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의 점심은 조용하면서도 나름 역동적이다. 어디에 있었는지 모르지만, 어느새 점심시간이면 여기저기서 몰려온 사람들로 식당은 늘 붐비기 마련이다. 서촌에는 많은 가게들이 생겼다가 없어지고 있다. 오랫동안 서촌을 지켜온 가게들만큼이나, 새롭게 서촌에 온 가게들도 문득 궁금해졌다. 망원동에서 서촌으로 이사온지 얼마 안된 소품가게, '이감각'을 우연히 마주쳤다. 이감각을 이끌어 가는 이해인, 이희승 두 분의 인터뷰를 담아보았다.


Q. ‘이감각’에 대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해인  : 저희는 감각적인 디자인을 하자 그래서 그냥 편하고 직관적으로 이감각이라는 이름으로 하게 됐어요. 한국의 전통적인 조형이나 모습에 관심이 많아서 그런 거에 모티브를 얻어 다양한 디자인작업을 하는 그룹입니다.


희승 : 둘 다 이(李)씨 여서 '이감각', 이렇게.


Q. 로고가 굉장히 귀엽습니다. 초록색 원 세 개가 나란히 붙어있는 모습이 마치 완두콩 같은데요, ‘이감각’이라는 브랜드와 로고, 전체적인 컨셉은 어떻게 구상하게 됐나요?

희승 : 사실 그게 완두콩은 아니고 구름이랑 연못을 형상화한 거에요.  초록 구름 연못이라고, 동양적인 이미지를 녹일 수 있는 것들을 가져와서 좀 더 모던하게 바꾼 거에요.


Q. 전에 운영하셨던 망원동 쇼룸의 외관이나, 제품들을 봐도 그렇고, 녹색을 굉장히 좋아하시는 것 같습니다. 브랜드 컬러를 녹색으로 정하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해인 : 좀 딥한 그린 컬러를 좋아해요. 이유는 그냥 녹색을 좋아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희승 : 녹색을 너무 좋아하기도 하고 또 우리나라에서 쓰이는 컬러 중에서 좀 특징적인 색깔을 쓰고 싶어서요. 처음에는 다홍색을 썼었어요. 다홍색을 쓰다가 녹색을 쓰게 된 건데, 두 컬러 다 많이 쓰고 있어요.


Q. 최근 망원동에서 서촌으로 보금자리를 옮기셨는데, 공간을 옮기게 된 이유와 계기가 있나요? 

희승 : 저희가 두 번 이사를 했는데 막상 '이감각'을 시작한 건 얼마 안 됐어요. 첫 번째 이사에서 제일 이유가 큰 건, 망원동에서 처음 얻은 곳이 중간에 건물주분이 바뀌셨거든요. 계약기간이 한 일년 넘게 남아있었는데 임대료를 2배 넘게 올려달라고 그러셨어요. 그것 때문에 좀 고민하다가 옮겼는데 제일 큰 이유였어요. 두 번째는 좀 큰 공간에서 했었어요. 원래 있던 곳이 작기도 했었고 겸사겸사 이제 큰 곳으로 옮겨서 해보자고 옮겼는데, 같이 카페 일을 해주던 동생이 유학을 갔어요. 상가다 보니까 아무래도 그냥 사무실보다 임대료가 좀 비싼 편이었는데 그 친구가 카페 일을 못 봐주면 저희가 케어하기가 힘들고 사실 카페를 할 건 아니었으니까요. 그래서 그냥 좀 공간을 줄이면서 저희 작업 위주로 할 수 있는 대로 오자고 해서 찾아보다 여기가 저희 두 명 집 사이라 위치도 괜찮고 동네 분위기도 괜찮고 근처에 경복궁이 있어서 저희랑 분위기가 잘 맞을 것 같더라고요.


해인 : 이사를 결정하면서 사실 되게 많이 알아봤거든요. 을지로도 가보고 홍대, 연남동, 효창동, 용산 다 보고 그랬었는데 원래도 좀 서촌을 좋아한다고 해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인상이 계속 좋다는 느낌은 있었어요. 고즈넉한 느낌이 있고, 산도 보이고. 둘 다 그런 분위기를 좋아해서 봤는데 때마침 여기가 채광이 정말 좋더라고요.


희승 : 사방에 창문이 있어서 이게 집을 고른 이유 중에 제일 컸어요. 


해인 : 조용하기도 하고.


희승 : 하루종일 해가, 전 해가 제일 중요해요. 해가 드는 거. 그래서 해 잘 드는 집으로 선택했어요.

