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남편은 결혼 후 4번의 이사를 거쳐 지금의 작고 아담한 빌라에 살고 있다. 우리보다 나이가 많은 오래된 연립 주택에서 캠핑카로, 캠핑카에서 버킷리스트의 꿈의 집으로, 그리고 지금의 집. 그 때마다 이사를 마치고 얼마 안 되는 살림살이의 각각의 자리를 잡아주고 나면 친한 지인들과 친구, 가족을 초대해 집들이를 가졌다. 집들이를 할 마음이 있고 없고 가 중요하지않다. 이사를 한다는 소식이 주변에 퍼지면 ‘이사 끝나면 집들이할 거야?’ “이사 마치면 집들이할거지?’ 듣는 단어들의 조합은 다르나 속뜻은 같은 말들이 나에게 되돌아온다. 축하와 응원을 해주고픈 어여쁜 마음들이 하나 둘 날아든다.


집들이는 본래 새집에 처음 들어가거나 다른 사람이 살던 집으로 이사하는 날에 무당을 불러 굿을하거나 고사를 올리는 제의적인 성격을 띠었지만 현대에 들어서면서부터는 새로운 집, 즉 새로운시작에 들어서는 이들의 앞으로를 축하하는 의미를 가진다. ‘식’과 ‘잔치’에 가까운, 물론 결혼식처럼 육중한 책임, 역할 또는 무게를 가진 ‘식’이나 돌잔치보다는 가볍지만 머리와 가슴속에 떠오르는 사람들을 일일이 꺼내 누구누구를 초대할지, 축하의 마음을 건네려는 이가 누구일지 정해야 하는 복잡한 과정은 꽤 비슷하다.


생각보다 쉽지 않다. 물론 음식이나 가볍게 나눌 술 등, 집들이에 필요한 물리적 준비는 전혀 어렵지않다. 가족, 친구, 지인들은 술이나 디저트를 들고 오겠다는 말을 먼저 꺼낸다. 요리를 좋아하는 남편이 가장 잘하는 요리를 준비하거나 시간이 없을 때는 배달 서비스를 이용한다. 누구를 초대해야하는지… 골라야 하는 어려움. 쉽지 않다. 그러고보면 삶의 어느 때든 가장 어려운 것은 ‘사람’이고, 가장 중요한 것도 ‘사람’이다.

기억에 남는 집들이가 있다. 2017년 3월부터 1년간 집을 없애고 캠핑카, 밴에 살았었다. 남편은 이사라고 표현했었다. 차를 집 삼아 살았고, 문을 열면 여행이 되었던 그때. 서울 한강에 주차를 하고 치킨을 배달하고 편의점에서 맥주를 잔뜩 사 친한 부부 또는 친구들과 보통의 집들이를 한 적도 있지만 우리 만의 집들이 방법이 또 있었다.


바로 직접 밴, 집을 끌고 친구 또는 가족에게 찾아가는 집들이. (밴들이라 불렀다) 밴에 살기 시작한 봄에 서울에서 평택으로 이사를 한 지인이 있었다. 평택으로 밴을 끌고 가 지인의 집들이와 우리 집들이를 한 번에 해결했다. 그들의 아파트 주차장에 밴을 세우고 그들의 새 집을 구경하고 저녁을 먹고, 다음 날 아침 우리 집인 밴을 구경하고 밴 안에서 차와 과자 등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겨울에는 제주도에 사는 가족 같은 친구 부부에게 찾아가 그들 집 앞에 밴을 세우고 그들과 외식을 하고, 밴 안에서 와인을 마시며 보드게임을 했다. 전남 영광에 사셨던 아빠에게 찾아가 밴 안을 구경 시켜 드리고, 방명록에 아빠의 글을 받았다. 집을 등에 지고 살아 움직이면서 했던 집들이. 우리는 시간을 벌기 위해 돈을 벌고 돈을 쓰지만 시간은 이상하게도 늘 부족하다. 내가 집에 머물 시간조차 모자라고, 누군가를 초대할 기회, 집에서 편히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은 더더욱 적어졌다. 적어진다. 그러기에 ‘집들이’라는 새로운 집에 들어설 때를 맞아 축하의 마음을 가진 이들과 다 같이 모여 음식과 일상과 앞으로의 계획, 축하와 감사를 나누는 의식은 절대 사라지지않을 것이다. 요즘은 번거로움을 덜 이색적인 안으로 온라인 집들이를 하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물론 직접 만나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나누는 것을 좋아하는 우리에게는 덜 매력적이지만 어떻게든 시작을 나누는 행위는 좋다. 새 시작, 그 다짐을 여러 사람과 나누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보이지 않는 힘이 더해진다.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 지금도 우리는 알고 있다. 7월 말, 지금의 집 계약이 끝나 이사할 계획에 앞서 집들이를 고민한다. 새로운 시작을 누구와 나눌지, 축하와 응원의 마음을 건넬 이의 얼굴을 하나 둘 떠올리며… 보이지 않는 고마운 힘을 기꺼이 받을 마음으로.


글 | Moa Kim          비디오 | @lesonducou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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