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에 위치한 유일한 스시 오마카세 ‘스시누하’
서촌 한옥의 따뜻함과 이지훈 셰프님의 담백한 분위기가 그대로 느껴지는 ‘스시누하’는 다른 스시야와는 차별화된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참치를 좋아하던 청년에서 ‘스시누하’라는 독자적인 정체성을 가진 가게의 셰프로 발전하기까지, 스스로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노력하는 셰프님의 열정과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Chapter1.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하는 노력형 셰프 '이지훈 셰프님'>


셰프님에 대해 먼저 알고 싶어요. 셰프가 되기 위한 과정이나 여러 종목 중 스시를 선택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군대 제대 후 아버지와 함께 치킨 장사를 했는데 아버지와 마찰이 생겼어요. 그래서 치킨 장사를 그만두고, 그때부터 혼자 살게 되었어요. 22살, 어린 나이에 고민이 많이 생겼고 그때 혼자 참치 집에 다녔는데, 그게 좋았던 것 같아요. 일주일에 두, 세 번 방문했는데 그 가게 사장님께서 일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관심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그 당시에 구체적으로 어떤 것에 관심이 가셨는지, 일은 어떻게 시작하시게 된 건지 궁금해요.

당시 대학을 다니는 것도 아니었어요.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이 많았던 시기였는데 참치 집을 다니면서 사장님의 일하시는 모습이 멋있다는 생각도 들고, 저 일을 해보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죠. 그래서 사장님께 어떻게 일을 시작해야 하는지에 대해 많이 여쭤봤던 기억이 나요. 머지않아서 대형 일식집 막내로 근무하게 되었어요. 처음엔 막내로 뒷 주방에서 근무하면서 생각했던 것과 다른 점도 많았고, 생각보다 열악한 환경이었는데 그때 정말 힘들게 일했죠.

처음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서 어려움도 있었을 것 같은데, 대형 일식집에서의 일은 어떠셨어요?

한동안 일을 남들보다 일찍 나갔는데, 막내이다 보니 배울 것이 많아 두 시간 일찍 출근했었어요. 제가 해야 할 일을 다 끝내놓고 선배의 일을 도와주면서 일을 배웠는데 당시 주방장이 그 모습을 굉장히 불편하게 봤던 것 같아요. “네 할 일이나 똑바로 해.“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래서 그만두었죠. 짧은 시간이었지만, 선배들이 다른 곳에 가서도 잘 할거라고 응원해주셨고 그러면서 서울로 가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대형 일식집을 그만둔 이후에는 어디에서 어떤 경험을 하셨어요?

인천에서 대형 일식집을 그만두고, 서울로 출근하게 됐어요. 스시집이었죠. 생각해보면 그때는 하루종일 일에만 몰두했던 것 같아요. 아침 6-7시부터 밤 11-12시까지 일하고, 버스를 타고 인천으로 돌아가 자고, 다시 서울로 출근하고. 이렇게 반복적인 생활을 했던 시기에요. 스시누하를 오픈하기 전까지 계속 일에만 열중하면서 반복적인 삶을 살았어요.


참치 집에서 스시에 관심을 갖게 되어 대형 일식집, 그리고 서울의 스시집까지. 한 가지 일에 꽂혀 몰두하셨다니 인상적이네요. 그렇다면 지금까지 스시를 배우고 준비했던 기간은 얼마나 되시나요?

저는 22살부터 일을 시작해서 지금 현재 29살인데, 6-7년 정도 많이 노력했던 것 같아요. 가장 힘들게 일했던 때는 반얀트리 호텔에서 페스타 다이닝이 오픈할 때였죠. 그때는 아침 8시까지 출근해야 하는데 인천에서부터 출퇴근을 하다 보니 출근 소요시간이 편도로 2시간이었어요. 그리고 퇴근은 새벽 1시에 했죠. 이런 루틴을 반복하며 다녔어요. 지금은 그곳이 밍글스로 바뀌었는데 얼마 못 가 사정이 생겨 새로 오픈하는 곳으로 가게 되었고, 3개월만 오픈 지원으로 근무했어요. 이후에는 일본으로 가서 좀 더 깊게 공부할 계획을 세웠어요.


일본에는 스시에 대해 더 알기 위해 다녀오신 건가요?