Q. 놀러 올 때와 일할 때의 서촌의 느낌은 어떻게 다른가요?

해인 : 제일 큰 차이(웃음). 그리고 시간대도 좀 차이가 큰 것 같은데 놀러 올 때는, 저는 대학생 때 서촌을 몇 번 놀러 와서, 늦은 오후나 저녁에 약속이 있어서 오게 되는데 이제 그게 아니고 여기서 생활을 하게 되니까, 그렇게 되니까 보이는 사람들이 또 다르더라고요. 직장인들도 많고.


희승 : "생각보다 더 차분하기도 하고 생각보다 더 사람들이 많아서 활력 있기도 하고 그랬어요. 저기는 완전 광화문 사거리고. 안쪽은 완전 평안하고 퇴근길은 활력이 넘쳐요.


Q. 서촌에 오셔서 좋은 점과 아쉬운 점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희승 : 망원동보다 좀 정리가 되어있어요. 망원동도 요즘 되게 뜨긴 했는데 뭐가 들어온 지 얼마 안 돼서 좀 정신없고, 망원동이 또 그런 분위기가 좋긴 하지만 근데 여긴 좀 더 깨끗하고 편안한 느낌이 있어요.


해인 : 도보 정리도 좀 잘돼 있고. 좀 차분하고. 다들 좀 여기서 오래 사셨던 분들이 많으시고 해서 동네 느낌이에요. 그리고 제가 좋은 점은 일단 절대적으로 제 통금시간이 엄청나게 줄었어요. 20분 정도 줄었거든요. 그리고 해가 잘 들어요. 동네 자체 골목마다 잘 들고, 2번 출구에서 제가 나오면 쭉 길이 한 번에 탁 트여있잖아요. 뒤에 산 보이고. 그런 전경의 느낌? 그런 게 제일 좋았어요.


희승 : 산이 보이는데 너무 좋았어요. 서울에서 산이 이렇게 가까이 보이는 데가 그렇게 많지는 않은데. 산이 보이는 게 너무 좋더라고요. 저희도 4층밖에 안 되는데 여기서 보면 건물들 위가 다 보이거든요.



해인 : 아 그리고 좋은 거 그것도 있어요. 저희가 박물관을 많이 다니려고 많이 노력하는데 절대적인 시간이 아무래도 좀 걸리면 잘 안 가게 되잖아요.  지금은 더 가까워서 고궁박물관 되게 쉽게 갈 수 있고, 대림미술관도 근처에 있잖아요. 그런 거 전시도 놓치지 않고. 그런 게 좋아요.


희승 : 저희보다도 사실 찾아오고 싶어 하시는 분들이 너무 오기 힘들어하시니까 아무래도 좀 죄송하더라고요. 자꾸 전화 와서 어디냐고(웃음). 근데 또 주소 안내해 드릴 때 4층이라고 적어두기가 너무 민망한 거예요. 그래서 그럴 때 죄송해요.


Q. 망원에 계실 때의 ‘이감각’은 오프라인쇼룸의 역할이 더 컸던 것 같아요. 서촌으로 오시면서 오프라인 판매와 클래스의 비중을 줄이고, 작업실, 공방의 역할을 강화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희승  : 클래스는 이제 안 해요. 쇼룸도 일주일에 이틀 오픈하고 주말에는 한 달에 한 번만 오픈하고 그러는데 전에는, 장단점이 있는 거 같아요. 오프라인 쇼룸 할 때는 저희 제품 사시는 분들을 좀 더 많이 만나고 더 쉽게 만나서 반응을 보기가 되게 쉬웠거든요.


저희도 피드백을 빠르게 반영할 수 있고 피부로 느껴지는 게 좋긴 했었지만 아무래도 매장에서 계속 손님분들을 봬야 되니까 저희 작업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다른 일을 하기가 너무 어려웠던 것 같아요. 그래서 고민을 많이 하다가 그래도 우리가 그냥 장사만 하려고 이러고 있는건 아닌데 작업을 더 많이 하고 싶다고 생각해서 쇼룸 비중을 확 줄이고 작업실 위주로 하게 됐습니다.

 


Q. 아무래도 4층으로 옮기면서 새로 유입되는 고객들은 좀 줄었을것  같은데 맞나요?

희승 : 우연히 들어오시는 분들은 없으니까요.


Q. 그러면 기존에 이감각을 알고 계셨던 팬분들이 찾아오시나요?

희승 : 네 대부분 그러세요. 그래서 구매하시는 것도, 오프라인 총 매출은 당연히 좀 줄었지만,  한분이 구매하시는 양이 늘었어요. 그리고 다 아는분들만  구매를 하려는 목적으로 오시니까 그게 되게 감사하더라고요.


