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동그랗고 아주 잘생겼구나”

“감사합니다! 사람들이 저만 보면 잘생겼다고 하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질렸어요”


수성동 계곡 올라가는 길, 점심 시간에 맞추어 들린 햄버거 가게에서 들리는 소리이다. 다른 테이블에서는 꼬마 아이의 지하세계에 대한 궁금증이 한참이다. 아이에게 지하세계는 누구나 갈 수 있는 곳이고, 어른에게는 죽은 사람이 가는 차가운 곳이었다. 지상에 있는 나는, 올라가보기로 한다. 집에서 패티부터 직접 만든 것 같은 햄버거를 다 먹고 가게 문을 나섰다. 봄이 되어도 눈치 없이 계속 불던 추운 바람은 사라지고, 햇빛이 비추는 길을 따라 걷고 또 걸어 올라갔다.

옛 서촌은 물이 흐르는 동네였다. ‘옥류동천길’과 같은 도로명 주소에 흔적들이 남아있다. 물이 흘러온 길을 따라가면, 양 옆에 위치한 빌라들 사이로 인왕산의 덩치가 힐끔힐끔 보인다. 결국 자연으로 돌아가는 사람의 일생과 같이, 점점 가까워지는 산의 모습에 안도하며 걸어 갔다. 


처음 마주하는 모습은 작은 초록색 마을버스가 줄지어 있는 것이다. 산을 오르고 내려오는 사람들이 교차하고, 마을버스는 그들을 기다려준다. 바로 옆에 있는 옥인연립은 말 그대로, 여러 사람들이 ‘연립’하여 살고 있다. 누군가는 집 앞에 데크를 두고 작은 캠핑장으로 쓰고, 텃밭을 꾸리기도 한다.

잠시 숨을 고르고 흙 길로 걸음을 옮긴다. 봄과 여름 애매한 경계 사이에서 급히 얼굴을 내민 새싹들이 보인다. 때 묻지 않은 연초록 색의 잎들이 무엇이 될지 궁금해진다. 계곡의 큰 바위를 올라타고 동네 꼬마들의 때이른 물놀이가 한창이다. 무엇을 찾아 가는 걸까?

나의 목적지는 그리 멀지 않았다. 흙 길을 십여분 정도 걸으면 도착하는 서울이 내려다보이는 작은 전망대에 앉았다. 몇 일 바람이 세더니, 하늘의 먼지가 다 쓸려나가 남산타워 까지 보였다. 산을 한바탕 다녀온 사람들을 구경하다, 시내를 또 바라보기를 몇 번 반복하였다.


조금만 더 가면 닿을 것 같은 인왕산을 등 뒤로하고, 부르는 소리에 다시 내려 갔다.


글 | 서촌유희          사진 | 서촌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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