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의 24시간을 기록 중이다. 아침, 오후, 밤으로 나뉘어 서촌의 시간을 지키고 있는 가게들을 모아보았다. 세 번째로 서촌의 저녁, 그리고 다시 새벽을 밝히는 스페인음식점 ‘고미스’를 소개한다. 

 

Q. 안녕하세요. 까에데고미스에 대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까예데고미스는 말그대로 까예 데 고미스(길)이라는 뜻이기도 하고, 고미스 길은 바르셀로나에 있어요. 바르셀로나에 가시면 산이 딱 하나 있거든요 뒤쪽에 이렇게.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뒤쪽에 산 밑에 있어요. 전망이 좋아요. 앞에 지중해가 보이고. 저희 집사람하고 같이 살았던 길 이름이예요.


Q. 거기서 만나신건가요?

A. 그렇지 않아요. 만난 건 훨씬 전이고요. 같이 지내게 된 곳이 까예데고미스. 1번하고 2번하고 겹치는 이유는 스페인에서 2년 정도 바르셀로나에 머물면서 너무 좋았거든요. 그래서 이 가게는 일단 제가 스페인을 너무 좋아하니까 저 말고도 스페인을 좋아하는 사람분이 분명 계시니까 그분들하고 스페인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Q. 스페인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요?

A. 그렇죠 제가 여러 가지로 스페인을 좋아하는 이유가 축구도 있고, 그다음에 테니스를 치는데 제가 좋아하는 선수도 스페인 출신이고, 또 스페인이 가톨릭 국가잖아요. 제 종교도 그렇고. 여러부분이 겹치는 곳이 있었어요. 그래서 이 공간을 만들게 된것이죠.


Q. 그러면 왜 많은 사람들과 스페인을 공유하는데 콘텐츠가 왜 요리와 술이었나요.

A. 아무래도 사람하고 이야기를 나누는데 술 만한 것이 없잖아요. 제일 빨리 가까워질 수 있는 거. 그리고 스페인뿐만 아니라 유럽이나 미국을 가보시면 광장 문화, 바문화, 펍문화 같은 것들이 잘되어있는데 그 사람들 가보면 아침부터 맥주마시고 와인마시고 얘기 나누고 느긋하게 뭐 그 사람들의 속사정은 모르겠지만 우리가 보기에, 그런 것들이 굉장히 좋아보였고 저도 거기서 많은 시간을 거기서 보냈고 정말 좋았어요. 한국이랑은 말도 안 되게 반대라서, 저희는 그럴 수 없잖아요.


Q. 여유가 느껴지는 삶이었네요.

A. 그렇죠 굉장히 여유롭죠. 비록 가진건 없을지언정.


Q. 그럼 서촌의 동네를 선택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A. 서촌은 제가 이야기를 풀면 굉장히 긴데, 스페인에서 두 사람하고 지내다가 한국으로 돌아왔어요. 한국에 돌아와서 집사람도 직장을 찾아야하고 저도 일할 곳을 찾아야해서 스페인에서 넘어올 때 가게 하려고 저는 계획을 하고 있었죠. 저는 스페니쉬 식당에서 일을 하고 싶어서 찾고 있었고 집사람도 취직할 곳을 찾고 있었죠. 저는 삼청동에서 일을 하게 되었고, 집사람은 저 광화문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에서 일 하게 되었어요. 일을 하면서 집을 이제 찾아야 하잖아요. 저희는 강남가기 싫어서 강북의 제일 끝인 옥수로 갔어요. 사실은 여기도 보고 사실은 홍제쪽으로 넘어갔어요. 근데 개인적으로 홍제는 너무 살기가 너무 이상한거예요. 아 이건 진짜 안 되겠다. 그래서 다시 여기(서촌)로 다시 넘어왔어요. 여기가 느낌이 좋았어요. 부동산 몇 군데 보고 마땅한게 없어서 가려고 했는데 부동산 사장님이 ‘한옥이 하나 있긴 한데.’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다가 집을 계약하게 되었죠. 그래서 계약한게 2013년부터니까 7년째 서촌에서 지내고 있죠. 그때 사장님이 한 말씀이 아직도 기억나요. ‘이 동네 다른 동네보다 비싸요.’ 딱 첫마디가 그거였어요. 