해인 : 제품 설명을 좀 더 천천히 드릴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이건 어떻게 만들어졌고 이런 것들을 설명해 드릴 수 있어서.



Q. 아무래도 창작활동을 하시기 때문에 주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으실 것 같습니다. 이런 점에서 ‘서촌에서의 작업환경’은 어떤가요?

해인 : 너무 좋아요. 그런 것까지는 생각해서 서촌에 온 건 아니었는데 오고 나니까 편해요.


희승 : 일단 미술관이 그런 것들이 가깝고 공장들도 가까워요. 을지로도 가깝고 인쇄소들도 가깝고 동대문 쪽에 원단 시장도 가깝고 신설동 가방공장 이런데도 가깝고 작업하기가 훨씬 좋더라고요.


해인 : 작업 안 풀리면 그냥 “서울역사박물관에 한번 가볼래?” 물어보고 그러면 거기까지 저희 제품을 들고 점심 먹는 김에 산책하면서 갈 수 있고 그런 환기가 되게 많이 되더라고요. 산책하는 재미가 있는 동네인 것 같아요. 산책하면서 좀 쉴 수 있는?


Q. 서촌에는 유독 작은 공방들이 많습니다. 망원동에도 물론 작은 공방들이 많지 서촌의 공방들은 골목 곳곳 더 깊숙이 숨어있는 것 같아요. 이런 점에서 서촌에서 새롭게 교류하게 된 브랜드와 작가들이 궁금합니다. 

해인 : 저희가 온 지가 얼마 안 돼서 아직은 없어요. 있나? 생각나는 사람 없지? 아, 라면가게 사장님이랑 저희 되게 친해요.


희승 :  제가 라면을 먹으러 갔는데 맞은편이라 저희가 여기 있는 거 아시거든요. 근데 제가 혼자 라면 먹으러 갔더니 왜 같이 안 왔냐고 그러셔서 그 친구 도시락 싸 와서 도시락 먹고 있다 그러니까 왜 혼자 드시냐고 와서 같이 먹으라고, 그래서 저는 라면 먹고 이 친구는 앞에서 도시락 까놓고 먹고 이랬었어요(웃음). 되게 좋으시더라고요.


Q. 출근하거나 퇴근한 후 혹은 일을 하는 도중, 서촌에서 가시는 장소나 자신만의 의식이 있으신가요? 한 예로 저는 출근길에 아침 일찍 문을 여는 커피집에서 음료와 간식거리를 꼭 사 들고 가는데요, 아침 의식(?)이죠. 안 하면 섭섭하고 허전해요.

희승 : 저는 점심 먹고 스트레칭해요. 쇼룸 오픈하는 날에는 못하는데 점심 먹고 매트 깔고 둘이서 요가도 하고(웃음)


해인 : 그게 동네 분위기가 그런 게 가능한 느낌이어서. 한 30분 정도는 자기를 위해 써도 될 것 같은?


희승 : 맞아요. 보통은 오전에 오면은 머리 안 써도 되는 일, 배송업무 보는 거 하고 스트레칭하고 나서 작업을 하죠.



Q. 두 분이 하나의 브랜드를 운영한다는 것은 꽤 힘들어 보입니다. 아이디어를 내고 실현하며, 직접 판매와 사진도 찍으셔야 하는데, 어떠신가요?

희승 : 일이 엄청 많아서 바쁘다기보다 일의 가짓수가 많아서 되게 정신이 없어요. 챙겨야 할 게 많아서요


해인 : 네 맞아요. 배송업무 같은 거는 사실 잊으면 안 되는 거잖아요. 잊으면 안 되는 것들이 생각보다 너무 많아요. 샘플링 하는 거, 이런 것도 잊으면 안 되고, 제가 잊으면 스케줄이 계속 미루어지니까. 사진 찍어도 업로드하고 수정하는 게 또 한참이고. 그래서 그런 것들은 오히려 전시회 보러 가는 길에 찍어요. 제품 들고 가면서 여행을 가면 사진을 찍어오기도 하고.


Q. 그럼 직접 다 찍으시는 거죠? 모델도 하고. 사진도 찍고.

해인 : 맡긴 적도 있지만 저희가 찍은 것도 많아요.


