간에는 사람이 아에 없어요. 여기올때 보면 고요한데 옆에 식물가게 아저씨와 대로변에 있는 파리바게트만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어요.”
Q. 그럼 도착하셔서 제일 먼저 하시는 일들이 무엇무엇인가요?
“들어오면 기본적으로 에어컨 켜고 불켜고, 바로 시작하는게 반죽을 하나해요. 오토리즈라는 기법이 있어요. 처음에 물이랑 밀가루랑만 섞어서 그반죽같은경우에는 오래발효를 하기 때문에 들어오자마자 반죽을 미리 해놓구요. 쉽게말하면 국수같은거 만들때 반죽쳐놓고 냉장고에 하루정도 넣으면 반죽은 안쳐도 자연적으로 글루텐이 형성이 되어요. 그래서 조금쳐도 반죽이 되고 반죽을 치는 수 자체가 보통 밀가루반죽보다 조금 치다보니까 산화, 공기를 덜넣어주기때문에 밀가루의 풍미를 높여줄수있는 기법이에요. 대신에 시간이 오래걸리죠. 이제 이런 반죽같은거 치고, 그 다음은 또 도우컨디셔너라고 해서 내가 원하는시간에 어느정도까지 온도를 올리고 온도를 맞춰주는 기계가 있어요. 그 기계에서 반죽을 빼고, 빵 만들 준비를 하고, 밀가루를 업데이트해놓은것은 잘 컸나, 조정을 해야 하나, 하는것은 냉장고에서 확인을 하고, 빵을 다시 만듭니다.”
Q. 도우 컨디셔너의 반죽은 어제 발효해놓으신것을 반죽하시는거죠?
“네 맞아요. 제가 6시에 나오면 6시 20분에 바로 빵을 만들수 있게 도와주는 기계입니다. 이런 기계없었으면 집에 못갔을 수도 있어요. 빵만드는게 쉽지가 않더라구요. 알았으면 시작을 못했을정도로, 근데 너무 재밋고.”
Q. 새벽녘 부터 빵을 만들다 보면 기억에 남았던 풍경이 있을 것 같은데요.
“제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 일이 하나 있어요. 아침에 빵을 만들고 있는데 눈이 엄청 많이 오더라구요. 겨울에. 그게 너무 예쁜거에요. 앞에 기와집이랑 눈이 많이오고 겨울이다보니까 어둡고. 원래 빵은 만들다가 중간에 쉬기 어려워요. 계속 발효가 이뤄지기 때문에. 근데 그때 저는 그것도 모르고 의자놓고 앉아서 멍하니 눈보면서 시간을 보냈던 적이 있어요. 정말 안에 아무도 없고 아무도 안지나다니는데, 눈이 살살오는게 너무예쁘더라구요. 그때가 기억에 가장 많이 남아요.
근데 얼마전에 매일의 빵 책을 샀는데, 쉐프님이 그런 말을 하시더라구요. 어릴때 비가 올때 처마 밑에 비오는것을 보고 있으면 너무 좋아서 멍하니 본다고. 근데 빵만드는 것 자체가 흡사 그런것 같다고. 아무도 없는 새벽에 혼자 주방에서 빵만들면서 구워지는 냄새를 맡고. 그런게 저는 공감이 되더라구요. 직원은 조금 느즈막히 8시반쯤에 나오기때문에 그 전에는 저 혼자 일하는데 그때가 참… 물론 힘들고 피곤한데 이런 눈오는 풍경이라던가 아무도 없이 심심할 때 라디오나 음악 들으면서 작업하는 아침 시간이 진짜 좋습니다.”
Q. 정말 아침을 여는게 빵집인것같아요. 영업시간은 11시지만 정말 6시부터 불을 켜고 있는.
“오늘 장사한다고 하면 정말 전날 오후부터 빵 준비를 하고 길어지면 일주일 정도 전부터 준비를 하니까.”
Q. 오픈을 위해서 전날 오후부터 일을 하시는거네요. 매일 매일.
“네. 우리나라사람들은 빵하면 흔하게 파리바게트를 떠올리잖아요. 근데 파리바게트빵이 맛이없다, 건강에 안좋다는게 아니에요. 다 맛있고 좋은데 거기서 시스템 상 못하는 빵들이 있어요. 그게 이제 영국식 식사빵같은 건데, 되게 만들기 어렵거든요. 그렇다보니까 이제 어떻게 보면 틈새시장처럼 개인 베이커리에서 빵 하나만드는데 일주일이 걸리는, 호밀이라던가 통밀을 가지고 장시간 발효시키는 빵들은 만들 수 있고, 기본적으로 그런 빵들은 소화같은 점에서 도움이 되는 그런 빵들이고, 몸에나 영양가도 좋은 빵이니까 그런 빵들을 만들고 싶은거죠.”