아무튼  통인동에 조그마한 한옥에서 살기 시작해서 지금 저 옥인동 수성동있는 곳에 살고 있죠. 서촌은 사실 이 동네만의 느낌이 있어요. 지금 북촌에도 가있는데 거기하고 여기하고 느낌이 달라요. 여기는 정말 동네 같아요. 북촌은 사실 관광지죠. 북촌 주민들이 시끄러워서 살기 힘들다고 하는 것이 이해가 안돼요. 왜지 그쪽은 잘 안 가는 것 같은데... 근데 이 동네는 확실히 시끄럽긴 해요. 근데 관광객이 거의 없긴 하지만 예전에는 좀 시끄러웠죠. 확실히 여기는 동네 느낌이 많이 나고 동네 사람끼리도 제일 멀리 나가는 곳이 교보문고라고 해요. 거기까지 가면 다 해결할 수 있으니까요. 그 이상 벗어나면 힘들다. 정신없고 명동만 나갔다와도 너무 정신이 없어서 못갈 것 같다. 여기서 불과 직선거리로 3km 채 안되는데. 그 정도로 여기 들어오시면 살수록 애정이 커지죠. 그런 동네라서 저희도 7년째 살고 있고, 결혼해서 첫 신혼집도 이 동네, 첫째 아이 둘째 아이 모두 이 동네에서 살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떠날 마음도 없어요.


Q. 이만한 동네가 없는 것 같아요.

A. 없어요. 제가 지금 40대 초반인데 저 진짜 어릴 때 동네 느낌이 나거든요. 특히 보셨을지 모르지만 여기 골목에 애들 엄청 뛰어 놀아요. 저 어릴 때 보는 것 같아요. 그런 느낌 정말 많이 나요. 그래서 이 동네를 애정하는 것 같습니다.


Q. 네 그럼 다음 질문인데요, 가게 곳곳에 인테리어가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뭔가 취향과 애정이 느껴져요. 그래서 혹시 지금의 가게를 만들기까지 부부의 취향을 알고 싶습니다.

A. 취향은 아무래도 사실 거의 제 취향이 크고요. 제 집사람은 이런걸 별로 안 좋아해요. 지저분하다고 예 온전히 제 취향이죠. 약간 다른 얘기인데, 저하고 제 집사람은 서로 뭘하든지 별로 간섭하지 않아요. 서로가 뭘하든 알아서하는 편이고요. 보시다시피 FC바르셀로나나 머플러 부터. 머플러는 손님이 주고 간 것이고요. 이 동네에 덕후들이 좀 있어요. 메시 포스터도 그렇고 사실 유럽 가보면 그 동네에 있는 축구팀이 그냥 죽을 때까지 가는 거예요. 그게 저는 그냥 축구를 되게 좋아하는구나, 하는 느낌이었는데, 가보니까 그냥 생활이예요. 그러니까 뭐 바르셀로나를 예로 들면 두팀이 있는데 에스파놀과 바르셀로나가 있는데 주변의 모든 어른들이 저게 다 생활처럼 지내니까 애들한테도 생활이에요. 

너무 자연스러워요. 저는 그것도 부러웠어요. 자기가 어떤 사람으로 지내는데 굉장히 좋아할 수 있는 여러 것들이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일상에 있다는 것이 저는 되게 좋더라고요. 저희는 사실 뭔가를 찾아야 하잖아요. 나 이런거 한번 해볼까 해보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지하고 찾아야하는데 바르셀로나에서는 그냥 널려있었어요. 그냥 하면 됐어요. 그게 너무 좋더라고요. 그게 어떻게 보면 콘텐츠가 너무 많은 거였어요. 근데 그게 그냥 생활이었어요. 그게 너무 좋았어요. 축구도 생활의 일부분 이니까 저도 자연스럽게 좋아하게 되었고, 요즘 한국에서 하는 쉐어하우스처럼 지냈 거든요. 거기 소위 까딸루냐 애들이 있었는데 물든거죠. 사실 한국에서도 바르셀로나를 좋아했었는데 거기 가니까 아무래도 생활이다보니까 자연스럽게 축구도 좋아하게 되었고, 여기 깃발 같은 거 봐도 까딸루냐 독립기, 깃발, 루캄프에 축구 보러가면 줘요 이 깃발을. 이런 것들은 자연히 가지고 있게 되면서 그때의 향수가 있으니까 가게에 배치하게 된거죠.



