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관심사는 물질과 양적 가치를 지나 내면의 질적 가치로 향하고 있다. 종로구 통인동, 대로변을 등지고서 한옥밀집 지역을 천천히 따라 걷다 보면 사적인 정취를 누릴 수 있는 한옥을 만날 수 있다. 세상으로부터 숨어든 자의 집에 대한 다산 정약용의 ‘은자의 거처’를 참고하여 ‘하은재(下隱齋)’라는 이름을 갖게 된 이곳은 온전한 공간으로 숨어들고 싶은 이들을 포근하게 맞이한다.

이곳에 머무는 동안 향기와 빛, 음악, 온기와 같은 요소들로 내면의 치유를 공감각적으로 경험해볼 수 있다. 나무문을 열고 들어서면 공간의 모티프이기도 한 자연주의 향기 브랜드 ‘수토메’의 동명의 향을 만나게 된다. 따뜻한 색감의 조지넬슨 버블램프를 지나 무거운 짐과 잡념을 잠시 내려두고 ‘빛과 시간의 예술’인 영화와 함께 오후를 보내보자. 테이블 속에 소박하게 숨겨진 족욕기를 온기로 채우는 일 역시 나만을 위한 기분 좋은 수고로움이다. 고즈넉한 분위기는 그대로 살리면서 한옥의 불편함은 덜어내기 위해 IOT 설비를 갖추고 있다. 스스로의 감정과 취향에 맞는 빛과 음악, 온도를 직관적으로 연출해보는 것도 공간의 정취를 즐기는 은자의 덕목일 것이다. 이처럼 하은재에서는 한옥의 경험을 넘어 일상을 맴돌던 삶의 질문들과 조우하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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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박기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