오사카에 스시를 공부하러 다녀왔어요. 일본에는 요리 학교나 스시 아카데미 등이 많이 있는데, 저는 오사카에서 호시카와 라는 좋은 일본 선생님을 만났고, 학교보다는 선생님께 많이 배웠습니다.

본격적으로 스시에 대해 배운 건 일본이군요. 그렇다면 지금까지 일식을 배워오면서 셰프로서 본인만의 강점이 있을까요?

저 스스로에게 의구심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이게 장점일 수도 단점일 수도 있지만, ‘내가 하는 것들이 맞는 것인지, 옳은 방법인지, 제가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이런 생각을 계속하는 것 같아요. 조금만 해이해지거나, 나태해져도 그런 질문을 스스로 하게 되면 다시 초심을 되찾게 되는 것 같아요. 또, 그러면서 스스로 발전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셰프님 첫인상이 조용하고, 차분하면서도 다소 무뚝뚝해 보이시는 것 같기도 한데, 실제 성격은 어떠세요?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요. 가게에서는 제가 하는 일이고, 손님들께 느끼게 해드리고 싶은 분위기가 있어서 그에 맞추어 어느 정도 절제하고 있습니다. 실제로는 시끌시끌하고, 술도 즐기면서 장난도 많이 치는 편이죠.


저희가 처음 방문 드리고 식사할 때, 대화를 많이 하시는 것 같지 않았는데, 방금 말씀하신 분위기를 느끼도록 하기 위해서일 것 같아요.

상황에 따라, 혹은 손님들에 따라 다른 편인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혼자 방문하셨는데 술을 드시는 분들은 대화 상대가 필요할 것 같다고 생각되어서 대화를 나누기도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는 이 공간 자체를 느꼈으면 하는 마음에 드릴 수 있는 간단한 설명만 드립니다. 자주 오시는 손님들은 낯이 익고, 술을 한잔 권해주시기도 하고 그러다 보면 말이 트이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보통 말은 없는 편인 것 같아요.

<Chapter2. 총체적인 경험으로서의 '스시누하'>


이제 스시누하라는 가게에 대해 여쭤볼게요. 다른 가게에서 일을 배워오시다가 본인의 가게를 운영해야겠다는 생각이 언제쯤 드셨어요?

일본에 다녀오고 나서부터 직원으로 일하는 것이 재미가 없었어요. 나만의 색을 많이 표현할 수 있고, 제가 하고 싶은 대로, 배웠던 것과 생각하는 것 그대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언젠가는 실현하려고 지금까지 열심히 해왔으니까요. 원래는 작년이나 재작년쯤 오픈하는 것으로 계획하고 있었는데, 잠시 미뤄져 지난 일 년간 준비해서 올해 5월에 실현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 일본에 가셨을 때부터 본인의 가게 운영을 염두에 두고 있으셨던 건가요?

일본에 갔을 때까지만 해도 제 가게를 운영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그때는 배우고 일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는데 한국에 다시 돌아오고 일을 시작하다 보니 그때부터 직접 제 가게를 운영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스시누하는 서촌에 있는 유일한 스시 오마카세잖아요. 서촌에 자리를 잡게 된 과정이 있을 것 같아요.

처음에 지인이 북촌의 반대편을 추천해줬어요. 그렇게 처음 보러 간 부동산이 현재 스시누하 근처였는데, 돌아보던 중 부동산 사장님이 이 자리를 추천해주셨죠. 그때가 비 오는 날이었는데 이 건물을 마주하니, 외관만 봤는데도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흰옷을 입고 가게 앞에서 손님들 마중하는 모습이 그려지고, 실현되면 재밌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곳들도 둘러보기는 했지만, 이 가게만큼 매력 있지 않아서 여기서 정착하게 되었어요.

현재 스시누하에서 함께 일하고 계신 직원분들은 어떻게 같이 일하게 되었어요?

