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이라고 한다면 사람들은 어떤 것들을 떠올릴까? 낮게 드리운 한옥의 지붕과 정성이 담긴 소박한 음식과 음료. 좁은 골목에 자리 한 작지만 아기자기하고 개성 넘치는 가게들. 또한 서촌만의 높은 감도를 다루는 편집숍들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인지, 서촌은 곧 '자연스러운 멋'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들 모두 눈에 띄지는 않지만 차분한 멋을 은은히 발신하고 있어 서촌의 길을 거닐는 일은 늘 새롭고 즐겁다. 그럼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사람들은 또 어떤 기대감으로 서촌을 찾는 것일까?  이 또한 규정하기 힘들지만 우리는 어렵지 않게 '가정식 패브릭'의 의류들을  떠오릴 수 있었다. 린넨과 코튼이라는 소재에서 서촌의 생활 양식인 소박함, 편안함, 따뜻함을 모두 엿볼 수 있기 때문일까? 제한적으로 쇼룸을 운영하는 가정식 패브릭이지만, 그럼에도 미리 공지해주는 시간에 맞춰 방문할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가정식 패브릭의 소개와 사장님 소개를 부탁드려요.

'가정식 패브릭'은 2015년부터 시작했어요. 제가 원래 디자이너 생활을 10년 넘게 했었는데 긴 여행을 가느라고 회사를 관두고 그러면서 블로그로 뭐  만들어 입고 이런 걸 올렸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관심있어 하셔서 취업을 다시 하기 전에 이런 걸 만들어서 사람들이랑 같이 해도 좋겠다 싶어서 이름을 '가정식 패브릭'이라고 지었어요. 처음에는 원피스를 많이 궁금해하셔서 '같이 만들어서 입어볼까', 해서 하게 됐는데 지금은 옷도 만들고 이불도 만들고 그러고 있습니다. 


원래부터 직접 의류를 만들어 보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계셨었군요?

전공을 의류학을 했었고 회사에서 일 할 때는 아동복, 여성복 분야에서 오래 일을 했어서, 옷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사람들 집단에 속해있었던 거죠. 그런데 저는 디자이너였고, 여러가지 협업이 이루어지는 분야 중 디자인이나 기획을 하는 사람이고, 그 외 제작, 마케팅, 판매 이런 부분은 사실 회사 내부 시스템에서 많이 이루어지는 건데, 지금은 제가 혼자서 다 하고 있는 가내수공업인 거죠. 지향하는 점이 회사를 다니면서 느꼈던 부분이랑 어떻게 보면 반대되는? 회사에서 10년 넘게 일을 하기는 했었지만, 좀 반대되는 개념으로 하고 있어요. 


그때 옷을 되게 많이 만들고, 디자이너는 '정상판매율'이라는 걸로 되게 평가를 많이 받거든요. 근데 어떤 옷이든 재고가 남기 마련이고 그런 부가적인 비용이 많이 들고, 어떻게든 소비가 많이 일어나잖아요? 그런게 회의적인 부분도 있었고, '조금 만들어서 이걸 다 팔 수는 없을까?' 그런 마음도 있었고. 지구를 생각하면 너무 많은 옷들이 만들어지고, 너무 많이 버려지고. 또 만드는 과정도 패스트패션이 많아지면서 공임 같은 같은 것도 저임금국가에서 저렴하게 만들거든요. 그런 것들도 제대로 된 값을 주고 가치 있게 만들고 있어서 지금의 구조로 조금 만들고 오랫동안 일하셨던 분들이랑 협업을 하고. 조금 만들어서 다 파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일반 가정식 식당이랑 모토가 비슷한 것 같아요.

조금 만들다 보니까요. 저는 처음 시작했을 때랑 만드는 양은 똑같거든요. 왜냐면 제가 최선을 다할 수 있는 물리적인 양이 정해져 있어서요.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가끔 품절이 빠를 때도 있어서 고민하다가 추가제작을 할 때도 있어요. 그래서 회사에 있었을 때랑 비교하면 재고가 거의 없는 편이에요. 소재들 같은 경우도 자연친화적인 걸 많이 쓰려고 해요. 합성섬유가 가지는 장점도 되게 많은데 인류랑 오래 함께 한 코튼이나 린넨 같은 식물에서 온 소재를 주로 사용하려고 하고, 가을, 겨울 같은 경우에는 양털, 울소재 위주로 쓰려고 하고 있어요. 저도 완전한 환경친화적인 의류는 아니지만, 할 수 있는 선에서는 다행히 제가 좋아하는 느낌이 또 그런 느낌이기도하고 그래서요.

최근에 원래 계셨던 쇼룸에서 새로 이전하신 것으로 알고 있어요.