Q. 빵집을 이용하시기전에는 파리바게트나 그런빵집도 많이 이용하시고 잘 모르셨을 것 같아요. 다 가게하시면서 그런 빵이있고, 건강에 좋다는것을 알게되신건가요?
“그렇죠.”
Q. 그런 빵을 만들기 위해 지금 하시고 계신 노력이나 실험적으로 내고 있는 것이 있을까요?
“지금도 계속 저는 교육을 다니구요. 항상 공부를 하고있어요. 빵을 배우는게 워낙 무궁무진하다보니까. 지금은 천연발효종이라고 상업적인 이스트들을 사용하지 않고. 직접 배양하면서 테스트하고있고 있습니다. 저만 그런게 아니고 개인빵집 운영하시는 분들 다 이렇게 열심히 하고계세요.”
Q. 정말 빵에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만드는 과정자체가 정말 재밌습니다. 그리고 빵이라는 것을 만들어보니까 느낀점은 39살 까지 회사생활을 하다가 올해 42살인데 회사생활하다보면 정말 내 뜻과는 달라지는 일들이 많잖아요. 주위사람들이나 그런것 때문에 많이 힘들잖아요. 내 의도와 달라지는 일들이 많고. 열심히 일만한다고 다가 아니고. 근데 빵을 내 손으로 만들다보니까 이거는 진짜로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내손으로 태어나는 것이다 보니까 너무 재밌는거에요. 사람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일도 없다보니 너무 재밌더라구요.”
Q. 그리고 그 빵을 맛있게 먹어주는 손님들이 덕분에 더 뿌듯하실것같아요.
“맞아요.. 빵 만드는사람뿐만이아니라 음식만드는 사람들은 다 마찬가지겠지만 자기가 만든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는 것만으로 행복하고 보람차다고 느껴요. 아직도 저는 경력이 부족하다보니까 계속 공부하고 틈나는대로 교육도 다니고있어요.”
Q. 인터뷰를 하다보니까, 전에 서점에서 빵 터졌다 책이여서 사간다는 말씀이 계속 연결되어서 정말 빵을 애정하시는 모습이 상상이 되네요.
“네, 재미도 있고 두번째로는 말씀드렸다시피, 이걸로 먹고 살아야하잖아요. 근데 최근에보면 이런 개인빵집들이 문을 많이 닫아요. 새벽부터 저녁까지 일을 계속 하고 고생을 하면서 돈이라도 벌어야하는데 또 그렇지도 않아요. 요즘은 하도 경쟁도 심해지고 그러다보니까 마진이 적어요. 좋아하는 일을 어떻게하면 계속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보니까 다른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장사하는지에 대해서 의문점이 굉장히 많아요. 근데 잘 안알려줘요. 본인들같은 경우도 매우 힘들게 배운것이기 때문에 잘 안알려줘요. 근데 정웅셰프님도 마찬가지지만 시멘트회사를 다시니다가 빵집을 차리셨잖아요. 그래서 약간 어릴때부터 배우신분들은 고생을 해서 배운거기때문에 그걸 오픈하기가 쉽지않은것같아요. 근데 정웅셰프님같은 경우는 자신이 새롭게 배운것들은 나누려고 하는 것들이 커요.
저도 사설교육기관에서 정말 이해가 안갔던 문구중에 하나가 ‘기술자는 자신의 기술을 나눔으로서 더욱 더 발전하고 행복해질것이라고 생각한다.’ 예요. 제 생각에는 당연한거 아닌가? 이걸 왜 대문짝만하게 기술하지? 했는데 막상 일을해보니까 아닌거에요. 이쪽 일을 해보니까 자신이 배운 일은 절대 오픈하지 않더라구요. 네. 자신의 밥줄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이 어렵게 배웠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절대 오픈하지않아요. 근데 이분은 또 이런생각을 가지고 계시고, 책 속에 정웅 셰프님도 그렇게 생각하고 계신다고 하잖아요. 자기가 본인의 레시피는 얼마든지 오픈해서 내가만든 것들이 점점 커져서 모든 사람들이 내 레시피의 빵을 먹고 전파되었으면 좋겠다고. 근데 예전 기술자분들은 이런생각을 안가지고 계세요.”