막내는 면접을 보고 함께 일하게 되었어요. 원래 머리가 길었는데 머리를 자르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더니 자르고 오겠다고 했고, 그렇게 함께하게 되었죠. 같이 일하시는 셰프님은 처음에 손님으로 만나게 되었어요. 오픈 초기에 방문하셨는데, 셰프님을 포함해서 5분이 오셨었고, 같이 술을 마시다 보니까 친해지게 되었어요. 그때 즈음에 제가 구인 글을 올린 상태였는데, 며칠 후에 연락이 와서 면접을 보러 오라고 했는데, 익숙한 얼굴의 셰프님이 들어오시는 거예요. 면접을 보면서 얘기를 해보니 가게 옆으로 바로 이사를 오신다고 하셨어요. 그때부터 함께 일하게 되었습니다. 웬만하면 직원들이 실수하거나 잘못했을 때, 그 자리에서 화를 내려고 하지는 않고 시간이 지난 후에 자리에 앉아서 같이 대화를 하려고 해요. 실수한 부분에 대해서 말해주고 스스로 그 부분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게요. 잘못에 대해 하지 말라고 단정 짓지 않고 본인이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주고 싶어서요. 본인이 기준을 가지고 그 기준에 따라서 행동할 수 있도록.


직원들을 배려하시는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요. 다시 손님들과의 관계로 돌아가서 질문하고 싶어요. 손님들이 조용하게 가게의 분위기를 느꼈으면 하는 마음에 대화를 많이 하지는 않으신다고 하셨지만, 혼자 오시는 손님이나 단골손님들과 간혹 대화를 나눈다고 하셨는데요, 그럴 땐 주로 어떤 대화를 하세요?

경험상 술을 건네시는 분들이 주로 대화하기를 원하시는 것 같아요. 그런 손님들은 술도 잘 하시고, 콜키지로 좋은 술을 많이 가져오시기도 하는데, 같이 나눠마시며 술과 음식 관련된 대화가 대부분인 것 같아요. 아직은 사적인 얘기를 깊게 나눈 손님은 없었어요. 주제를 생각해본다면, 주로 스시 또는 술 얘기인 것 같네요.


개업한 지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을 것 같아요.

오픈 초기에 유명한 블로거 두 분이 각자 오신 적이 있어요. 저는 그분들이 블로거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우연히 두 분을 같이 앉혀드렸죠. 착석하자마자 서로 알아보셨고, 그 당시가 오픈 초기라 같이 술을 나눠 마셨어요. 사실 그 날은 유난히 음식 컨디션이 안 좋은 날이었어요. 바다 상황도 좋지 않았고, 시장에도 좋은 물건이 없었죠. 쌀도 바꾸면서 맛이 떨어져서 오픈 시작하면서 사과 말씀을 드리고 대신 양을 늘려드리겠다고 하면서 시작하게 된 날이었어요. 그분들과 낮술을 같이 마셨는데 다른 손님들이 다 가시고도 편하게 드셔도 된다고 말씀드렸어요. 그러다 보니 점심시간에 가게 밖으로 나가서 또 같이 식사하며 술을 마셨고, 그분들이 저녁까지도 이용하신다고 하시더라고요. 취기가 올라오기도 하셔서 다음에 다시 방문해달라고 말씀드리고 보내드렸어요. 그분들은 사실 블로거다 보니 흠잡으려고 하면 흠잡을 데가 정말 많았던 날인데, 인품이 좋으셔서 응원해주시고 가셨어요. 정말 다행이면서도 고마운 마음이 들어 그 뒤로 연락드려서 감사하다고 전해드렸고, 그분들이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네요.


맛있는 스시와 술이 있으면 어색한 사이에서도 경계가 풀어지고 말꼬가 트이기도 하겠네요. 혹시 스시와 함께 추천하시는 페어링이 있으신가요?

제 생각에 스시는 사케와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아무리 샴페인이나 화이트 와인이 좋고 맛있어도 ‘스시는 사케다’ 라는 게 있어요. 사케에 관심이 많은 사람도, 없는 사람도 가볍게 곁들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좋은 마리아주를 꼭 낼 필요는 없지만 식사하면서 내가 기분 좋을 수 있을 정도의 반주가 곁들여지는 것 자체가 많은 시너지가 있다고 생각해요. 하나의 제품을 단정 지어 추천드릴 수는 없을 것 같아요. 하지만 스시는 술과 같이 먹어야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도 어디 가면 술을 꼭 곁들여요. 술을 같이 안 먹을 수 없는 음식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가볍게 사케를 곁들이면서 단맛, 매운맛 등 자기의 취향을 찾아가는 과정이 페어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취향도 개인마다 다를 거고요. 앞으로는 주류 리스트를 계속해서 변경해 나가려고 하는데 계절마다 가게에 들여오는 사케가 추가되고 빠지는 과정에서 가게를 즐겨 찾아주시는 손님들이 각자 본인들의 페어링을 찾아가는 게 또 하나의 재미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사람들이 높은 가격을 지불하면서 오마카세를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특별하다고 느끼기 때문인 것 같아요. 모르는 분야일수록 매력을 더 많이 느낀다고 생각하는데, 스시라는 게 일반적으로 보면 밥, 와사비, 생선 하면 초밥이지만, 그 간단한 것 안에 손님분들이 모르는 특별한 것이 더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시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더 매력적으로 느끼시는 것 같아요. 가게마다 맛이나 풍기는 분위기가 각기 다르기도 하죠. 간단하면서도 어렵다는 게 손님들께는 매력으로 다가오는 것 같기도 해요.


