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한 친구들.
내가 사는 곳에서 멀지 않은, 마포구와 용산구, 그리고 중구를 오갈 수 있는 어디쯤이다.
일손이 필요했을 테고 잠시 들려달라고 부탁했으므로 이내 버스에 몸을 실었다.
머지않아 다다른 친구들의 이삿집 문이 열려 있는 틈을 타 곧바로 옥상으로 향했다.
눈에 보이는 저 산은 무슨 산이더라, 무슨 집, 무슨 골목, 무슨 동네 등.
내가 좋아하는 색깔의 햇살과 이런 저런 풍경들.
스무살 부터 알게 된 친구는 여러 형태의 집들을 거쳐, 만리동에 거처를 정했다.
알고지낸 세월 만큼 둘에게 힘든 일들은 참 많았고, 어렵게 어렵게 늘 이겨내는 모습을,
나는 먼 발치에서 지켜보며 소리 없이 응원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 밍숭맹숭한 나의 태도에 가끔 미안해진다.
이사한 집에서는 좋은 일만 있길 바라는, 강아지 한 마리, 고양이 한 마리와 함께 사는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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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시즌의 끝자락이지만 신기하게도, 다른 친구 한 명도 얼마전 여기로부터 약 3분 거리에 있는 곳으로 이사를 했다.
앞서 이사 돕는 것을 마치고서, 걸어서 3분 거리의 그 친구와 따로 저녁을 먹기로 했다.
비어있던 건물을 직접 고쳐서 흰 벽지의 담백한 공간으로 꾸며냈는데,
식물을 좋아하는 그 친구는 집 안을 이끼와 풀, 돌 등 자연으로 가득 채워가고 있다.
하고 싶은 이야기들과 쌓아두던 불평들을 서슴없이 꺼낼 수 있는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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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친구의 cd플레이어에서 들려온 음악은 ‘류이치 사카모토’와 ‘모렐렌바움 부부'의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 헌정 앨범, <Casa>였다.
전체적으로 기타와 퍼커션이 빠진 심플한 구성과 류이치 사카모토의 색이 느껴지는 영화 음악 같은 극적 포인트들이,
이 앨범을 여느 조빔 헌정앨범들과 차별화하고 있다(고 보사노바를 좋아하는 친구는 말했다)
여러 집을 오간 하루였다. 나 역시 이사 후 두 달이 넘었지만 정리가 밀려있다.
여유가 없었거나 바빠서였을까? 무엇 때문이었는지 잠시 생각해보다가,
주변 정리가 되고서야 비로소 일상도 함께 정리된다는 것을 알 것 같다.
여전히 집은 누군가의 휴식처이자, 고민이기도 하다.
당분간은 주변을 정리하며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욱 잦아질 것 같다.
이 앨범을 틀고서 천천히 정리해야 될 것들을 정리해보면서.
*Casa는 집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