원래는 제가 회사를 다녔던 사람이라, 남편의 회사 중간쯤에 살고 있었어요. 거기가 왕십리였는데, 처음에는 집에서 조금씩 했었고, 집에서 하다보니 공간이 좁아서 근처에 작업실을 얻었고 거기서 조금 했었고요. 남편이랑 저랑 둘 다 원래 서촌을 되게 좋아했었거든요. 여기 동네도 되게 좋아하고 그래서 집을 여기 근처로 이사를 왔어요. 그래서 작업실도 자연스럽게 여기 근처로 잡았어요. 여기가 세 번째 작업실이에요. 약간 눈에 안 띄는 거 좋아해서요(웃음) 대로변이 아니라서 좋았고, 여기가 약간 나지막히 숨어있잖아요, 그래서 또 좋았어요. 성향이 막 이렇게 앞에 드러나거나 이런 건 좀 부끄러워가지고요. 


옷과 공간, 그리고 가구들이 굉장히 잘 어우러지는 것 같아요. 가구들은 어떻게 선택하게 되셨는지 궁금해요.

장식장은 제작한 거에요. 제가 원하는 느낌을 작가님이 실제로 잘 구현해주셨고, 저 행거는 저희 남편이 만들었어요. 취미로 배워서 제가 두 번째 작업실 갈 때 만들어 준 건데, 마음에 들어서 잘 쓰고 있어요. 이 의자는 첫 번째 작업실에서 가져온 거에요. 오래된 건물이었는데 안 쓰신다고 하시길래요. 옛날 것이 좋아요, 옛날 나무가 좋아가지고요.

한 달에 한 번 정도로 쇼룸을 오픈하시는데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혼자 하다 보니까, 여력이 없어서 한 달에 한 번 정도 열어요. 그 전에 더 못 열었어요. 분기에 한 번 정도? 대부분은 온라인으로 많이 하고, '작업실 놀러오세요' 같은 개념으로 열어요. 저는 거의 단골 분들이 찾아오셔서요. '서촌 왔으니까 자주 열어야지', 했는데 한 달에 한 번 정도 열려고 하고 있어요. 지나가다가 오시는 분들이 한 두분 있기는 한대, 직접 찾아오시는 분들이 더 많아서요. 


특히 의류는 오프라인 경험이 중요할텐데 많이 아쉬우실 것 같아요.

일반적이지는 않죠. 사실 최대한 문도 많이 열면 좋긴 해요. 보는 거와 입어보는 거가 다르긴 하지만, 어느정도 이해를 해주신다고 해야할까요? 옷의 사이즈를 비슷하게 제작하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그냥 그러려니 하고서 이해해주시는 것 같아요.

가정식 패브릭의 의류들은 소재에서부터 유독 따뜻하고 편안한 느낌이 드는 것 같아요. 자주 사용하시는 소재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려요. 

코튼과 린넨을 많이 사용하고 있어요. 코튼, 린넨은 인류가 제일 오래 사용한 소재 중 하나에요. 그 중에서도 '코튼'은 따뜻한 성질이 있어요. 캔버스, 거즈 그런 것들이 다 코튼에서 나오는 거거든요. 조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두께나 외관 느낌이 달라지는데, 코튼은 기본적으로 따뜻한 느낌인 것 같아요. 그리고 '린넨'은 일반적으로 여름 소재로 알고 계시잖아요? 마라는 소재인데, 차가운 성질이 있고 거친 외관이 있고, 또 견고해요. 다리미 보시면 제일 뜨거운 온도로 다릴 수 있는 게 마에요. 뜨거운 것도 잘 견디는데, 차가운 성질도 있으면서 오래 입으면 멋스러워져요. 오래 입으면 약간 낡는 느낌이 개인적으로 되게 멋있는 것 같아요. 사람 성격으로 보아도 되게 매력있는 거죠. 그래서 좋은 것 같아요. 그래서 많이 쓰고 있는데, 사실 다루기는 되게 힘들어요.


외관 같은 경우에도 매끈하지 않고, 자연에서 채취한 것을 실로 만들다 보니 두께도 일정하지 않고, 짜다보면 뭉침도 있어요. 그래서 항상 린넨을 판매하시는 분들은 늘 '이 뭉침은 있을 수 있고, 이것은 불량이 아니고',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되요(웃음) 그래도 제가 검품을 하면서 많이 추려내거든요. 저도 '여기까지 이해를 해주시겠지' 하면서도 '이건 좀 크다' 하는 것들이 있어요. 다른 소재에 비해 이런 부분들이 있지만 쓰는 이유는 멋스러워서죠, 뭐. 그리고 제가 10년동안 거의 모든 소재를 써봤는데 안 질리는 멋이 있는 것 같아요. 광택이 있거나 합성 섬유가 주는 메탈 한 느낌은 화려하고 아름다울 수는 있는데, 저의 성향도 반짝거리는 걸 선호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린넨이 좋아요.


글 | 서촌유희          사진 | 서촌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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