Q. 그러면 자녀들에게도 이렇게 생활 속에서 뭔가 애정 할 수 있을만한 것들을 만들어주는 편인가요.

A. 아뇨 저는 강요하지 않습니다. 강요라는게 다른 게 아니라 제 종교가 가톨릭이에요. 저희 집사람도 마찬가지고 애들한테 절대로 성당에 가자고 하지 않아요. 어차피  선택할 거니까 자기 스스로. 대신에 저는 제 생활을 그냥 하면 걔들이 할 수도 있고 안할 수도 있으니까. 그런 예로 해서 강요하고 싶지 않고 토대를 만들어주고 싶어요. 제가 테니스를 치면 테니스장에 한번 같이 갈 수도 있는거고요 이렇게 여러 가지를 만들어주고 해보게 하고 싶어요.


Q. 그럼 이런 그림(티슈에 새겨진 캐릭터)들은 직접 그리신 건가요.

A. 이 그림은 제 처제가 그려준 거예요. 제 처제들이 다 이 동네에 살아요. 되게 싫어요. 농담이예요. 처제가 일러스트레이터에요. 그런 작업을 하고 있어서 제가 가게 한다고 하니까 그려준거구요. 저희 메뉴판에 있는 그림은 제가 그린거예요. 처제를 비롯한 몇몇분들에게 맡겨보았지만 성에 안차서요. 뭔가 약간씩 고치고 싶은 무언가가 있는데 아무리 이야기해도 안고쳐지고 돈도 돈이고. 엉망이더라도 그냥 내가 그리자 그래서 제가 그린거예요.



Q. 저는 사장님이 이쪽 분야를 전공하신 줄 알았어요.

A. 아닙니다. 저는 공대를 나왔습니다.


Q. 그럼 다음 질문인데요. 서촌 동네가 좀 다른 동네보다 고유한 개성이 강하잖아요. 혹시 그렇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A. 글쎄요. 제가 보기에 일단 첫 번째로 그런 분들이 오게 된 이유는 소위 동네가 좀 뜬다고 하니까 들어온 분들도 클 것이고요. 하지만 그렇게 보기에는 또 오래되신 분들이 많잖아요. 아무래도 동네가 좋아서 오신 분들도 꽤 많고요. 근데 이제 동네를 떠나신 분들도 꽤 많아요. 실력자들이 사실 많이 떠나셨죠. 

뭐 동네가 좋아서 들어오신 분들도 있을거고 소위 두 번째는 좀 장사가 될 것 같아서 들어오신 분들도 계실 것이고 또 뭐랄까 설명하기 좀 애매하네요. 그 두 가지가 큰 것 같아요. 아니면 반대로 이 동네에서 쭉 커오신 분들이 장사를 하는 경우도 있죠. 근데 모르겠어요. 개성이 강한 가게들은 오히려 다른데 더 많을 수 있는데요. 장사하는 사람들이 굳이 이렇게 비싼 데를 들어오는 이유도 동네가 마음에 들어서 있는게 크지 않을까요. 저도 마찬가지예요. 저도 사실은 여기를 떠날까말까 고민을 수 천번했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임대료 대비해서 그렇게 손님들이 많거나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은 아니에요. 소위 정말 주거지인데. 그럼에도 떠나지 못하는 것은 동네에 매력이 있으니까. 


Q. 사실 저희들이 생각하는 서촌의 가장 큰 특징이 가게들이 아침에 문을 잘 안 열잖아요.

A. 여기 완전 유럽이에요.


Q. 뭔가 되게 여유롭더라고요.

A. 아침에 안열고 밤에 빨리 닫아요.


Q. 사장님도 삶에 여유를 갖출려고 하시는 편인지 궁금해요.

A. 그렇죠. 저도 애가 둘이 있는데 저녁에 가게를 하니까 같이 못 지내주는게 가장 마음이 아파요. 저도 그렇고 이 동네 소위 여유 있는 분들이 가게 하는 곳은 그럴 수도 있는데 제 생각에 아침에 사람이 없어서 그래요. 그리고 약간 여기 동네 사장님들이 하면하고 말면말지 이런 마인드가 있어요. 그러니까 금전적인 여유와 마음의 여유가 있으신 분들이 많아요. 그리고 자기가 중요한 분들이잖아요. 그리고 가게를 좀 멀리보고 오래하고 싶으면 사실 좀 치열하게 장사하면 안될 것 같아요. 하루하루 치열하면 죽을 것 같아요.