희승 : 크게 런칭할 때는 그냥 맡겨서 찍고 후배 중에 사진작업 하는 친구가 있고 모델 일을 하는 친구가 있어서 그 친구들한테 많이 맡겨요. 평소에는 저희가 작업하고. 생각보다 상세 페이지에 나오는 룩북 같은 거 말고도 사진이 계속 필요해서, 가볍게 올릴 만한 사진들은 저희가 하게 되더라고요.


Q. 어떻게 보면 두 분의 케미가 되게 중요한 일이네요.

희승 : 그리고 저희 자매 같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어요. 학교 다닐 때, 과 동기 였을 때는 그 정도는 아니었는데 지도교수님도 저희보고 점점 닮아간다고. 3학년 때 과제 하나를 같이 하면서 좀 비슷하다는 것을 많이 느끼고 4학년 돼서 제가 “야 너 작업 되게 열심히 하더라” 하면서 같이 하자고 꼬셨어요(웃음). 너 취직하지 말고 나랑 이거 하자.


Q. ‘한국적 빈티지’와 ‘모던 아르누보’를 컨셉으로 활동을 하고 계시는데, ‘이감각’이 생각하는 디자인적 방향성과 서촌이라는 지역이 서로 부합하는 부분이 있는지, 있다면 어떤 부분일지 궁금합니다.

희승 : 서촌은 서울에서 그래도 전통성이 남아있는 공간 중 하나잖아요. 그런 게 아무래도 저희 기반이 되기는 하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도 많고.


해인 : 남아 있는 한옥들도 많고 또 광화문 같은 데는 고층빌딩이랑 그 뒤에 경복궁이 한번에 보이는 샷들이 있잖아요. 그냥 그런 것을 보는 것도 영감을 얻을 만하고. 구체적으로 이 부분이 되게 비슷하네. 이렇게 생각하지는 않더라도 맥락적으로 그런 게 있다고 생각하면서 다니고 있는 것 같아요.


Q. 제품들의 디테일을 살펴보면 작가의 취향이 듬뿍 담겨있어서 볼 때 마다 신선하고 재미있습니다. 이런 제품을 만드시는 분들이 좋아하는 것들은 무엇일까 궁금해요. 

희승 : 저희가 학교 다닐 때 강의하시던 분인데 전임 교수님은 아니시고 여기저기 강의하시는 분이었거든요. 근데 그 교수님 수업 들으면서 저희가 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았어요. 한국 디자인에 대한 얘기나 동아시아 디자인에 대한 얘기를 기존에 알려졌던 디자인사와는 좀 다른 관점에서 얘기를 해주셨어요. 그런 부분에 대해 저희가 다르게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고요.


해인 : 동아시아가 가지고 있는 고유성 그런 거에 관심이 되게 많으셔서, 뭔가 한국적인 것은 소박하고 여백이 많고 이런 식으로 상투적으로 알고 있던 표현과 다르게 디자이너의 관점에서 해석해서 설명을 많이 해주셔서 좀 그런 것을 내 멋대로 해석하는 재미를 느꼈던 것 같아요.


희승 : 우리나라 조형도 되게 서양디자인 시각에서 해석한게 굉장히 많아요. 근데 그렇게 되면 설명이 안되는 게 되게 많거든요. 그런 걸 교수님을 통해서 많이 배웠어요. 물건을 이렇게 보면 더 좋다. 이런 부분이 더 의미가 있는 거다.



Q. 창작활동을 하는 사람으로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거나 결과물에 만족하지 못하면 심리적으로 부담이 큽니다. 마음을 다스리기 위한 해소법이 있나요?

해인 : 전시를 보는 것 같아요. 통을 긁어서 영감을 가져다가 써요 그러다가 문득 아무리 긁어도 통에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그럴 때는 전시를 찾아서 서로 추천해주고 시간 있으면 같이 보러 가기도 하고. 한 사람이 우울하면 다른 한 사람이 케어해주고 끌어줄 수 있는 것 같아요. 내가 이렇게 하는 동안 얘가 다른 매력적인 결과물을 가져와서 나한테 보여주면 그것 때문에 한고비 넘어가고 넘어가고 이렇게.


Q. ‘시담백’, ‘시담폰’ 등 시담시리즈의 시는 어떻게 선정하나요? 저번에 너무 예쁜 ‘시담백’ 하나를샀는데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해인 : 저작권 만료된 시들을 모아두는 사이트가 있거든요.


희승 : 그런데 윤동주 시인 분이 너무 좋은 시를 많이 쓰셔서 좀 다양하게 쓰고 싶은데 윤동주 시가 자꾸 많이 들어가는 거예요. 그래서 생전 처음 듣는 사람들 시도 다 찾아보고 그랬었죠. 너무 4개의 가방이 다 윤동주 시인의 시가 들어가서, 이게 윤동주 가방이 아닌데. 그래서 나중에는 키워드로 검색해서 시 나오는 것을 쭉쭉 읽어보고 골랐어요. 여름 가방의 시가 그렇게 정해진 거예요.