다른 가게와 다른 스시누하 오마카세의 특별함은 무엇인가요?

분위기요. 최근에는 개성이 강한 가게도 생기고 있지만, 아무래도 스시집의 분위기나 풍기는 느낌이 비슷한 업장이 많은데, 스시누하는 뚜렷한 독보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죠. 가게에 왔을 때 스시누하를 왔구나 라는 생각이 들 수 있는 그 분위기와 경험이 특별함인 것 같아요.


셰프님이 생각하시기에 좋은 식당의 요건은 무엇인가요?

일하는 사람들의 표정이나 마음가짐에 따라서 좋은 가게와 그렇지 않은 가게로 나뉘는 것 같아요. 좋은 영향을 끼치는 가게와 좋지 않은 낌을 주는 가게는 일하는 사람의 표정과 마음가짐에 따라달라지는 것 같아요. 사장이든, 셰프든, 그 가게에서 일하는 누구든 무언가 하고자 하는 욕심이나 열정이 있다면 그게 밖으로 표출되기 마련이에요. 그렇다면 서비스도 음식도 나아질 수밖에 없죠. 출근해서 적당히 시간 때우다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면 감추려 해도 마음가짐이 다 보여요. 그래서 근무하는 사람들과 그 사람들의 마음가짐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일하는 구성원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말씀에 공감이 가네요. 혹시 스시누하 가게의 철학이 있을까요?

질문을 적어주셔서 처음 생각해봤어요. 가게의 철학이라기보다는, 손님들이 그저 맛있는 스시집으로만 기억하기보다는 스시누하를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스시집이니까 당연히 스시가 맛있어야겠지만, 스시누하를 떠올리고 예약하고, 또 서촌에 도착해서 스시누하를 찾아오는 길, 가게 앞에서 기다리는 시간, 들어왔을 때의 분위기, 음악, 직원들의 어투 등 이런 것들이 모여서 만들어내는 경험. 스시만 먹고 여기 스시 맛있었다 라기보다는 뭔가 색다른 경험. 경험으로서 기억될 수 있게끔 영업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Chapter3. 특색있는 최고의 스시를 위해>


스시의 식자재가 특히 신선하고 좋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식자재의 공수나 관리는 어떻게 하고 계세요?

여기가 서울 강북이기 때문에, 가장 생선을 수급하기 편한 곳이 노량진이에요. 산지에서도 때에 따라 직송으로 받을 수 있지만, 업장 규모상 직송으로 받기보다는 어차피 그것들도 노량진으로 오기 때문에 노량진에서 당일 소비할 수 있을 정도의 양만 매일 사입하는 식으로 재료를 수급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한국 국내산을 쓰는 경우가 많지만, 참치는 냉동이 아닌 생물만 사용하려고 해요. 처음 오픈할 때부터 참치는 꼭 생물 참치를 쓰겠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은 스페인산 참치를 사용해요. 와사비도 놓지 않으려고 했던 부분이었는데. 와사비는 나가노현이나 시즈오카 것을 때에 따라 다르게 들여오고 있어요. 그리고 저희 가게에서는 최대한 냉동 식자재는 배제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가격대가 낮은 편이다 보니 냉동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지만, 최대한 배제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래서 참치 냉동고를 제외하고는 가게에 냉동실이 없어요. 참치 냉동고에도 제 안주가 거의 반인데(웃음) 손님께 나가는 것들은 최대한 냉동을 배제하려고 해요. 그래서 이번에 홍새우도 메뉴에서 뺐어요. 시메의 경우에도 저희는 작업을 해서 얼리거나 몇 일씩 오랫동안 시메하지 않아요. 영업하기 직전에 최소한의 최단기간으로만 시메해서 사용하려고 합니다.