Q. 번아웃 되죠.

A. 저도 이미 겪었고 번아웃을. 얼마 전에 병원에 가서 공황장애 전이라는 진단도 받았어요. 그정도로 스트레스가 심하니까 그런 부분이 있어요. 멀리 갈 것이라면 좀 덜하는 게 중요해요. 너무 매일매일 힘쓰니까 자기한테 지치는 것 같아요. 장사하시는 분들은 결과물이 바로 나오잖아요. 숫자가 바로 보이잖아요. 이게 안 따르면 상실감이 굉장히 크거든요. 그리고 장사가 잘됐던 안됐던 영업 중에 이야기하고 술 마시는 손님들을 보면 딱 끝나면 싹 나가잖아요. 되게 공허해요. 엄청 허전하거든요. 매일매일 겪으니까 소위 기운 빠지는 느낌이 매일 있어요. 그걸 매일 치열하게 산다? 손님이 많이 온다는 가정 하에. 전 그렇게 못살 것 같아요. 그게 저에게도 굉장히 안 좋고 당연히 제 가족들에게도 안 좋겠죠. 제가 아프면. 더 나아가서는 오시는 손님들에게도 안 좋을 것 같아요. 제가 컨디션이 안 좋은데 손님한테 밝을 리가 없잖아요.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아마 다른 분들도 이런 생각하시는지 모르겠지만 좀 여유 있게 하는 게 그런 이유가 있지 않나 싶어요.


Q. 다른 질문을 할게요. 스페인 바르셀로나 서울의 서촌에 둘 다 살아보셨는데, 공통점이 있나요.

A. 공통점 여유, 개인주의 자기의 어떤 내가 제일 중요하다. 어차피 세상 혼자 사는 거니까. 개인주의와 여유를 가지신 분들이 좀 많은 동네.


Q. 좀 신기하다. 그런 분들이 여기로 모이는 걸까요. 아니면 이 동네가.

A. 저는 모이는 것 같아요. 그 이유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냥 동네 기운인 것 같아요. 아니면 뭔가 이런 고층이 없는 동네에서만 느낄 수 있는 여유 같은거...? 제가 사실 아파트 많은데 가면 좀 놀라 거든요. 와 진짜 높다. 서대문에만 가도 아파트 진짜 높잖아요. 저는 그거 들어설 때 부터 안타까웠는데 지금 아파트 서있는 부분에 굉장히 예쁜 빨간 벽돌의 집들이 굉장히 많았거든요. 다 없어졌잖아요. 고층 건물이 없는 동네가 주는 여유.


Q. 저도 최근에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서촌은 유독 유럽 유학을 다녀오신 분들이 많이 오고, 미국 유학파는 도시로 가고.

A. 아무래도 미국은 강남이죠.


Q. 그러면 이제 질문을 바꿔서 과거의 까예데고미스로 갔을 때 지금은 저녁에 식당운영만 하지만 과거에는 스페인어 수업도 하고 낮에 카페를 운영하고 다른 활동도 하셨는데, 여러 가지 사정으로 저녁 식당 운영에만 집중하시는 것인가요.

A. 아 그렇지 않고요. 저희가 원래 체부동에 있었어요. 체부동 한옥 가게에 있었어요. 원래는 더 짧게 운영을 했었어요. 한 5시간 했나. 원래 그렇게 하다가 지금 자리로 이사를 오면서 원래 이 자리에 카페가 있었어요. 아무튼 카페를 했던 자리이기도 하고 낮부터 제가 나오기 때문에 '노느니 커피라도 할까, 딱히 사실 이 동네에서 마실만 한 커피가 없는데'. 그래서 카페를 했던 것이고 그때 저랑 같이 했던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커피를 했거든요. 한 번 보세요. 이 근방에 300m만 돌면 카페만 10군데가 있을걸요. 너무 치열했어요. 치열했고, 커피를 팔기에는 저희 가게는 좀 애매한 점도 있고. 차라리 저희가 낮에 점심식사 때 술을 팔았다면 좀 됐을텐데 저는 그러고 싶지는 않아요. 아침부터 장사하고 싶지는 않아요. 