Q. 점점 변하기를 기대해보는 거네요.
“그렇죠. 좋은건지 안좋은건지는 모르겠어요. 옛날 마복림할머니가 떡볶이 선전하실때도 며느리도 모른다고 하셨나? 그랬잖아요. 그래서 어떻게보면 숨기는게 맞는건지, 자신이 배운 기술을 오픈하는게 맞는건지. 근데 저는 후자가 맞다고 생각해요. 배우고싶고, 알고싶고, 하고싶은 사람들은 다 알아보고 그다음에 자신이 선택해서 하는게 맞지않을까 그래야 후회가 없지 않을까라고 생각해요.”
Q. 혹시 밀에 대해서 더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저희가 질문을 미흡하게 했을까봐 하하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하루를 소개하는 문구라고 하시니까. 말씀드리고 싶은거는 제가 빵을 만들때 안쓰는것이 세가지가 있는데요. 계량계, 방부제, 유화제 이 세가지 입니다. 저희는 천연버터를 사용해서 빵을 만들어요. 저는 이렇게 좋은 재료를 쓴다는것을 대문짝만하게 광고하는 빵집이 이해가 안갔어요. 저는 당연하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근데 이런게 당연한게 아니더라구요.”
Q. 맞아요. 빵집들에서 천연재료를 사용하는게 어렵더라고요 변화가능성도 많고.시간도 훨씬 많이 투자하실것같아요.
“네. 시간도 오래걸려요. 그 다음에 이렇게 만들면 유통기한도 오래 못가요. 그래서 데일리브랜드라고 매일매일 빵을 만들다고 선전하는 브랜드도 저는 처음에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는데, 하나하나 알고 들어갈수록 이게 어려운거더라구요. 방부제를 쓰면 2-3일 정도 팔 수 있어요. 계속 매대에 팔고 빈곳은 채워넣고. 이런 식으로 운영하는 곳도 있지만, 저희같은 소규모 빵집들은 이렇게 할 수가 없습니다. 빵 자체가 신선해질 수 없어요. 그래서 계속 노동력이 녹아들어가는 것 같아요.”
“재고관리도 신경써야하고. 어떤날은 빵 만들다가 망치는 경우도 많아요. 우리나라는 겨울하고 여름하고 온도나 습도도 너무 심해서 일정한 품질을 유지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다른 집은 유화제 방부제를 쓰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저희는 계속 좋은 재료를 쓰고 건강한 빵을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Q. 다 정성인거 같아요.
“맞아요. 꼼수 부리지 않는거.”
Q. 저희는 이런 빵집이 바로 옆에 있어서 너무 좋은데. 너무 힘들게 빵을 만들고 계셨네요.
“쉽지 않아요. 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일이니까 재밌게 하고 있습니다. 오래하길 바라고 있어요.”
Q. 제일 마지막 질문이 ‘밀이 아침을 시작하는 서촌의 가게라고 할 때, 오늘 하루를 시작하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빵?’ 말씀해주실수 있을까요?
“아침에 하루를 시작할때 드셨으면 하는 빵을 지금 생각해보니까 루스틱이라는 빵을 같이 드셔보시면 어떨까요. 이유는 사람도 잠을 자듯이 루스틱이라는 빵 반죽 자체도 전날 반죽을 쳐서 냉장고, 저온에서 천천히 숙성을 시키거든요. 얘도 잠을 자고, 아침에 제가 꺼내서 반죽을 깨우는거죠. 그래서 빵을 만들어요. 사람이 아침에 일어나듯이 얘도 일어나요. 맛은 되게 담백하고 구수한 바게트같은 빵이에요. 밀가루만 들어간 빵. 이런 빵 같이 드시면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드네요.”
우리가 준비한 질문은 여기까지였다. 장장 한 시간 남짓한 인터뷰 시간에 놀라하셨지만 그만큼 또 밀의 빵이 잘 구워진 듯 하다. 말로는 일사천리로 모든게 이루어진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 않았을 것이라 어림짐작한다. 밀가루 반죽 하나도 습도, 온도, 많은 것들이 고민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10월 초까지 언급하셨던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 중이시다. 얼른 다시 아침에 밀의 빵을 먹을 수 있었으면!
글 | 서촌유희 사진 | 서촌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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