해인 : 우연히 만난 취향이죠. 저는 이 시가 제일 좋았는데(봄 가방 시) 읽다 보면은 봄에 부는바람 바람 부는 봄 입에 맴돌더라고요.



Q.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고 지금까지 만든 제품들 모두 소중하고 기억에 남겠지만, 그래도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제품이 있을까요?

희승 : 이 친구는 어떨지 모르겠는데 저는 기억에 남는 가방이 2개 있어요. 저 '꽈배기 모양의 가방'이 저희에게 많은 부와.


해인 : 시작을 알려준(웃음)


Q. 저도 이거 너무 좋아요. 이 줄을 꽈배기로 해서 두 개를 다르게 한 거.

희승 :  그거 제 아이디어에요(웃음) 만들 때 고생을 많이 한 아이기도 해서 이걸 저희가 두 번째 제작할 때는 맡겼는데 처음 할 때는 저희가 다 꽜어요. 300개인가 주문이 들어온 거에요.


해인 : 처음에는 이걸 다 따지 않고 이정도(10cm 정도)를 따 보고서, 이러면 할 만한데 할 수 있겠다고 했는데 하나를 다 완성하는 데 30분이 걸렸거든요. 그게 300개면.


희승  : 가방 한 줄을 만드는 게 30분이 걸리니까 사실 생산성이 되게 떨어지는 거예요. 해봤자 얘가 3만원대인데 에코백이라서. 가격을 더 높이기도 그렇고. 그런데 그 300개도 크라우드펀딩에서 받은 주문이어서 그냥 홈페이지에서 한개 두개 이렇게 들어왔으면 그때그때 만들어서 나갔을 텐데, 저희는 한 100정도 주문이 들어오려나 했는데 300개나 돼서, 납기일은 또 정해져 있는데. 그때 밤새우면서 졸면서 꽈서 진짜 너무 힘들었어요. 잊을 수가 없어요. 알람 맞춰놓고 매듭 만들고 근데 처음에는 30분 걸리던 게 나중에는 손이 빨라져서 15분에 하나씩, 근데 그걸 알람을 맞춰놓고 만들어야 되는거예요. 안 그러면 만들 수가 없어서.


해인 : 해서 도저히 잊어버릴 수가 없네요. 근데 그만큼 되게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정말 뿌듯했어요. 그리고 또 기억에 남는 것은 '나물백'이에요. 기억에 남는 이유가 제작비가 너무 비싸서. 제가 이 디자인이 꼭 하고 싶어서 우겨서 만든 건데 얘는 저희가 남는 게 없어요. 한번 생산하고 다 끝나면 더 못 만들 것 같더라고요. 원래 모양도 가방 아래를 납작하게 평면적으로 만들 수 있는데 바닥면 잡는다고 옆에 이걸 넣는 바람에 여기서 또 비용이 들고, 오버로크 밖으로 뺀다고 또 비용이 들고. 가볍게 만들고 싶었던 가방인데 제작비가 너무 올라가니까 단가를 낮출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좀 아픈 손가락이에요 얘는.



Q. 무더웠던 여름이 지나고 슬슬 가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서촌에서의 첫 여름 어떠셨나요? 

희승 : 더웠어요. 사실 처음에 와서는 정리하고 자리 잡다가 정신이 좀 없었어요. 되게 급하게 결정하고 온 감이 없지 않아서. 이제 슬슬 적응하는 중이에요.


해인 : 5월에 이사를 왔는데 봄의 끝자락이잖아요? 그래서 봄에는 서촌을 본 기억이 없고 이제 내가 서촌을 다닌다고 생각했을 때가 여름이니까 제일 햇빛 쨍쨍하고 나무 푸르고 이럴 때 다녀서, 2번 출구 쪽 올라오는 길에 무궁화가 있거든요. 그것도 좋았어요. 정신은 없었지만 오가면서 보는 장면은.


끝으로 오늘 인터뷰 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뭔가 인터뷰가 아닌 만담을 한 느낌이라서 정말 재미있었어요. 그리고 두 분의 환상적인 캐미가 돋보여서 너무 좋았고요. 앞으로도 매력 있고 개성 있는 제품들을 만나러 오겠습니다. 벌써 제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네요.





글 | 서촌유희          사진 | 서촌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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