스페인어 수업은 잠시 중단된 거고. 원래 스페인 수업을 하던 스페인 분이 스페인으로 돌아가시고 한국분으로 바뀌었는데 저희 가게에서 그만하고 다른 데로 옮겼어요. 그 스터디 모임 아직 있어요. 벌써 3년 되었죠. 저희도 사실 스페인어 수업은 가을에 다시 하려고 준비 중에 있어요. 여기도 조만간 10월 즈음에 와인클래스도 한 번. 북촌에서는 지난번에 했고, 여기도 이제 한번 할 계획을 하고 있어요. 이거는 될지는 모르겠는데, 플라멩코 공연도 한번 접촉하고 있어요. 플라멩코를 예전부터 하고 싶었는데 제가 하고 싶은 공연이 두 개가 있는데, 하나는 플라멩코, 클래식 기타 공연을 제 가게에서 꼭 하고 싶었거든요. 여기가 이제 스페인에 관한 모든걸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가 있는 장소이길 바라죠 사실. 왜냐하면 제가 좋아하니까 제가 좋아하는 걸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크니까. 그래서 그런 것들을 준비하고 있죠.



Q. 재미있을 것 같아요.

A. 재밌죠. 근데 와인클래스를 해보니까 많은 분들이 취하셔서. 끝이 막.


Q. 와인 클래스가 어떻게 진행되는거죠.

A. 그게 저도 처음 해보았는데요. 와인은 이제 몇 종류 선정을 해서 그거에 대한 소개를 하면서 조금 마셔 보는거죠. 거기에 간단한 음식들이 있고, 북촌에서 하는 건 와인업체 사장님이 욕심이 있으셔서 열 종류 와인으로 진행을 했는데, 열 분이 오셨는데 다들 많이 취하셨죠. 술을 섞어 드시니까. 그리고 그걸 두시간만에 열명이 열 병이니까 많이들 취하셨죠. 다들 어깨동무하고 2차 가셨어요. 저 빼고. 아무튼 그러니까 스페인 와인이 이태리나 프랑스보다 덜 알려져서 저희 가게에서 판매하는 거 위주로 선정을 해서, 이런 와인도 있습니다. 경험해보세요.


Q. 그러면 과거부터 지금까지 까예데고미스를 운영하면서 좀 지금까지 연이 닿는 단골이 있을까요.

A. 그럼요. 저희 처음 열었을 때부터 오신 결혼안하는 커플이 아직도 와요. 아 많죠. 근데 단골의 기준이 애매하긴 해요. 자기가 생각하기에 일 년에 한 번씩 와도 단골이고, 한 달에 몇 번씩 와도 단골이고. 그런 분들이 정말 많아요. 정말 기억에 남는건 체부동부터 지금까지 오신 커플. 안타까운 커플들이 많죠. 갑자기 안 오는 커플도 많고. 왜 안오지? 한참있다가 남자분 혼자 오고, 헤어졌다. 나라도 오겠다. 그런 분들도 있고요.



Q. 하하하하 :D

A. 그리고 소개팅을 되게 많이해요. 왜 그런지 모르겠어. 제가 생각하기에 소개팅은 되게 조용하고 좌석 간격이 떨어져 있어야 마음이 편한데 여긴 붙어있는데. 저희 예약 안 받거든요. 저 소개팅 해야하는데 제발 예약 받아달라고.

직업상 뭐랄까 좀 오신 손님 보면 분명 어디서 많이 봤는데, 동네 어디 다니다가 어디서 많이 봤는데 하면 분명 손님이었을 거예요. 생존전략이 다른게 아니라 단골 손님들이 오신다고 제가 오셨어요? 같이 술마시고 이러진 않아요. 그건 너무 과한 것 같고 오셨을 때 아는 척 한번 하는게 정말 중요한 거 같아요. 어디서 읽었거든요. 아 백종원씨구나.

