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서촌은 물이 흐르는 동네였다. ‘옥류동천길’과 같은 도로명 주소에 흔적들이 남아있다. 물이 흘러온 길을 따라가면, 양 옆에 위치한 빌라들 사이로 인왕산의 덩치가 힐끔힐끔 보인다. 결국 자연으로 돌아가는 사람의 일생과 같이, 점점 가까워지는 산의 모습에 안도하며 걸어 갔다.
처음 마주하는 모습은 작은 초록색 마을버스가 줄지어 있는 것이다. 산을 오르고 내려오는 사람들이 교차하고, 마을버스는 그들을 기다려준다. 바로 옆에 있는 옥인연립은 말 그대로, 여러 사람들이 ‘연립’하여 살고 있다. 누군가는 집 앞에 데크를 두고 작은 캠핑장으로 쓰고, 텃밭을 꾸리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