기본이 탄탄하고 변화 없는 스시 vs 독특한 식감이나 경험이 가능한 스시

말씀해주신 게 보통 호텔을 나와서 업장을 차리신 셰프님들의 기준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거의 마일드하면서 누가 봐도 이쁘고 깔끔한 초밥이다 라는 생각이 드는 곳이 보통 호텔리어 출신 셰프님들의 업장인 것 같고, 그에 반해 호텔리어 출신이 아닌 분들의 업장이나 소규모 업장들이 조금 특색있다고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는 생각해요. 처음에 호텔 출신 셰프들이 먼저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분들의 스시가 특색있다고 느껴질 수는 있지만, 한국의 호텔 출신 셰프들이 일본에서 가게를 한다고 생각해보면 일본에서는 또 그분들의 스시가 특색있다고 여겨질 수 있어요. 스시는 간단한 음식이지만 하는 사람에 따라서 각기 다를 수 있어요. 특색있고 마일드한 것은 간의 차이일 뿐이에요. 저는 호불호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저의 색깔을 많이 표현하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점점 더 많은 시도를 하는 것이 추구하는 방향성이에요.

<Chapter4. 인터뷰를 마치며>


그렇다면 스시누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가게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제가 가게의 외관을 보고 느꼈던 기분, 그 느낌을 손님들도 그대로 느끼면 좋겠어요. 처음 가게를 보면서 느꼈던 그 감정으로 가게의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그대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어요. 손님들도 이곳에서 처음 받는 느낌을 그대로 기억하셨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요. 손님 100분이 오시면 각기 느낌이 다 달랐을 거라는 걸 이제는 좀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무리 친절하게 응대하고, 음식이 맛있었어도 누군가에게는 입맛에 맞지 않았을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저희가 내어드린 음식이 만족스럽지 못했을지언정 맛있게 드신 분들도 계셨을 거예요. 개개인이 느끼는 감정에 따라 그대로 기억되었으면 좋겠어요. 다만, 손님들이 기분 나쁘지 않고 이곳이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 있게끔 노력하는 것뿐이죠. 그래서 기분이 좋으시면 재방문해주실 거고,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앞으로 꿈꾸는 가게나 셰프로서 본인의 모습이 있으세요?

이게 저의 첫 시작점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언젠가는 이지훈이라는 생각과 감성을 그대로 표현할 수 있는 가게를 생각하고 있어요. 아직은 생각만 하는 단계이고 추상적이지만 언젠가는 손님들이 가게에 왔을 때, 제가 생각하고 의도한 느낌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손님들이 경험으로써 저의 생각에 공감할 수 있는, 지극히 저의 색깔을 진하게 낼 수 있는 가게를 생각하고 있어요.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10년이 될 수도 있고요. 저에 대해 공감할 수 있는 가게를 생각하고 있어요. 음식만 파는 건 재미없을 것 같아요.

마지막 셰프의 한 마디!

계속해서 어제보다 오늘 더, 오늘보다 내일 더 발전할 수 있는 셰프가 되고 싶어요.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할 수 있는 요리사가 되어서 손님들도 그것을 느낄 수 있도록. 이곳이 좋은 가게, 노력하는 가게라고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에디터의 한 마디!

해 : 지금의 <스시누하>가 되기까지의 셰프님의 여정을 들으며 많은 고민과 과정들이 엿보이는 인터뷰였습니다. 음식의 맛, 손님을 맞이하는 자세, 간판과 내부 인테리어 까지도 하나 하나 사장님의 손길이 깃들어 있는 듯합니다. 셰프님만의 색깔이 가득 담겨있는 스시누하가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혜 : 현대 도시인으로서 우리는 인위적인 관계에서 오는 부담과 억지스러움도, 그렇다고 차가움이나 무안함도 아닌, 원할 때 원하는 정도의 담백하고 진솔한 관계를 원합니다. 그 적절한 온도의 관계. 스시누하가 그랬습니다. 셰프님을 그대로 닮아있는 가게. 스시누하에 들어서면 차분하면서도 진중함이 느껴지는 이곳 가게의 분위기에 금방 매료됩니다.


글 | 서촌유희          사진 | 서촌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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