또 재밌어요. 사실 스페인 있었을 때 가우디 투어를 다녔는데, 늘 재밌는 게 일과를 마쳤을 때 내일 어떤 사람을 만날지 모르잖아요. 전혀 다른 사람들이 오잖아요. 그게 재밌어요. 여기도 마찬가지예요. '어떤 손님이 올까'에 대한 기대감이 있어요. 사람 만나는 게 재밌어요. 아르바이트 같은 거 뽑으면 뭐 진짜 짧게 하면 30분 한 시간 넘게 이야기 하거든요. 그 친구들이 일을 하게 되잖아요. 그럼 나중에 얘기해요. 사장님 다음에 알바 뽑을 때 짧게 얘기해요. 면접 가서 이렇게 오래하는 거 처음이예요. 사람들은 안 궁금한가? 어떻게 십분 이십분 보고 결정하지? 그게 좀 이해가 안 되요. 사람이 어떤 성향인지 사람의 인상도 굉장히 중요하고요. 말을 해보면 이 사람의 느낌이 어떤지 알잖아요. 그런 걸 좀 알아야하는데 그래서 오래 보는데. 그리고 얘가 어떤 인연으로 여기까지 왔을까도 되게 궁금하고 되게 신기하잖아요. 저랑 일면식도 없고 아무 연관도 없는데, 단지 여기서 일을 하려고 나랑 만난다. 되게 재밌어요. 그런 재미도 있죠. 근데 뭐 진상들이 좀 있죠. 아저씨들 뭐 취해가지고 소주 달라고 하고 반말하고. 반말하면 바로 내보내요.


Q. 힘들겠네요.

A. 잘 없어요. 일 년에 한번 있을까말까 해요. 손님들이 들어오면 저 보면 딱 조용해요. 조용히 있다가 가요. 제가끝났으니까 나가세요 하면 바로 나가요.


Q. 그럼 기억에 남는 손님말고 서촌 안에서 친하게 지내시는 가 게가 있나요.

A. 네 몇 군데 있었고 지금도 있는데 지금까지는 '커먼파이브'. 저 밑에 있는 그 '캐러밴플라이' 하고도 잘지내고. 그쪽은 고미스 생길 시기랑 비슷해요. 지금까지 잘 지내요. 그 외에도 더 있었는데 없어졌죠. 친하게 지낸다 라는 기준이 좀 알고 지내고 그나마 가깝다고 생각하는 정도는 그 두 곳 정도고 나머지 가게들은 별로 알고 싶지도 않고. 별로 뭐 갈 만한 시간도 없고 갈수도 없고 저 뒤에 온 가게에 대한 색안경이 있어요. 왜냐하면 너무 빨리 바뀌니까요. 친하고 싶은 가게들 어느 날 보면 이제는 없어요.


Q. 오후 6시30분부터 하셔서 자정까지 운영을 하시는 데요. 그 저희가 하루 일과를 표시를 해주세요.

A. 가게를 마치고 오는 시간이 거의 열두시. 제가 두시쯤에 자거든요. 그래도 아침에 일곱시 반쯤에 일어나요. 왜냐면 저희 아이들이 어린이집 가야하기 때문에. 그래서 아침에 데려다주면 한 여덟시 반정도 되요. 그럼 전 어디 가느냐 테니스장에 가거든요. 끝나고 오면 열시 좀 안되니까. 이때부터 이때까지 집에서 나갈 준비를 하고 열두시 즈음에 시장 가서 장을 보고 이것저것 준비물 준비해서 갖다주면 저는 북촌가게는 3시부터고 서촌을 기준으로 하면 여기는 여섯시 반 쯤이니까. 이 만큼이 준비시간이 되고 이만큼 가게 운영시간이죠.



Q. 그러면 오후 늦게 오픈 하면서 사장님이 바라보는 서촌 저녁의 풍경이 있잖아요.

A. 있죠 저는 풍경이 정해져있어요. 저기부터 여기까지 프레임이 정해져있어요. 서촌의 풍경이라... 서촌이 제가 가장 좋아할 때는 요즘 같은 때에 가게가 끝나고 가게 밖에 앉아서 맥주를 마실 때. 사람이 아무도 다니지 않는데 조용하고 차소리 안나는 그때가 좋아요. 

낮에 준비하고 있으면 동네 구경오시는 아주머니들 왔다갔다하시고, 오후가 되면 배화여고 애들이 집에가려고 내려오고 그 시간이 좀 내려오면 마을 버스에 사람들이 가득가득 차죠. 퇴근하시는 분들. 그 외에는 영업한다고 볼 시간이 없구요. 퇴근할 때 보면 마을 버스의 사람들 표정이 없어요. 그게 되게 인상깊어요. 여러 가지 생각이 드는데 왜 저러고 살까. 뭣 때문에 저러고 살까. 이 생활을 하라는 건 아니지만, 저도 그 생각해요 내가 왜 이걸하나.... 인상깊죠.


Q. 하루를 마무리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까예데고미스만의 술이나 음식이 있나요.

A. 술이야 사실 맥주가 주는 가장 큰 즐거움은 다른 게 아닌 것 같고요. 맥주 하면 떠오르는게 여유, 한잔이 주는 어떤 짧은 여유와 상쾌함 시원함을 주기 때문에 맥주가 좋은거 같고 일단 부담이 없잖아요 맥주 한 캔 300, 500짜리가 주는 그 여유. 그리고 약간 알딸딸함 살짝 정신 놓게 만드는 거. 그걸 주는 게 맥주의 매력인거 같은데 뭐 저희야 맥주가 워낙에 많으니까 스페인맥주? 와인 한 잔 하셔도 좋지만 와인보다는 맥주가 주는게 더 많은 거 같아요. 왠지 와인이라고 하면 알아야할게 많은 것 같고, 그런 격식 같은 게 필요할 것 같고, 아직 저희 가게에 들어와서 와인 한 잔 주세요 하는 분들이 없거든요. 

저쪽 북촌에 가면 외국인들이 들어오면 그런 경우도 있는데 아직까지는 그런 경우는 없는 것 같고. 대신에 정말 저희 마감시간 되는데 맥주 한잔 달라고 하시는 분도 있어요. 일상에 정말 많은 일들이 있을 수 있고 아무일도 없을 수 있는데 어딜 나가서 어디에 있다는 것만 해도 굉장히 스트레스잖아요. 저희도 가게 나오면 그때부터 긴장 되거든요. 그 장소가 주는 긴장감에서 집에 가까워질수록 안정되면서 집에 들어가기 전에 맥주 한 잔 하시면 편히 들어가실 수 있고, 그렇다고 밝은 내일은 없지만 오늘의 고단함이라도 요만큼이나마 해소할 수 있다면...


Q. 그렇다면 고미스만의 시그니쳐 메뉴가 있나요, 소개하고 싶은.

A. 저희 뭐 주로 많이 찾으시는게  핀쵸라고 있는데 소위 말하면 핑거푸드라고 생각하시면 이해가 빠를거예요. 빵 위에 여러 가지 재료들이 올라가 있는데 저희 가게에서 가장 많이 찾는게 핀쵸 중에 아보카도 위에 하몽이 올라간 거고, 아무래도 요즘 아주 널리 알려진 감바스 알 아히호를 가장 많이 찾으시죠. 저희는 그거 백반이라고 해요. 아 정식이라고 해요. 고미스 정식 주세요 하면 애들이 다 알아요.



Q. 사장님은 그 음식을 최대한 스페인 고유의 맛을 지키려고 하는지 한국인 입맛에 맞게 하려고 하시는지 궁금해요.

A. 둘 다인데요, 일단은 지키려고 했던 메뉴들은 다 사라졌고요 처음에는 스페인식으로만 만들다가 호되게 당했죠. 일단 너무 짜다. 두 번째는 안 먹어본 맛이라 도전을 안 하시는 것 같아요. 자기가 안 먹어본 건 절대 먹지 않더라고요. 그런 것 때문에 없어진 게 많고요. 지금 메뉴들도 사실은 소금을 덜 친다든지 하는 그런 부분들이 좀 있을 수 있는데 거의 대부분 스페인 그대로죠. 지금 살아남은 것들은. 스페인에서도 아주 대중적인 것들은 살아 남았죠. 조금만 특색 있는 걸 하면 반응이 없어요. 타협해야해요. 처음에는 반발했죠 니네가 뭘 안다고 했지만 생각해보면 그분들도 충분히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이죠. 스페인 가보셔서 드셨던, 안드셨던 이게 정말 스페인의 맛이어도 그분들이 안맞을 수 있는 건데 음식이라는게 사실 제가 좋아하는 것만 팔수 없어요. 대중 음식점이니까. 그렇다고 해서 손님이 원하는 걸 주지 않죠. 저희 일단 빠에야 없잖아요. 왜 없어요. 안해요. 빠에야는 제가 안좋아하고요, 저는 빠에야가 그렇게 맛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너무 오래 걸리기도 하고, 여러 가지 이유로 빠에야는 안하고 있고요, 그래서 식사 메뉴도 없고.


Q. 약간 여담이긴 한데 가게 하시면서 스페인 분이 오신적도 있나요. 음식을 먹고 그분들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나요.

A. 있죠. 꽤 여러번 있죠, 저희 커피 할때도 있고, 저희 스페인 커피 할때 에스프레소에 꼬냑을 같이 먹는게 있어요. 깔 알히호라고 있어요. 에스프레소 뜨거운 거에 꼬냑이 들어가니까 향이 확 올라오잖아요. 그거 마시면 진짜 훅 가거든요. 그게 뜨거운 것만 있었어요. 어느날 나중에 알았는데 아르헨티나 사람인데  그 사람이 깔알히호 찬게 왜 없냐고 해서 무슨 소리냐 뜨거운 것밖에 없다. 그랬더니 아니라는 거예요. 자기네 나라에는 이게 얼음을 넣어서 마신다는거예요. 그러냐 그러면 어떻게 만들어 먹는거냐 알려달라 그래서 그 친구가 알려줬어요. 그래서 팔았죠 나중에. 그런 경우도 있고, 스페인분들은 오히려 음식에 대해 말을 안하죠. 자기들이 늘 먹어왔던거니까. 자기가 먹던거랑 다를 수 있죠 그래도 저한테 얘기는 안 하겠죠. 근데 확실히 외국인들은 칭찬에 굉장히 과해요. 음식 나오면 벌써 감탄사도 다르고 액션이... 일단 음식 나오면 절 쳐다봐주니까 액션이 잘먹었다, 판타스틱 진짜 많이 쓰긴 하는데 하도 많이 들어서 이젠 가짜 같아요. 아무튼 그런 경험이 좀 많고 스페인 분들은 잘먹었어요 하고 가고 그정도? 음식 코칭해준 건 그 분 밖에 없어요.


Q. 9번 질문은 앞서 한 것 같고요. 다음 질문은 서촌이 계속 변화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두 시간 얘기해도 모자르죠. 일단 안 좋게 생각하죠. 변하는 건 좋은데 속도나 그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의도가 마음에 안든다는 거죠. 저도 어떻게 보면 굴러들어온 돌이잖아요. 당연히 변화되고 다른 사람들이 유입되고 나가시는 분들이 있지만 들어오시는 분들의 의도가 소위 예전에 권리금 장사하시는 분들이. 그런분들도 많고. 기존에 있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죠. 옥인길만 가더라고 빈곳 되게 많아요. 동네 되게 어수선해요. 좋지 않아요. 그리고 그분들이 이왕들어왔으니 오래 해본다는 마인드로 들어오신거라면 모르겠는데 그 반대니까 저희 입장에서 달갑지 않죠. 좋은 변화는 아닌거 같아요.


Q. 사장님이 바라는 앞으로의 서촌은 어떤 모습일까요.

A. 이건 좀 모순일 수도 있는데 조금 더 거주지인 동네로 남길 바라는 거죠. 요즘에 장사하시는 분들 입장에서 예전보다 유입되는 사람의 수가 훨씬 적어졌으니까. 이곳도 끝났다. 하시지만 동네 원주민분들은 이게 원래 동네가 이정도였어. 그동안이 이상했던거지 라고 얘기하시는데, 저도 여기 7년 머문 입장에서 딱 지금처럼 있으면 좋겠어요. 가게가 좀 제가 생각해도 많긴하지만 여튼 같이 동네분들이 다양하게 이용하실 수 있는 가게가 공존하는 동네? 지금의 동네 정도가 좋을 것 같아요. 없어지지만 않으면 좋겠어요.


Q. 서촌으로 2행시 가능할까요.

A. 생각 좀 해볼게요....


Q. 준비 되면 말씀해주세요.

A. 서울에서 제일 촌스러운 동네, 촌스럽다는게 시대에 뒤쳐졌다는거 트렌드에 뒤쳐졌다는 것이 아니라 예스럽다는 거! 저와 제 나이 또래의 분들이 어릴 때 살았던 동네의 촌스러움! 쉽게 얘기해서 응답하라 같은 촌스러움. 그렇게 남았으면 좋겠어요. 자꾸 높은 건물이 올라가는 것도 탐탁지 않아요.



글 | 서촌유희          사진 | 서촌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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